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라는 글자는 머리는 크고 팔다리는 짧은 아기의 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입니다. 子에는 수많은 뜻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아들 자’라는 용법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첫째로 자(子)는 상형문자로서의 유래 그대로 성별에 상관없이 어린이를 가리키는 말로 종종 쓰입니다. 자식(子息)은 아들과 딸을 통틀어 일컫는 단어이고, 자궁(子宮)도 성별에 관계없이 아기의 집(宮, 집 궁)이라는 뜻입니다. 일본어에서 어린이를 고도모(子供, こども)라고 하는 것도 좋은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자(子)는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여성을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일본 여성 이름 중에 꼬(子, こ)로 끝나는 이름이 많은 것이 그 때문입니다.
일제시대에 일본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영자, 숙자, 미자 등 자(子)로 끝나는 여성 이름이 많이 쓰였습니다. 우리말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뜻하는 단어인 처자(處子)에서 자(子)가 여성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셋째로 자(子)에는 아들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 경우 딸은 녀(女)라는 글자를 사용해서 표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들딸은 한자로 자녀(子女)라고 쓰고, 남자 손주는 손자(孫子), 여자 손주는 손녀(孫女)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냥 손주라고 하면 성별에 상관없이 손자와 손녀를 모두 일컫는 말이 됩니다. 홍콩 전철의 태자(太子)역에서도 자(子)가 아들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황제의 자녀 중 황제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아들은 황태자(皇太子), 딸은 황태녀(皇太女)라고 부릅니다.
넷째로 자(子)는 사람의 성씨 뒤에 붙어서 훌륭한 스승을 뜻하기도 합니다. 공자(孔子)는 공 선생님, 맹자(孟子)는 맹 선생님이라는 뜻입니다.
성리학을 창시한 송나라의 주희는 주자(朱子), 조선 후기의 유학자인 송시열은 송자(宋子)라고 불렸습니다. 유교 경전에는 “자왈(子曰)”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성씨 없이 그냥 자(子)라고 하면 공자를 뜻하기 때문에 해당 표현은 “공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다섯째로 자(子)는 작은 것을 뜻하는 접미사로도 쓰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電子)는 전기를 띤 작은 물질이라는 뜻이며 원자와 분자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이 작다는 뜻의 용법은 어린이라는 본연의 뜻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子)에는 이 외에도 여러 뜻이 있으며, 본 글에서는 그 중 비중이 높은 것만 골라서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뜻이 어린이라는 원 뜻에서 파생된 것이니만큼 ‘아들 자’ 보다는 ‘어린이 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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