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절도범 몰렸다면? ‘절대 인정하지 마라’ [김정용 변호사의 법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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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절도범 몰렸다면? ‘절대 인정하지 마라’ [김정용 변호사의 법률칼럼]

 

두 아이의 엄마인 김씨는 슈퍼에서 아이들 간식으로 초콜릿 한 봉지를 골라 원산지 표기를 살피고 있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려 한 손으로 전화하다 아무 생각 없이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을 가방에 넣고 말았다. 마침 슈퍼 경비원은 이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김씨는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에 다가가 물건을 올려놓고 계산을 마쳤다. 양손에 봉투를 들고 슈퍼를 나가려는 순간, 경비원은 그녀에게 다가와 가방 속을 보자고 요구하며 강제로 사무실로 끌고갔다. 매장 매니저는 김씨의 가방에서 초콜릿을 찾아냈고 김씨는 자신이 전화통화를 하느라 계산하는 것을 깜박했다며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지불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이미 절도범으로 잡혔다고 말했다. 도망가면 도주혐의까지 추가된다는 설명과 함께 그녀의 전화기를 빼앗은 후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경찰을 기다리게 했다. 약 2시간이 흘렀지만,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왔다.

 

조급해진 김씨는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매니저에게 사정하게 되는데 매니저는 종이와 볼펜을 건네며 초콜릿을 훔쳤다고 인정하는 글을 쓸 경우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철석같이 믿은 김씨는 서툰 영어로 반성문에 가까운 글을 쓰게 됐다.

 

일부러 훔친 것이 아님에도 당장에 닥친 사태를 모면하자는 생각으로 결국 매니저가 원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 말았다. 김씨로부터 이 반성문을 건네받은 매니저는 약속과 달리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곧이어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경찰서로 연행하게 되었는데…

 

황당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통화에 집중한 나머지 진열대에서 집은 물건을 무심코 가방에 넣는다거나 옷 가게에서 고른 옷을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것을 깜박하는 행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다.


법적으로 보자면 김씨는 형법에서 요구하는 두 개의 필수 요건인 Actus Reus (행위)와 Mens Rea(의사) 중,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의사”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김씨의 변호인은 이점을 1차적으로는 경찰수사에서, 2차적으로는 재판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김씨의 자백서는 매니저의 회유로 (사건이 무마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에 의해 작성된) 자발성이 결여된 진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착오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작성된 진술서로 인정하고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매니저는 정당한 권한 혹은 이유 없이 김씨를 2시간 동안 슈퍼사무실에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도 불법감금에 해당할 수 있기에 이런 상황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더더욱 문제시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위와 같은 의문점이 효과적으로 제기된다면 판사는 Beyond reasonable doubt이라는 형사 재판상 원고 측 입증책임의 요건에 따라 김씨를 무혐의로 풀어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닥치게 된다면 감정보다는 법과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홍콩의 문화에 따라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고 용서를 호소하는 것 보다는 지체 없이 지인 혹은 법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내용은 해당 법률분야의 개괄적인 설명을 참고용으로 제공하고자 작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윗글이 법률의견은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 드리며 내용 중 일부 혹은 전부를 특정사안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적용해서도 안 됩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의견이 필요하실 경우 변호사에게 별도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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