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현지 음식 문화 체험하기 - 1. 차찬팅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현지 음식 문화 체험하기 - 1. 차찬팅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호전되면서 사람들의 모임과 외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오늘부터 3회 연속 시리즈 <현지 음식 문화 체험하기>를 연재한다. 오늘은 첫 회로 홍콩 음식 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차찬팅(茶餐廳)을 소개한다.  


차찬팅의 역사와 특징

차찬팅은 음료인 ‘차(茶)’와 식당을 의미하는 ‘찬팅(餐廳)’이 결합된 단어이니 말 그대로 차를 마시며 식사를 즐기는 곳이다. 홍콩 사람들이 저렴하고 손쉽게 이용하는 대중 식당이다. 

출근길에는 죽, 면, 토스트나 샌드위치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 때는 음료가 포함된 저렴하고 간편한 세트 메뉴를, 저녁과 야식도 다양한 음식을 만족할 만한 가성비로 즐길 수 있다. 

차찬팅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양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서구 음식이 홍콩에 소개된다. 서양식은 가격이 비싸 일반 서민들이 먹기 힘들었다. 

이것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시킨 것이 바로 ‘삥쓰(冰室, 광동식 발음 뺑쌋)’이라는 식당의 형태인데 바로 차찬팅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삥쓰는 식당 영업증이 아닌 분식 영업증을 얻어 손님을 맞았다. 아침, 점심으로 커피와 밀크 티, 그리고 빵과 간식등만 제공되었고 그것만으로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저녁 식사를 할 수 없어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쇠퇴하게 된다.

이후 삥쓰는 서양식과 함께 중국 음식도 메뉴에 올리면서 대중 식당의 모습으로 서민들에게 다가갔다. 이것이 바로 차찬팅이다. 차찬팅이란 단어는 70~80년대에 들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冰室’의 간판을 단 현지 식당은 지금도 종종 눈에 띈다. 예전에 비해 음식을 다양화하여 진화된, 차찬팅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차찬팅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 양을 이 가격에 팔아도 망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불러 일으키는 가성비, 바쁜 현대인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는 신속함과 간편함, 동서양을 아루르는 음식의 다양함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차찬팅의 주방에서는 전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이 조리되는 바, 이태리 스파게티, 일본 우동, 말레이지아 카레, 심지어 한국 돌솥비빔밥을 파는 곳도 있으며 이 외에 태국, 베트남, 싱가폴 음식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차찬팅을 즐겨 보자 - 추천 음식들

독자들의 조급한 아우성이 귓가에 전해지는 듯하다. 그래, 그래서 뭘 먹으면 되냐고?! 사실 홍콩 사람들이 차찬팅에서 즐기는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다 맞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같은 한국인의 입맛으로 엄선하여 골라 보았다. (음식 이름은 푸통화 발음임)


1. 국수: 깐차우니우허(乾炒牛河), 씽저우챠오미엔(星洲炒面),러우쓰챠오미엔(肉丝炒面)

 
깐챠우니우허는 소고기 볶음면이다. 필자가 이전에 ‘한국인 입에 맛는 홍콩의 중국 음식은?’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좋아한다. 

단, 칼로리 왕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우니 적어도 두 명 이상이 함께 먹을 것을 권한다. 씽저우 챠오미엔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싱가폴 볶음면’ 정도가 되겠다. 씽저우(星州)는 싱가폴을 말하며 이 음식은 당면 국수에 살짝 카레 맛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러우쓰 챠오미엔은 과자같이 바삭한 면 위에 돼지고기와 숙주, 파가 들어간 걸쭉한 소스를 얹어 먹는 음식이다.


2. 빵: 프렌치 토스트, 파인애플번, 에그타르트, 클럽 샌드위치

 
프렌치 토스트 ‘시뚜오쓰(西多士)’는 차찬팅의 대표 음식이다. 두꺼운 프렌치 토스트 사이에는 땅콩잼, 위에는 버터와 꿀이 올려져 있다. 소보루 빵 안에 버터가 들어 있는 파인애플 번은 중국 이름으로 ‘뽀루오요우(菠蘿油)’이다. 

‘뽀루오’는 파인애플인데 소보루 빵이 파인애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파인애플 번은 한때 한국에서 ‘홍콩빵’이라고 불리우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외에 에그타르트와 클럽 샌드위치도 무난하다.


3. 밥: 양저우 챠오판(揚州炒飯),푸롱딴판(芙蓉蛋飯)

 
볶음밥 중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역시 양저우 챠오판이다. 홍콩의 여러 볶음밥 종류 중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과 가장 유사하다. 푸롱딴판은 돼지고기와 파를 계란에 풀어 오무라이스처럼 계란 덮밥으로 먹는 음식이다.  


4. 음료: 밀크티, 위엔양(鴛鴦), 홍떠우삥(紅豆冰)

 
차찬팅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프렌치 토스트라면 음료나 차로는 밀크티가 1순위일 것이다. 홍콩의 밀크티는 망사로 추출하여 만들어지는데 망사의 색깔이 스타킹처럼 변해 일명 스타킹 밀크티라고도 불리운다. 

위엔양은 밀크티에 커피를 섞은 것으로 우리 학원의 영국인 영어 선생님이 즐겨 마시곤 했다. 그리고 홍떠우삥은 팥을 의미하는 홍떠우와 얼음을 넣어 마시는 음료로서 역시 챠찬팅의 대표적 음료이다. 


유명한 차찬팅 식당은 어디?

홍콩인들이 현지의 음식과 관광지를 소개하는 사이트 ‘hklazytravel.net’에는 홍콩의 대표적 차찬팅 식당 5곳을 추천하고 있다. 그곳은 몽콕의 쭝궈삥쓰(中国冰室), 타이항의 슌싱차찬팅(順興茶餐廳), 카우룬 시티의 러위엔(樂園), 코스웨이 베이의 시시삥쓰(喜喜冰室), 센트럴의 추이화찬팅(翠華餐廳)이다. 

 
이중 추이화(광동식 발음 추이와:Tsui Wah) 찬팅은 체인점으로 홍콩 곳곳에서 즐길 수 있다. 이 외에 파인애플 번이 유명하여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캄와 카페(Kam Wah Café,金華冰廳)도 빼놓을 수 없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