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 변호사] 수사기관에 체포될 때 이렇게 처신하라 - 3편 묵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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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변호사] 수사기관에 체포될 때 이렇게 처신하라 - 3편 묵비권

 

중계무역회사 A기업의 대표 박 사장은 홍콩의 C 기업과 전자부품 공급계약을 맺고 미화 10만 불을 선금으로 지불 받았다. 박 사장은 C 기업에 납품할 부품을 공급받기 위하여 다시 한국소재 B사와 계약을 하고 B사에 8만 불을 송금하였는데 B사의 최 사장은 이 돈을 받아 잠적하고 말았다.

 

유선을 통하여 C 기업에 설명하였지만, 자세한 사항을 홍콩으로 와서 설명하라며, 박 사장을 재촉하였다. 이에 박 사장은 곧바로 홍콩에 왔지만, 예상하지 못하게 다음날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는데, 알고 봤더니 C 업체가 박 사장을 사기로 고소한 것이었다.

 

박 사장은 누군가에게 묵비권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심 조사과정에서 경찰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주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경찰이 C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 사건을 사기사건으로 분류하고 박 사장을 기소한다고 고지할 경우 박 사장은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건이 형사로 분류되는 것이 민사로 남게 되는 것과 어떤 차이점을 의미하는지 사건 당사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판과정에서 형사사건이 민사사건과 명확하게 다른 대표적인 두 가지는 바로 특정 주장을 입증할 의무가 누구한테 있느냐는 점과 그 입증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에 있다.

 

입증의무

위 사건이 민사사건으로 간주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면 박 사장의 재판 당사자는 C사가 되지만 사건이 형사재판에 부쳐진다면 박 사장의 상대는 C사가 아닌 DOJ (department of justice)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판사가 박 사장은 사기꾼이다.” 라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DOJ는 형법상 범죄의 두 가지 요소인 Actus Reus (행위) Mens Rea (의도)가 박 사장에게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두 요소는 다음 기회에 보다 상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입증의 정도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의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standard of proof, 즉 입증의 정도이다.

민사사건으로 간주되어 박 사장이 C사와 법정에서 다투게 된다면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들어본 다음 balance of probabilities (개연성의 균형)에 입각하여 누구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 있는가를 판단하게 된다.

반면, 형사사건의 경우 판결을 얻기까지 판사를 설득시켜야 하는 입증 정도는 beyond reasonable doubt라 하여 합당한 정도의 의심이 없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판사가 박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경찰은:

1.     박 사장이 사기를 치고자 하는 고의성을 갖고;

2.     사기에 해당할만한 행위를 하였으며;

3.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위 두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제 박 사장이 인정 해야 할 것은 적어도 자신이 피의자 신분인 본 사건에 있어서 경찰은 자신을 돕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고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위 3가지 rule에 근거하여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잘못한 사실이 있다면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수 있겠지만, 사실과는 달리 자신이 부당하게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경찰서가 아닌 법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본 사건에서는 박 사장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에게 보다 유리 할 것이라 생각된다.

 

민사사건은 당사자 간에 소송 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상의 방안이다. 이는 금전 및 시간은 물론이고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제일 나은 방법이다. 하지만 형사사건의 경우는 다르다. 금전 및 시간은 물론이고 형벌이라는 결과가 뒤따르게 되기 때문에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묵비권 행사가 피의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 동시에, 수사기관에는 큰 장애라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조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행여 재판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로 묵비권을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음으로 개별 사안에 따라 현명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 내용은 해당 법률분야의 개괄적인 설명을 참고용으로 제공하고자 작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윗글의 내용 중 일부 혹은 전부를 특정사안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의견이 필요하실 경우 변호사에게 별도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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