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인터뷰] 김미리 여성회장, “저의 두번째 인생은 봉사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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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인터뷰] 김미리 여성회장, “저의 두번째 인생은 봉사하는 삶입니다”


“저는 암이라는 걸 몰랐어요. 저같이 모범적으로 운동하고 담배, 술 안하는 제가 암에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친척 중에도 아무도 암환자가 없었으니까요."

 

김미리 홍콩한인여성회장은 2007년 봄 한국에서 정기검진을 마친 뒤 의사의 권유로 가슴만 정밀 조직검사를 추가로 받았다. 매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오던 것이라 아무런 의심도 없었고 홍콩으로 돌아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의사가 갑자기 암이라고 했을때...”


김미리 회장은 당시 의사의 첫 마디를 회상하자마자 순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었다. 한동안 쉼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에야 다시 이어졌다.


“그냥 엉엉 울었어요. 왜? 왜 내가?...”


정기검진은 매년 했었다. 유방암은 보통 혹이나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 정상인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정밀 검사를 하고 난 뒤에 알게 된 것이다. 의사는 유방암 2기라고 진단하면서 김미리 회장이 걸린 암은 ‘빠르고 고약한 놈’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 만에 수술을 했다.


‘수술후 5년. 생존율 67%.’ 잊혀지지 않는 두 숫자였다.

 

그렇게 펑펑 울고나서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엄마... 나, 암이래.”


김미리 회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땐 매스컴 때문에 암에 걸리면 ‘죽는 병’, ‘못고치는 병’이라고만 알았다.


‘앞으로 뭘 할까, 사업 정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홍콩을 떠나야 겠다, 어느 산으로 들어가지…’


온갖 근심과 걱정이 이어졌다.


그러다 자녀를 생각하니 살아야겠다는 용기가 들었다. 정신력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수술을 마친 뒤 홍콩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암에 좋다는 것은 물어보고, 먹어보고, 치료받고 또 찾아봤다. 그리고 마음 먹었다.


‘앞으로 1년은 김미리 인생에서 없는 것으로 하겠다.’


그러면서 아무게도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치료했다. 남편은 한국에, 자녀는 미국에..

 

오로지 혼자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어쨌든 살아남으려고 오기로 투병했다. 이미 벌려 놓은 한식 사업은 점점 더 성장했다.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 직원을 더 뽑아 업무 부담을 줄였다.

 

 

김미리 홍콩한인여성회장


그 와중에 가장 큰 힘은 종교였다. 그전에는 일요일에만 교회가는 썬데이 크리스챤이었는데 암이라는 병을 통해 인간이 이겨낼 수 없는 한계를 처음 느꼈다.

 

 

“하나님께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내 삶을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구요. 목사님과 교회 사람들이 함께 기도해주면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었죠”

 

 

그러다보니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몸이 좋아지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 나쁜 상황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르는데. 이제까지 내 가족 내 인생만 살았다면 이제는 봉사하는 단체에서 뭔가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여성회 회장이었던 장은명 고문이 적극적으로 여성회로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김미리 회장은 항암 치료 3년차였기에 여전히 재발 가능성이 높고 건강상태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유방암은 완쾌라는 표현 안 쓴대요. 5년 내에 재발가능성이 90%에 달해서 5년이 지나면 안정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10년이 지나도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미리 회장은 2010년 여성회 회장직을 맡아 올림피아 시티 쇼핑몰에서 열린 초대형 한식 페스티발 ‘Taste of Korea’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2년에는 故 이태석 신부의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톤즈’ 영화를 홍콩 영화관에서 최초 상영하며 자선 모금을 이태석재단에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김미리 회장은 유방암에 대해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예방방법이나 사전 검사를 통해 큰 피해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20여개 한식 체인의 수익 일정금액을 홍콩유방암센터에 기부하며 홍콩 유방암 환우들을 돕고 예방 캠페인에 참여했다.

 

 

“여성들은 자식, 남편, 가족을 먼저 생각할 뿐 자기 자신은 강철인줄 알고 챙기지 못하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설마 나는 아니겠지. 이런 생각하는 어머니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검사비 몇백불. 그게 아까워서? 1년에 한번. 그정도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콘서트 준비에 바쁜 김미리 회장, 한유미 홍보부장, 유주현 부회장(좌로부터)


여성회의 유주현 부회장은 김미리 회장보다 ‘선배’다. 두 임원은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했다. 죽음의 터널을 묵묵히 이겨낸 두 임원은 여성회의 대들보다. 다음달 5월 16일 여성회는 홍콩 시티홀에서 특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름하여 ‘핑크리본 콘서트’.

 

유방암을 극복한 줄리어드 음대 석박사 출신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를 홍콩으로 초청해 여성회 합창단과 한국 및 홍콩의 유방암 환우회 합창단 함께 공연을 갖는다.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가슴에 담은 ‘아름다운 그녀’들의 음악이 홍콩 밤하늘에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 사진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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