罐
두레박 관, 깡통 깡
깡통은 캔(can)과 통(筒)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캔이나 통이나 같은 말이니 깡통이라는 말은 동의어 반복이 됩니다. 우리말에서는 이렇게 같은 뜻의 글자를 연달아 써서 뜻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준어인 영지버섯, 처갓집, 완두콩, 천도복숭아 등이 좋은 예입니다. 영지버섯의 경우 지(芝)가 버섯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한자를 풀어보면 영버섯버섯이 됩니다. 처갓집도 한자 처가(妻家)와 순우리말 집이 합쳐진 단어여서 처집집이 되고 완두콩은 완(豌)과 두(豆)가 각각 콩 완, 콩 두이기 때문에 콩콩콩, 천도복숭아는 한자어 천도(天桃)와 복숭아가 합쳐진 말이기 때문에 천복숭아복숭아가 됩니다. 이런 겹말들은 한자만으로는 뜻이 잘 와닿지 않는 경우에 단어 뜻을 명확하게 해주는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캔(can)은 중국어에서는 罐(광동어 gun3, 보통화 guàn)이라고 씁니다. 罐은 원래는 '두레박 관'인데, 캔과 발음도 뜻도 얼추 비슷하다 보니 요즘은 평소에 보기 힘든 두레박보다는 캔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사진에서 대만(台灣) 콜라(可樂)가 한 캔(罐)에 4 홍콩 달러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罐을 ‘두레박 관’ 대신에 요즘 의미에 맞게 '깡통 깡'이라고 외워 보면 어떨까요?
罐은 전통 한자로나 간체자로나 다 罐이라고 쓰는데 일본에서는 왼쪽 부분만 따서 缶이라고 쓰고 깡(かん)이라고 읽습니다. 이처럼 일본에서 쓰는 한자 모양을 신자체(新字体)라고 합니다. 신자체에는 전통 한자와도, 간체자와도 다르게 생긴 글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운 기'는 전통 한자, 간체자, 신자체에서 각각 氣, 气, 気가 됩니다. 이렇게 각 나라별로 모양이 다른 한자들을 찾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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