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우리는 지금 바다 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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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우리는 지금 바다 위에 살고 있다

여러분의 생활 공간인 홍콩의 아파트와 지하철, 빌딩들이 예전에 바다를 메워 육지가 된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홍콩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만불짜리 야경’, ‘미식의 천국’, ‘쇼핑의 천국’, ‘아시아의 금융 중심’ 등일 것이다. 여기에 필자는 ‘바다를 깔고 앉은 도시’라는 새로운 칭호를 하나 더 붙여주고 싶다. 

1800년대부터 급증하는 인구 및 도시 개발의 필요성에 의해 홍콩 정부는 일찌감치 간척 사업에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1842년 시작된 일련의 대형 프로젝트들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홍콩의 지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1. 유명지 : 빅토리아 공원, 완차이 홍콩전람센터, 첵랍콕 국제공항, IFC 2, ICC빌딩 

▲ 빅토리아 공원

홍콩의 대규모 집회 장소로 유명한 코스웨이 베이의 빅토리아 공원은 제 2차 세계 대전 후 바다를 메워 공원이 된 곳이다. 코스웨이 베이의 중국어 지명은 통루오완(銅鑼灣)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 지역의 모양이 중국의 전통 타악기인 통루오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루오의 모양은 한국의 징과 유사하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빅토리아 공원이 들어서면서 그 이름이 무색해졌다. 

빅토리아 하버를 돋보이게 하는데 일조하는 완차이 전람센터는 1990년대, 바다위에 땅을 지어 들어섰다. 침사추이를 둘러싸고 있는 스타페리, 우주 박물관, 스타의 거리등도 원래는 바다였다. 홍콩의 관문인 첵랍콕 국제공항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870년대 빅토리아하버 / 출처: 홍콩역사박물관

2차 세계대전 후 홍콩은 공업용지가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로인해 홍콩 정부의 승인하에 쿤통 지역이 개발되며 대규모의 간척 사업이 진행된다. 1950년대 말, 쿤통은 홍콩 최초의 신도시로서 많은 공장과 건물, 주택들이 들어선다. 현재 홍콩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쿤통은 인구밀도 1위 지역이기도 하다.

그후 이 일대의 간척 사업은 60~70년대 카우룬 베이로 연결되어 인근에 넓은 부지가 형성되었다. 카우룬 베이의 유명한 쇼핑몰인 메가 박스는 이런 배경하에 세워진 곳이다. 카우룬 베이 역시 코스웨이 베이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베이’라는 이름을 떼어내어야 할 것 같다. 바다가 육지속으로 파고 들어와 있는 곳을 뜻하는 ‘베이’가 현재에 와서는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홍콩은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로도 유명한데 적지 않은 건물들이 바다위에 세워졌다. 센트럴의 IFC 2는 2011년까지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높이 90층, 62대의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IFC 2는 2003에 지어졌다. 

이 일대는 1990년대 이전까지 바다였었다. 센트럴의 유명한 빌딩 중 하나인 익스체인지 스퀘어 및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모양으로 유명한 자딘 하우스 빌딩 역시  1960년대 간척사업을 통해 육지로 변모된 곳에 들어섰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 역시 간척지에 있다. 바로 2011년 서구룡에 준공된 ICC빌딩이다.  

 


2. 지하철 노선 : 셩완역 - 완차이역, 올림픽역 - 남창역

유명한 건물 및 명소 외에도 홍콩의 주요 지하철 노선 또한 바다를 메운 육지 속에서 건설된 곳들이 많다. 홍콩섬의 경우 구룡과 연결되는 홍콩역, 그리고 셩완역과 센트럴역, 완차이역 등이 그렇다. 

센트럴역 및 그 주변은 이미 1860년대에 간척 사업이 이루어졌고 셩완역 일대의 프로젝트는 189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구룡쪽은 구룡역, 올림픽역, 남창역으로 연결되는 노선이 대표적이다.


3. 주택지 : 타이쿠싱, 헝파췬, 메이푸 선췬, 시티원 샤틴

필자는 4월 1일자 칼럼에서 홍콩의 10대 주택 단지에 대해 소개했었다. 그중 홍콩섬의 타이쿠싱과 헝파췬, 구룡의 메이푸 선췬, 그리고 신계 지역의 시티원 샤틴이 간척지에 속한다. 이중 메이푸 선췬은 99개동으로 이루어진 홍콩내 최대 아파트 단지이다.  

지역으로 보면 정관오, 타이포, 췬완, 튄문, 샤틴, 통충을 들 수 있다. 췬완의 경우 인구수 19만 중 8만이 바다를 메운 육지 위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정관오는 680핵타르의 매립이 이루어져 그중 81%가 주택지로 공급되었다. 통충은 간척 사업을 통해 130 핵타르의 토지가 생겼고 이중 70%가 주택지이다.  

▲ 샤틴

지하철 노선에서 언급한 구룡역~남창역 주변의 서구룡 해안선은 1990년대에 현재의 모습으로 형성되었다. 이후 이 일대는 새 아파트들도 속속 들어선다. 서구룡, 정관오, 통총은 모두 비교적 최근에 한국 교민수가 급증한 곳이기도 한데 대부분 바다위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와같이 간척 사업의 역사를 살펴 본다면 필자가 서두에 언급한 ‘홍콩은 바다를 깔고앉은 도시’라는 말에 수긍이 될 것이다. 홍콩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3년 기준 홍콩 전체 토지의 7%가 간척 사업으로 매립된 곳이다. 

주어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모자르니 아예 곳곳에 공간을 창조해 버리는 홍콩의 간척 사업은 이 도시의 발전을 위한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진한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간척지이다. / 출처: 케세이퍼시픽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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