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이런 한국 문화, 이해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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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이런 한국 문화, 이해하기 힘들어요



오늘은 제니 씨가 한국 회사에 첫 출근하는 날이다. 홍콩에서는 으레 빵을 사들고 사무실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한국의 문화는 다르다고 들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제니 씨는 일찍 일어나 집에서 먹고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점심 시간에 제니 씨의 환영회 겸 회식으로 같은 팀 직원들은 식사를 하러 갔다. 오늘은 한국에서 제일 더운 날 중 하나인 중복이었다. 날씨가 뜨거워 시원한게 먹고 싶었던 제니 씨는 모두가 주문한 음식을 보고 기겁을 했다. 

휴대전화에는 현재 기온 33도를 찍고 있건만 이들이 하나같이 먹는 것은 펄펄 끓는 삼계탕이 아닌가! 뭐 이열치열이라나.

식사가 시작되었다. 제니 씨 옆에 앉은 직원이 대뜸 나이를 묻는다. 처음 보는 숙녀분에게 나이를 물어보네. 이거 실례아냐? 대답을 해야 하나? 우물쭈물하던 중 다른 직원이 눈치를 챘는지 설명해 준다.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른 서열이 중요해요. 존댓말등에도 주의를 해야 하고요. 그래서 물어보는 거니까 오해 마세요. 하하~” 아.. 그런 거구나. 내가 노안이라 나이 말하면 놀랄텐데, 제길..

출근 첫날부터 문화 차이를 경험한 제니 씨. 주말이 되어 명동에 나가 쇼핑을 했다. 쇼핑백을 양 손에 들고 지하철을 이용해 레오 씨를 만나러 간다. 자리가 없어 서서 가던 중 갑자기 한 손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제니 씨의 쇼핑백 하나를 가져가 무릎 위에 올려 놓는 것이 아닌가! 제니 씨는 깜짝 놀라 “도둑이야!”를 외칠 뻔 했지만 한국어로 도둑을 뭐라고 하는지 몰랐다. 너무 당황해하는 자신과는 달리 아주머니는 인자하게 웃고 계신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 가방도 이리 줘요. 무거울 텐데” 아하,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지금의 장면이 이해가 된다. 이게 한국 사람들의 정이라는 거구나.. 경찰을 부를 뻔 했네.

 
옆 팀에서 근무하게 된 레오 씨를 만나기 위해 제니 씨는 약속 장소인 카페를 찾았다. 한국의 커피숍은 홍콩의 세븐 일레븐보다도 많았다. 여기 사람들은 도대체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시는 거야? 

제니 씨는 한 카페에서 일주일간 겪었던 레오 씨의 문화 체험을 듣게 된다. 출근 첫 날이었다. 레오 씨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주의를 들었다. 

식사하며 코를 푼 것이다. “젊은이, 외국 사람 같은데 밥 먹을 때 코를 풀면 안돼요” 영어를 못 하는 아주머니는 코 푸는 동작을 취하며 한국어로 타일렀다. 홍콩에서는 이거 가지고 누가 뭐라 안 하는데.. 

순두부찌개를 시킨 레오 씨는 밥 공기를 들고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때 옆의 직원이 살짝 귀뜸한다. “한국에서는 밥 공기를 들고 먹지 않아요.” 둘러 보니 정말 다른 사람들의 밥 공기는 식탁위에 붙어 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간 레오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낯설은 풍경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좁은 화장실에 빽빽하게 들어선 직원들이 무슨 이빨 닦기 대회를 하는지 열심히 양치질중이다. 

과장님, 대리, 일반 사원 할거 없이 말이다. “저.. 우리 회사는 자주 이빨 검사를 하나 보죠?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인가요?” 레오 씨는 궁금중을 참지 못해 김대리에게 물었다. “그건 아니구요. 그냥 분위기랄까? 하나의 직장 문화예요”. 홍콩 사람들은 일어나서 한 번 자기 전 한 번, 하루에 두 번만 닦으면 끝인데.

그날 저녁, 레오 씨를 위한 환영회 회식이 있었다. 한국은 홍콩에서 거의 없는 회식 문화가 많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회식이 줄었고 강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고 들어 안심하고 한국에 왔다.  

살짝 긴장한 채 회식 자리에 참석한 레오 씨. 팀장님이 소주를 원샷하더니 그에게 잔을 건넨다. “받으세요. 이건 한국식 음주 문화예요” 아, 들은 적이 있다. 잔 돌리기 문화. 팀장님은 점심 시간에 양치질도 안 하시던데ㅠㅠ. 레오 씨는 입이 안 묻은 곳으로 살짝 돌려 마시고는 다시 잔을 드렸다. 

이때 안주로 시킨 탕 종류가 나왔다. 맛있어 보여 레오 씨는 침을 꿀떡 삼켰다. 하지만 원샷 후 알딸딸하던 레오 씨는 잠시 후 벌어진 광경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팀장님의 숟가락이 그 탕에 한 번 들어 갔다 나오더니 이대리, 박대리, 김과장의 숟가락이 차례대로 들랑날랑한다. 충격을 받은 레오 씨는 내일 당장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편을 확인하고 싶었다. 

회식 다음 날 다른 직원에게 그 충격적인 장면에 대해 물어봤다. “놀랐어요? 잔을 돌리는 문화나 한 그릇 문화나 다 정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해 주세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은 건가?

커피숍에서 만난 홍콩의 두 이방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한국 문화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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