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인분들 중에서 거주기간이 손꼽히시는데 기억에 남는 시절이 있으신지요.
두 가지는 절대 잊지 못해요. 첫번째는 홍콩의 중국 반환 때죠. 저희 부모님은 1960년대 홍콩에 오셨고, 저는 1971년에 홍콩에 와서 미국 유학간 기간만 빼면 49년을 생활했어요. 1981년부터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여행업에 합류하여 근 34년간 여행업에 종사했지요. 1990년대 후반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하는 과정은 저희 가족도 많은 고민을 했지요. 주위 홍콩 친구들과 지인들이 이민가는 모습에 우리도 홍콩을 떠나야하는가 하고 심각하게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때 결국 남아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지만요. (웃음)
두번째는 사스 때입니다. 그 당시 공포 분위기에 비하면 현재 메르스 정도는 동네에 독감 유행하는 정도입니다. 지금 지났으니까 쉽게 말하지만 그때 공포는 표현하기 힘들죠. 지하철 탈 때는 홍콩사람들이 주방용 1회용 장갑을 끼고 손잡이를 잡았을 정도니까요.
그때 여행업계도 상당히 타격을 입으셨지요?
그때는 홍콩이 망하는줄 알았죠. 여행업은 크게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두가지 일을 합니다.
인바운드는 한국인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현지관광 서비스이고, 아웃바운드는 홍콩인을 한국으로 보내는 서비스죠. 경제나 정치, 기후 문제가 발생해도 두 서비스 중에 하나만 영향을 받아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그런데 사스 때는 양쪽 (인/아웃바운드) 모두 안 되는 극심한 경제난을 보였습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도 한국은 어려웠지만 홍콩은 페그제 때문에 도리어 좋은 상황이었거든요. 사스 때는 정말 기억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현재 한국의 메르스 영향을 받으시는지요?
인바운드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저희 같은 아웃바운드 전문 여행업은 타격이 큽니다. 여름 성수기에 한국 여행 적색경보를 홍콩 정부가 발효하는 바람에 여행업 전반적으로 힘들다고 봐야죠.
1990년대 홍콩에서 한글매체나 한국인 관련 정보가 어떠했는지요?
20년 전에는 홍콩한인회가 발간하는 월간 ‘교민소식’, 그리고 홍콩한인상공회가 계간으로 발간하는 ‘상공소식’이 한인사회의 주요 읽을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방송으로는 상공회가 주1회 ATV를 통해 방영하는 코리안아워(Korean Hour)가 유일했어요. 요즘 한류니 한풍이니 하지만, 우리 상공회는 1992년 3월부터 ATV에 방영권을 계약해서, 홍콩 현지인들에게 한국 드라마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주목하지 않던 한국 드라마가 점점 발전되어 오늘에 이른 것을 생각해보면, 선대 회장님들의 선견지명이 대단했다고 봐야지요.
수요저널의 초창기 모습은 어떻게 기억하시는지
그무렵 수요저널이 발행인이신 박봉철 회장님과 故 이은미 초대편집장이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모습을 기억합니다. 이은미 편집장은 그 당시만으로도 여성으로서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언제나 당당하고 열정적이었고, 수요저널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지요.
수요저널은 홍콩 한인사회에 매주 유일하게 한글 매체로서 한인들에게 소식지 역할을 해주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없었죠. (한인들을) 만나지 않으면 한인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 있는 방법이 없었죠. 저희 같은 서비스 업체는 수요저널을 통하여 서비스를 편하게 소개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습니다.
업체들에게는 한인주간지가 중요한 홍보수단이었거든요. 어딜 가든 수요저널을 보면 꼭 한부씩 챙겼지요. 독자들에게는 유익한 정보로, 교민업체들에게는 홍보 발판이 되었죠. 20년간 매주 발행된 수요저널이 홍콩한인 사회 발전에 굉장한 공헌을 했습니다.
‘공헌’이라니 부끄럽습니다.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여행업계에서는 수요저널을 많이 활용했지요. 예전에 저희(한국여행사)도 인바운드를 할 때에는 가이드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는데, 홍콩의 정보가 많이 필요했었어요. 홍콩의 역사나 생활정보는 책을 보며 준비했지만, 시사성있는 소식은 수요저널을 미리 읽고 직원들과 함께 공유해서 관광객들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가이드들이 수요저널을 많이 활용하고 있을 겁니다.
상공회장, 한인회부회장, KIS 운영위원장, 토요학교장 등 한인사회에서 골고루 봉사하셨는데 한인사회의 한글소식지의 영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글로 된 뉴스 매체가 우리 한인들에게 주는 정체성도 상당합니다. 한인회에서 토요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한국어 교육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르치는 목적도 큽니다. 마찬가지로 한글신문이 한인사회에서 중심적인 소통의 장이 될때, 한인들은 한인사회를 체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체성도 갖게 해준다고 생각됩니다.
작년까지 상공회장직을 역임하시면서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셨는데 본인만의 노하우를 나눠주세요.
저는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청’이라고 생각합니다. 상공회원들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먼저 잘 들어야한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어떤 의도가 있는지 충분히 경청하고 나서, 소화를 하고 우리 한인 사회나 상공회에 맞게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거죠. 100% 반영이 되지 못하더라도 일단 먼저 들어주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인사회를 위한 비판은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서야 하는 거죠.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워 사실을 왜곡하거나, 장기적인 한인사회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중립성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수요저널은 한인사회에 대해 중립성을 잘 지키며 뉴스를 전해왔습니다.
또 새롭게 신설한 한인사회 동정(열린게시판) 소식이 한인사회 구석구석 잘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홍콩 한인들을 위한 신문이 되길 바랍니다. 위상은 스스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인들이 어떻게 수요저널을 바라보는지도 중요한 위상일 겁니다. 20년간 한인들이 수요저널을 꾸준히 읽고, 정보를 얻고, 광고를 통해 홍보하면서 바라보는 것이 오늘날 수요저널의 위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앞으로도 홍콩 한인사회 발전을 위하여 한인사회를 위한 소식지로 계속 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정리 사진 /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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