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동안 달라진 변호사 업무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법원이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휴정했고 그 기간에 예정된 재판이 연기됐다. 무기한 연기되다 보니 저희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불편함이 많았다. 재판 자체가 몇 년 전의 사건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저희가 되짚어 준다던가 증인진술 작성 등에서 특정 부분을 숙지하라고 말씀을 드려야 한다.
그러나 (방역규제로)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도움을 드리지 못하니까 의뢰인 입장에서는 도움을 못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팬더믹 기간 동안 화상으로 재판에 참가할 수 있는데 저희가 바로 옆에 없다 보니까 즉각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못 드리는 경우도 있었다.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재판 준비 과정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홍콩은 전통적으로 재판이 시작되면 관련자들이 모두 참석해야 되는 게 규칙인데, 방역조치로 인해 화상재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미 존재했던 온라인 시스템이 팬더믹 상황에서 더욱 활성화됐다.
한국은 모든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는 반면, 홍콩은 여전히 서면으로 법원에 가서 직접 제출하도록 해왔었다. 작년 전염병이 심각해지자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으며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간단한 심리는 전화로도 진행한다.
저희 로펌은 상당부분 한국에 있는 기업과 개인 고객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정도 한국에 직접 가서 대면회의를 해야 하는데, COVID-19 때문에 출장이 어려워졌다.
화상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의뢰자가 소프트웨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대면회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법정이 문을 닫았으니 업무도 재택근무로 했는지
저는 출근을 했다. 변호사 업무 특성상 서면자료를 검토할 일이 많고, 자료를 집에 가져가서 하기도 어려운데다 대외비도 있기 때문에 출근해서 근무를 했다.
매출/수익/경영적 관점에서 영향은?
한국에 직접 가서 고객을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예전처럼 한국에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에 사건 수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는 김정용 대표 변호사께서 한국에 출장 중이다.
저희뿐만 아니라 로펌 규모에 상관없이 작년 변호사 업계는 대부분 사건 수임에 영향을 받았다.
일부 로펌에서는 변호사 급여를 일정기간 조정한다던가 수습기간 이후 채용 수가 현저하게 낮아지는 등의 소식이 있었다. 사실 작년에는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올해는 회복세에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홍콩변호사가 된 동기는?
큰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아버지가 북경에서 일을 하셨는데 법률시장의 가능성을보시고 제가 대학 진학할 무렵에 법조계로 권유를 해주셨다.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유학을 고민하다가 가까운 중화권, 홍콩으로 진학하게 됐다. 법 공부는 어려웠지만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어떤 게 더 힘든지? 대학 공부 VS 현업 근무
솔직히 말하면 너무 다른 것 같다. 공부는 법리위주이지만 현장에 나와서는 적용을 해야 하는데,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기다 보니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베스트셀러 중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이 있는데 사회에 나와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언제 누가 나에게 와서 어떤 문제를 물어볼지 모른다. 특히 고객이 필요할 경우를 우선으로 하다 보니 사적인 시간 관리도 만만치 않다.
변호사로써 보람된 에피소드 또는 자부심 느낄 때는?
재판에서 승소했을 때. 재판 결과를 판사님이 읽으실 때 ‘우리에게 승기가 온 것 같다’라고 느낄 때 짜릿하다.
또 주홍콩한국총영사관의 자문업무를 하면서 한국 교민들이나 관광객들에 자문을 드릴 기회가 많다. 한번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난 경우가 있었는데 감격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실 때 함께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관광객으로 오셨다가 법적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낯선 곳에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
최근 자주 받는 상담 분야/주제는?
올해 로맨스 스캠에 관한 상담이 좀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여성분이 홍콩의 남성으로부터 온라인 만남을 통해 교제를 하다가 암호화폐 구매, 송금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들이었다.
외국인 친구와 언어교환 명목으로 친해졌다가 한동안 신뢰 관계를 쌓으면 암호화폐로 큰 이익을 봤다며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이체, 송금을 하도록 유인하고 그 이후에 연락 두절, 거래소 폐쇄가 이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피의자나 피해 증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조심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민들에게 줄 수 있는 법률 관련된 팁은?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아 금전 거래나 사업을 하시게 되는데 이럴 때 기본적으로 개인 정보는 최소한으로 꼭 알아야 한다. 홍콩 아이디나 주소증빙, 명함 등을 알아두는 게 좋다.
문제가 발생해 재판을 위해 소송을 하려고 막상 준비하다 보면 상대방의 이름이나 주소 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교민들간에 오랫동안 만난 사이라도 자세한 서류를 주고 받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사본을 가져왔다고 해도 만료됐을 경우는 여권번호도 바뀌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돈을 거래할 때는 현금보다 수표를 추천하며 은행 송금으로 기록을 남기는 게 안전하다. 왜냐하면 재판으로 가면 결국에는 증거 싸움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돈을 줬다면 그것을 증빙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도 서면으로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문자, 이메일 등으로 꼭 남기시길. 그리고 사전에 꼭 변호사 상담을 통해 자문을 구하길 추천드린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