홍콩에서 배우는 생활한자 35회_붕어 즉, 오징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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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배우는 생활한자 35회_붕어 즉, 오징어 적

 

 

붕어 즉, 오징어 적

 

 

몇 년 전 일입니다.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홍콩 지하철 역 이름에 내가 모르는 한자가 있었어.” 중국 사람이 한자를 모른다니? 친구들과 함께 어떤 역인지 찾아봤습니다. 곧 노선도에서 문제의 역을 찾았는데 그 역 이름을 본 다른 중국인 친구가 “나는 이 글자 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 한자를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 한자는 중국에서 거의 안 쓰이는 희귀한 한자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했지요. 그 역의 이름은 鰂魚涌(즉어용), 영어로는 Quarry Bay였습니다. 鰂(붕어 즉)이 문제의 한자였지요. 붕어 즉(鰂)은 실제로 엔간한 한자 사전에는 나오지도 않는 희귀한 한자입니다.

 

이미 이 글자가 ‘붕어 즉’ 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이 한자를 처음 봤다고 가정하고 뜻과 음을 짐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획수가 많고 복잡한 한자는 대부분 형성자이니 鰂 역시 형성자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鰂을 쪼개 보면 魚(물고기 어)와 則(법칙 칙, 곧 즉)이 됩니다. 보통 좌우로 쪼개지는 형성자에서는 왼쪽 부분이 뜻 부분, 오른쪽 부분이 소리 부분입니다. 그러면 鰂은 물고기에 관련된 뜻을 가지면서 발음이 ‘칙’ 아니면 ‘즉’인 한자일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鰂은 ‘붕어 즉’, ‘오징어 적’이고, 말씀드렸다시피 위에 언급된 지하철 역 이름에서는 ‘붕어 즉’으로 쓰였습니다.

 

이 즉어용이라는 이름은 이 곳에 붕어가 사는 시냇가(涌, ‘물 솟을 용’)가 있었기 때문에 붙었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영어 명칭인 Quarry Bay는 예전에 근처 채석장(quarry)에서 채취한 돌을 이 곳에서 배에 실었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입니다. 붕어가 살았을 개울과 돌을 실어가던 배들이 있었을 곳은 간척 사업으로 인해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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