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인터뷰] “현재의 홍콩은 역사의 현장… 선거개혁, 관심있게 지켜봐야” 박완기 홍콩법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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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인터뷰] “현재의 홍콩은 역사의 현장… 선거개혁, 관심있게 지켜봐야” 박완기 홍콩법정 변호사

제3의 싱크탱크 ‘민주사로’ 출범위원 박완기 홍콩법정 변호사

 

 

 

 

한국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홍콩까지 영향을 받고있지만, 이번주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개정안 통과 여부이다. 선거안 통과를 바라는 홍콩정부, 중국정부, 친중국파와 이를 반대하는 범민주계의 마찰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범민주파는 선거안이 후보 추천위원 1200명의 과반수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예비후보 2∼3명에게만 최종 후보 자격을 부여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반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차단할 수 있다며 부결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5일에는 일부 급진주의자들이 폭탄테러 계획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행정장관 선거안을 두고 이렇게 첨예하게 입장차가 나뉘자, 제3의 길을 자처하며 대화와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싱크탱크‘ 민주사로(Path of Democracy 民主思路)’가 출범했다. 현직 입법회 위원이자 공민당 소속의 로니통(Ronny TONG 湯家驊)은 ‘분열의 홍콩’이 아닌 일국양제 시스템 안에서의 안정된 홍콩 추구를 모색하기 위해 지식인들의 머리를 모았다. 현직 의원, 교수, 변호사, 전직 고위관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상테이블을 넓히고 있다.

 


흥미롭게도 ‘민주사로’ 출범 이사회에 한국인이 있었다. 바로 박완기 (Moses Wanki Park) 홍콩 법정변호사다. 30대 중반의 ‘젊은 피’ 박완기 변호사는 홍콩 중문대에서 로스쿨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홍콩인들간의 첨예하게 논쟁이 되는 정치적 사안에 어떻게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해 직접 만났다.

 


“일국양제 (1 Country 2 Systems) 라는 정치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제도입니다. 제가 민주주의론을 공부했었기에 홍콩과 중국의 관계변화, 그리고 홍콩의 민주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어요. 평소 변호사로써 존경하던 로니통이 뜻깊은 자리를 만든다고 하셔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박완기 변호사는 독특한 학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15세에 유학길에 올라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대학을, 그리고 영국에서 석사를 마쳤다. 한국에서 해군장교(사관학교 교수요원)로 군복무를 마친 뒤 홍콩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자신은 평생 공부만 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정치학과 동양학을 전공하면서 민주주의론을 공부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중국의 정치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특별히 중국과 홍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변호사가 꿈이었는데 어디서 변호사를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아시아 법률분쟁의 허브인 홍콩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작년 홍콩은 학생이 주도한 ‘우산개혁’이라는 캠페인으로 센트럴과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지에서 많은 시위가 있었다. 미국 금융경영인을 욕하며 외치던 ‘월가를 점령하라’가 홍콩에서는 ‘센트럴을 점령하라’로 바뀌었다. 또, 홍콩의 보통선거권 요구로 이어졌다. 이런 모습을 매일 사무실 밖으로 지켜보던 그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왜 저 어린 학생들이 뜨거운 땡볕아래서 학교도 가지 않고 우산을 펼치고 있을까… 자신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침묵속에서 기다리고 참아내던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했습니다. 말로 표현 못할 뜨거운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인이 홍콩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매우 적다. 일반 거주자는 홍콩 투표권이 없고, 영주권자라도 홍콩 지역의원 투표에 참여해본 사례는 흔하지 않다. 홍콩인과 국제결혼한 가정이 아니면 한국 교민의 삶 자체가 홍콩인의 관심사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 홍콩 한인들에게 들려주고 싶거나 이번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조언을 구했다.

 


“지금 홍콩은 살아있는 역사의 한 현장입니다. 오늘의 어지러운 모습들이 미래 홍콩의 큰 역사적인 변화를 만들 발판이 될 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그 역사의 현장에 직접 살고 계신것이니 관심있게 지켜보고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일 겁니다.”


지적인 얼굴에 건장한 체격을 갖춘 그는 두 아들을 둔 수퍼맨이다. 그의 영문 명은 ‘모세’. 현재 홍콩엘림교회 중고등부에서 교사로 봉사하며 한인 아이들의 정체성과 비전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며 겪은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좋은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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