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훈 변호사] 너를 위해 죽어줄 친구 한 명이라도 있다면 [법학/의학윤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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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너를 위해 죽어줄 친구 한 명이라도 있다면 [법학/의학윤리편]

Q 이한심씨는 세상이 그렇게 야속하고 한심할 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 어쩌다 반장했다고 사회에 나와서도 착각하여 반장행세 하니까 세상에 밥친구, 가라오케 술친구는 많았던 것 같았으나 퇴출당하고 병드니까 그 많던 친구들이 모두다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이한심씨는 콩팥(신장) 두 개가 다 망가져 이식수술을 해야 살 수 있는데 그 말이 나오자 그 들끓던 친구놈들이 연락을 뚝 끊고 형제 및 정나미 부인까지도 자식들 키워야 한다며 콩팥 한 개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일 친하다고 믿었던 송배신씨도 그것만은 곤란하다며 연락처도 안 남기고 사려졌습니다. 보다 못한 이씨의 노모는 본인은 살만큼 살았으니 "우리 반장" 살려야 한다며 자신의 콩팥 두 개를 모두 떼어 이씨에게 수술해 달라고 병원에 나타났습니다. 이런 수술이 법적으로 가능할까요? A 현재 존재하는 법 윤리, 의학 윤리로는 이씨 노모의 눈물 젖은 자식에 대한 헌신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법원에 가서 이식수술 허가 가처분 신청을 해도 받아줄 수 없고, 받아준 사례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씨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이 이씨 노모를 살인하는 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씨 노모가 뇌사판정을 받거나 아들을 위해 이식 수술 준비유서를 쓰고 자살하기 전에는 의사들은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법에서도 뇌사판정을 받기 위해 9가지 기준이 만들어져 있다 하므로 뇌사 했다 해도 함부로 장기를 적출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케보르키안 이라는 의사가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원하는 대로 직접 주사를 놓아 안락사하게 하자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곧 살인죄로 재판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안락사는 찬반 논란이 많으나 합법화 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불치병자도 자기 의사대로 제대로 죽지 못하는 판에 하물며 건강한 이씨 노모가 자기 몸을 헌신해 자식을 살리겠다는 착상은 더 더구나 받아들여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심청전은 소설에서만 가능한 애틋한 부모 자식 지간의 러브스토리 일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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