暫
잠깐 잠
‘잠깐’은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 표기가 없는 우리말로 나옵니다. 그런데 광동어에서도 ‘잠깐’이라고 말하면 같은 뜻이 됩니다. 광동어에는 장단음의 구분이 있어서 정확히는 ‘잠깐’이 아니라 ‘자암까안’이 되기는 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발음이 꽤 비슷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광동어의 ‘잠깐’은 jaam6 gaan1으로, 목소리를 깔고 ‘자암’이라고 한 뒤에 힘을 줘서 높은 음으로 ‘까안~’ 하는 발음입니다. 이렇게 우리말과 광동어에서 ‘잠깐’의 발음이 비슷한 이유는 우리말의 ‘잠깐’이 한자어 잠간(暫間)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잠(暫)과 간(間) 사이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잠ㅅ간’이 ‘잠깐’의 어원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잠정 중단(暫定 中斷)이라는 말을 종종 씁니다. 잠정(暫定)은 ‘잠깐 잠’에 ‘정할 정’이니 잠깐만 임시로 그렇게 정했다는 뜻이고, 따라서 잠정 중단은 임시로 중간에 멈췄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홍콩에서는 발음은 같지만 한자는 다른 暫停(잠깐 잠, 머무를 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잠깐 멈추었다는 뜻으로, 우리말의 잠정 중단과 비슷한 뜻이 됩니다. 엘리베이터 등에 暫停이라고 쓰여 있으면 잠깐 멈추었다, 즉 고장이 났다는 뜻입니다. 사진 속 16인승 미니버스의 번호판 자리에 번호판 대신 暫停載客(잠정재객)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손님(客)을 태우는(載) 일을 잠깐(暫) 멈추었다(停)는 뜻입니다.
暫을 쪼개보면 車(수레 차), 斤(도끼 근), 日(해 일)이 됩니다. 車에 斤을 합치면 ‘벨 참’이 됩니다. 삼국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알고 계실 읍참마속(泣斬馬謖, 울면서 마속을 베다)의 ‘참’이 벨 참입니다. 그러니 暫은 해(日)가 떠 있는 시간을 조그맣게 베어냈다는(斬) 뜻이 되어 ‘잠깐’이 됩니다. 앞으로는 暫을 ‘차근일’이라고 외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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