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현지 음식 문화 체험하기 - 2. 길거리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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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현지 음식 문화 체험하기 - 2. 길거리 음식

 
떡볶이, 김밥, 순대, 어묵. 필자가 꼽는 한국 분식 판타스틱 4이다. 한국의 국가대표 분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여기에 필적할 홍콩의 대표들 나오라고 하면 누가 손을 들까?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보면 이에 대한 목록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차별화를 위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길거리 음식’을 소제목으로 하여 선정,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 중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숙하여 설명이 필요 없는 에그타르트와 지난주에 소개한 파인애플 번은 제외하겠다. 


1. 길거리 음식의 쌍두마차 – 계란 와플과 카레 어묵

 
홍콩의 판타스틱 4를 뽑아본다면 확실한 주전 멤버 두 가지는 계란 와플과 카레 어묵이다. 나머지 둘은 조사 대상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올 것이다. 

계란 와플과 카레 어묵은 각각 광동어로 까이단자이(鷄蛋仔)와 까리위단(咖喱魚蛋)이라 불리운다. 계란 와플과 카레 어묵은 홍콩 길거리 음식의 쌍두마차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만큼 호불호 없이 홍콩 사람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둘 다 1950년대부터 선을 보이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오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서인지 홍콩 사람들에게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이 길거리 분식들을 먹으며 성장한 추억의 한편이 자리 잡고 있다.

계란 와플은 말 그대로 계란을 원료로 하여 만든 와플 모양의 빵이다. 바삭한 맛과 하나만 먹어도 든든해지는 포만감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등을 더해 종류가 다양해졌다. 

카레의 매캐한 맛과 어묵의 말랑말랑한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카레 어묵은 필자가 처음 먹었을 때 감탄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첫 느낌이 강했는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길거리 주전부리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도 어묵을 좋아하지만 홍콩 사람들이 어묵 사랑은 남다르다. 현지 일간지인 빈과일보에 의하면 홍콩 사람들의 일일 어묵 소비량은 375만개(55톤)에 달한다고 한다. 홍콩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매일 한 개의 어묵을 먹는 셈이다.
   

2. 길거리에서 먹는 딤섬 – 씨우마이와 쳥펀

 
필자가 선정한 길거리 음식들은 좀 보수적이다. 현지인들의 입맛 기준으로 10위 안에 꼽히는 소 내장(牛雜), 돼지 창자 튀김(炸猪大腸)은 배제하였다. 대신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딤섬류는 거부감이 덜하여 목록에 올렸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먹는 딤섬인 씨우마이(燒賣)와 쳥펀(腸紛)을 선정하였다. 이 둘은 또한 홍콩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분식으로 만나는 씨우마이는 밀가루와 약간의 생선으로 만들어져 어묵의 느낌도 살짝 난다. 칠리 소스를 위에 얹어 먹으면 간식으로 훌륭하다. 씨우마이와 카레어묵은 분식점에서 바늘과 실처럼 항상 붙어 있고 세븐 일레븐에서도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얗고 매끈한 쌀떡 안에 새우가 들어있는 새우 쳥펀은 딤섬집에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분식점의 쳥펀은 안에 아무것도 없는 말랑한 쌀떡이지만 땅콩소스, 칠리소스, 해산물 소스, 토마토 소스 등 다양한 양념을 얹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3. 한국의 맛이 그립다면 – 군밤과 군고구마, 그리고 호빵

 
‘여기도 군밤과 군고구마를 파네?’. 홍콩의 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 눈에 익숙한 노점상을 보게 된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숯으로 구워 내는 군밤과 군고구마는 으실으실 추운 홍콩의 겨울을 녹여 내는데 안성맞춤이다. 군고구마는 한국만 못하지만 따끈하게 먹을 만하고 군밤의 맛은 한국 군밤 못지 않다.

호빵은 개인적으로 넣어 봤다. 딤섬 테이크 아웃 체인점인 통키빠오딤(唐記包店)에 가면 딤섬류 외에도 한국의 호빵과 싱크로율 95%인 홍따우빠오(紅豆包)도 판다. 노스 포인트를 자주 지나는 사람이라면 필자가 홍따우빠오를 행복하게 입에 물고 걸어다니는 모습을 한 번쯤 봤을 법도 하다. 


4. 기타 – 냄새나는 두부, 세가지 보물, 가짜 샥스핀

 
제목의 음식 이름들이 왜 이러냐고 물으신다면 하나씩 소개해 보겠다. 냄새나는 두부는 그 유명한 취두부(臭豆腐)이다. 취두부의 ‘취(臭)’ 는 냄새가 구리다는 뜻이다. 

하지만 필자는 대만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취두부를 사랑해 왔다. 한번 먹어 봐야 그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홍콩에 왔던 초창기에 코스웨이 베이에 취두부 파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그 별나신 냄새로 여행객들의 항의 후 구박을 받으며 자취를 감추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세가지 보물’은 광동어로 ‘찐이영쌈보(煎釀三寶)’로 불리운다. 앞에 ‘찐(煎)’은 지짐, 끝에 두 글자 ‘쌈보(三寶)’는 세가지 보물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명절 음식인 지짐전과 비슷한 느낌인데 먹고 싶은 3~5종류를 골라 먹는다. 보통 가지, 피망, 두부, 튀긴 어묵, 빨간 소세지가 많은 선택을 받는다. 

‘운짜이치(碗仔翅)’의 영어 이름은 ‘모방 샥스핀 수프(imitation shark fin soup)’라서 필자는 간단히 ‘가짜 샥스핀’으로 소개해 보았다. 당면을 주 원료로 하여 목이버섯, 잘게 썬 닭고기, 생선 등을 함께 넣고 전분으로 걸쭉하게 끓인 것이다. 생김새만 보면 그럴듯한 샥스핀이다. 


자, 이제 홍콩의 길거리 음식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는가? 여러분의 선택이 궁금하다. 다음 칼럼에서는 현지 음식 문화 체험하기의 마지막 시리즈로 디저트 편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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