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미슐랭이 뭐길래? 그리고 홍콩의 미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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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미슐랭이 뭐길래? 그리고 홍콩의 미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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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는 올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TV 예능 프로그램일 것이다. 

 

연관 셰프와 식당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미슐랭’이란 단어 역시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요 검색어 중 하나이다. 

 

출연자 중 유명한 외국인 미슐랭 셰프들도 출연하여 프로그램에 다양성을 더했을뿐더러, 심사위원이었던 안성재의 이름 앞에는 늘 ‘한국 유일의 미슐랭 3 스타’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 미슐랭이 뭐길래 식도락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일까? 그리고 홍콩 미슐랭 식당들의 면모는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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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업체가 왜 음식 평가를?


미슐랭(혹은 미쉐린) 스토리의 시점은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앙드레와 에두아르 형제는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에 자신의 이름을 따 타이어 회사를 설립한다. 

 

당시 프랑스는 자동차가 3천 대뿐이었기에 타이어를 많이 팔아야 하는 이들 형제는 마케팅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자동차 여행에 도움이 되는 여행책자 발간이었다. 

 

차량 정비소를 포함, 호텔과 식당들을 지도와 함께 수록하였다. 

 

이후 시장에서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특히 레스토랑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미슐랭은 더 나아가 익명의 비밀 평가단을 모집하여 식당에 별점을 부과하기 시작한다. 1926년의 일이다.


 


별 하나부터 세개까지, 차이는 무엇?


별 하나는 요리가 매우 훌륭한 곳, 별 둘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방향을 살짝 돌려 찾아갈 가치가 있는 곳, 별이 셋이면 그 음식을 먹기 위한 목적 자체만으로 여행을 떠날 만한 곳으로 구분된다. 

 

이에 대해 미슐랭 측의 부연 설명을 인용하면, 미슐랭 1 스타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그 재료를 사용한 각각의 음식이 확연하게 그 맛을 드러내게끔 높은 수준으로 요리하는 곳에 부여한다. 

 

2 스타는 셰프의 개성과 능력이 잘 드러나도록 전문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음식을 내는 곳이다. 

 

그 식당의 음식은 세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셰프의 영감을 가지고 있다. 

 

3 스타는 최고의 영예로, 셰프가 그들의 직업적으로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점에 올라간, 최상의 요리를 내는 식당에 부여한다.


 


시기를 잘 만난 안성재 셰프?


‘흑백요리사’로 뜬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안성재 셰프가 아닐까 한다. 

 

두 명의 심사위원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모수’가 한국 유일의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명성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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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네티즌의 댓글에, ‘한국에 미슐랭 3스타가 왜 하나밖에 없지? 예상 밖이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2년 전, 한국의 3스타 미슐랭은 두 곳이 있었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라연’과 증류식 소주 ‘화연’을 만드는 ‘가온’이었다. 

 

이중 한국에서 7년째 최고의 위치를 고수하던 ‘라연’이 2022년 별 두 개로 강등된다.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가온’의 음식이 정체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강등’은 한국 요식업계의 충격적 사건이었다고 한다. 

 

대신 새로 3 스타로 올라선 ‘모수(CJ 투자)’와 안성재 셰프는 이날의 스타였다. 

 

조선일보는 ‘3스타를 당연히 여긴 삼성의 후퇴 및 외식업에 전문성을 지닌 CJ의 도약’이라 보도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또 하나의 3 스타 미슐랭 ‘라연’은 폐업을 하며 문을 닫는다. 

 

이로 인해 유일한 3 스타 미슐랭은 한성재 셰프의 ‘모수’ 한 곳만 남게 된 것이다. 

 

만약 ‘흑백요리사’가 2년 전 제작되었더라면 심사위원진의 면모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결국 ‘인생은 타이밍’이다!


 


홍콩의 미슐랭 식당들은?


그럼 홍콩에서 무겁게 별 3개를 달고 있는 레스토랑은 몇이나 있을까? 

 

역시 ‘미식의 천국’답게 7곳이나 포진해 있다. 타비에(Ta Vie/개량식), 카프리스(Caprice/프렌치), 8 1/2오또 에 메쪼(Otto e Mezzo/이탈리안), 포룸(Forum/광동식), 아뜰리에 조엘 로 부숑(L'atelier de joël Robuchon/프렌치), 탕 코드(T’ang Court/광동식), 스시 시콘(Sushi Shikon/스시)이다. 홍콩의 한식당으로는 ‘한식 구(Hansik Goo)’가 유일한 미슐랭 식당으로 별 하나를 받았다. 

 

센트럴에 위치한 ‘구’는 강민구 셰프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한 가족을 뜻하는 ‘한식구’의 의미도 지닌다고 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이 식당의 삼계 리조또를 추천하고 있다.  


한편, 2024년 기준 홍콩의 미슐랭 별 2개는 12곳, 별 1개는 60곳이 선정되어 있다. 

 

사실 미슐랭은 이름값을 하기에, 보통 수준 이상의 식사비는 평소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한다. 

 

그리하여 미슐랭이 인정하는 식당들은 별점을 준 레스토랑 외에도 ‘미슐랭 선정’과 ‘빕 구르망’이 있다. 

 

‘미슐랭 선정(Selected Restaurant)’은 추천 식당이며, ‘빕 구르망(Bib Gourmands)’은 단순한 조리법을 가성비로 즐기는 식당이다. 

 

홍콩 미슐랭 가이드(guide.michelin.com/hk)에서 그 면면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하나 사람의 입맛이란 사실 주관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미슐랭이 절대적인 영역은 아닐 것이다.

 

나만의 미슐랭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 여행을 더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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