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길 이름에 새겨진 홍콩의 총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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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길 이름에 새겨진 홍콩의 총독들

케네디, 오스틴, 헤네시, 나단 로드..


홍콩의 영국 식민지 기간인 1842-1997년 동안 28대에 걸쳐 영국에서 파견된 총독들이 홍콩을 통치하였다. 이들은 모두 홍콩을 떠났고 대부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많은 총독들은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 놓았다. 주로 도로명과 지역명에 말이다. 오늘은 이중 주요 인물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1. 구룡 반도를 점령한 로빈슨 총독 (Sir Hercules Robinson, 재임 기간1859-1865)


제 1차 아편전쟁 이후 1842년에 체결된 남경조약에서 홍콩섬이 영국의 통치령으로 넘어간다. 그 후 약 20년 가까이 홍콩섬에는 영국군이, 이를 마주보고 있는 구룡반도에는 청나라가 관할하며 대치하게 된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며 평화를 유지하지만 영국측의 입장에서는 홍콩섬만을 차지하는 것은 고립된 섬에서의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결국 로빈슨 총독 재임 시절 구룡성을 공격, 점령한 후 1860년에 체결된 북경조약을 통해 구룡반도까지 영국의 수중에 떨어진다.


미드레벨의 주요 도로인 로빈슨 로드는 1859-1865년간 홍콩을 통치한 로빈슨 총독의 이름으로 명명된 곳이다.



2.  치안 개선에 기여한 케네디 총독 (Sir Arthur Edward Kennedy, 1872-1877)


제 7대 총독으로 재임한 아서 에드워드 케네디는 도로와 지역, 지하철 역에 각각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홍콩섬 미드레벨에서 완차이와 어드미럴티에 연결되는 케네디 로드, 그리고 홍콩섬의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동네 케네디 타운, 또한 홍콩 아일랜드 지하철 종점인 케네디 타운역이 그것이다.


케네디 총독은 재임 기간 동안 경찰의 급여 인상 및 업무 환경 개선 등 홍콩 치안 발전에 기여하였다. 또한 중국인으로 구성된 경찰 부대의 확대에도 힘썼다.




3. 세 명의 총독을 보좌한 존 오스틴 (John Gardiner Austin)


홍콩에서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구룡 ICC 빌딩의 주소는 웨스트 오스틴 로드 1번지(1 Austin Road West)이다. 오스틴 로드는 국무총리격인 홍콩 보정사(輔政司) 로 10년간 근무한 존 가디너 오스틴의 이름을 딴 도로이다. 그는 보정사로 일하며 세 명의 총독을 모셨고 식민지 지역 개발에 힘썼다.


홍콩섬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로인 빅토리아 피크의 마운트 오스틴 로드, 2009년에 개통된 서구룡의 오스틴 역에도 그의 이름이 아로세겨져있다.



4. 중국인들에 친화적이었던 헤네시 총독 (Sir John Pope Hennessy, 1877-1882)


헤네시 로드는 소고 백화점 앞을 지나며 코스웨이베이의 중심을 가로 지르는 주요 도로이다. 이 도로명에는 홍콩의 8대 총독 존 폽 헤네시의 이름이 붙여졌다.


헤네시 총독은 홍콩을 안정적으로 다스리려면 중국인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는 곧 그의 재임 기간 중 여러가지 친중화적인 행보로 이어진다.


그가 부임하기 전인1842년에는 서양인 보호를 명목으로 중국인들은 밤 10시 이후 통행이 금지되는 법령이 내려졌었다. 하지만 헤네시 총독은 이를 완화하여 이후 통행 금지 폐지의 초석을 놓았다. 그리고 서양의 형벌 제도를 도입하여 여러 사람들 앞에서 처벌하는 공개 형벌 제도도 시행되고 있었는데 헤네시 총독 때 이것이 금지되었다.


이 외에도 센트럴 지역에서 중국인의 토지 구입 및 빌딩 준공 허가, 중국인의 영국 귀화 및 의원 참여 인정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조치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이는 곧 영국인들의 반발을 가져왔는데, 이로 인해 그가 홍콩을 떠난 지 한참이 되어서야 도로명에 그의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5. 구룡 개발 및 대중 교통을 개선시킨 나단 총독(Sir Matthew Nathan, 1904-1907)


침사추이에서 시작하여 조던, 야마테이로 뻗어가는 3.6km길이의 나단 로드(Nathan Road)는 구룡반도의 대동맥이다. 이 도로는 홍콩의 교통 발전에 업적을 남긴 13대 총독 매튜 나단의 이름으로 새겨졌다.


그가 부임중이던 1904년, 지금도 운행중인 홍콩섬의 트램이 개통되었다. 또한 나단 총독은 구룡-광저우 철로 개설에 강한 의지를 보여 1905년 국회에서 이 사업이 승인된다.


구룡-광저우 철도는 19011년에 완공되었는데 당시 구룡 지역의 기차역은 현재 스타페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 역은 1978년 이전한 바, 현재 남겨져 있는 침사추이의 시계탑은 당시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나단 총독은 구룡 반도 지역의 확장 공사도 다수 추진하여 나단 로드 정비 및 이와 연결되는 세부 도로망을 확충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1888년 빅토리아 피크의 트램을 개통시킨 데브(George William Des Voeux, 1887-1891) 총독은 홍콩섬의 센트럴-셩완-서환으로 이어지는 도로명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프랑스식 이름 ‘Des Voeux Road(데브 로드)’를 남겼다. (선조가 프랑스 출신이다).


술 좀 마신다는 한국 아저씨들에게 ‘깜마룬도’로 통하는 카메룬 로드는 장교 출신인 총독 서리 윌리암 고든 카메룬 (William Gordon Cameron, 1887)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미드레벨의 본햄(Bonham) 로드, 야마테이의 보우링(Bowling) 로드, 완차이의 마쉬(Marsh) 로드 등도 역대 총독의 이름을 간직한 곳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인 것 같다. 도로 곳곳에는 홍콩의 근현대사가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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