推 밀 추, 밀 퇴 퇴고(推敲)는 당나라의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시를 쓰면서 문을 "민다"라고 할 지 문을 "두드린다"라고 할 지 고민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퇴고의 퇴(推)는 '밀 퇴'이고 고(敲)는 '두드릴 고'입니다. 가도가 어느 날 길을 가면서 머릿속으로 시를 쓰던 중 퇴(推)와 고(敲) 둘 중 어떤 글자를 골라야 할 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거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앞에 오는 행차를 보지 못해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 행차는 당시의 유명한 시인이자 벼슬아치인 한유(韓愈)의...
企 꾀할 기, 발돋움할 기 한자를 깨뜨리는 것을 파자(破字)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친할 친(親)을 쪼개서 立木見으로 쓰는 식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친한 친구가 놀러 오는지 궁금해서 나무(木, 나무 목) 위에 서서(立, 설 립) 멀리 내다보고(見, 볼 견) 있는 모습”이라는 식으로 말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노는 것을 파자 놀이라고 합니다. 이런 파자 놀이를 사용한 퀴즈로 “쌀을 키우는 데에 손이 몇 번이나 갈까?”가 있습니다. 답은 88번입니다. 쌀 미...
企 꾀할 기, 발돋움할 기 企(기)는 사람 인(人)과 그칠 지(止)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그칠 지(止)는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발자국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企(기)는 사람(人)이 발을 멈추고(止) 제자리에서 무언가를 보려고 발돋움을 한다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여러 한자의 뜻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를 회의자(會意字)라고 합니다. 한편 企에는 무언가를 꾀하거나 도모한다는 뜻도 있는데 지금은 이 뜻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기업(企業)은 사업(業)을 꾀하는...
膠 갖풀 교, 아교 교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가 위화도 회군입니다. 고려의 우왕(禑王)이 명나라를 치고 싶어하자 이성계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네 가지 이유를 말했는데 이것을 사불가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왕은 이성계에게 명나라 공격 명령을 내렸고, 이성계는 군사를 이끌고 요동으로 가다가 압록강에 있는 위화도에서 군대를 개경으로 돌립니다. 이 사건이 조선 건국으로 이어지지요. 이성계가 말한 사불가론 중 네 번째 항목은 "장마철이라서 활에 붙인 아교가 떨어진다" 였습니다....
烏 까마귀 오, 검을 오 옛날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면서 온 몸이 검기 때문에 눈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 조(鳥)에서 눈을 상징하는 획 하나가 빠진 글자가 까마귀 오(烏)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새의 시점에서 그린 지도를 조감도(鳥瞰圖)라고 하는데, 여기서 획 하나만 빼면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가 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형편없는 군대를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오합지졸(烏合之卒)이 있는데, 글자대로 보면 까마귀(烏)가 모...
也 어조사 야, 또한 야 천자문은 중국 남북조시대 때 주흥사라는 사람이 당시 황제였던 양무제의 명을 받아 지었습니다. 양무제가 주흥사에게 천 개의 글자를 한 번씩만 사용해서 글을 지으라고 했는데, 일설에 의하면 하룻밤 안에 글을 다 쓰지 못하면 사형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주흥사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천자문을 다 쓰고 나자 머리가 다 하얗게 세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천자문을 흰 머리 글,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릅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참 유...
虹 무지개 홍 옛날 중국 사람들은 무지개를 머리가 두 개 달린 용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몸통이 하늘 높이 떠 있고 두 머리가 땅에 닿아 있는 상태인 것이죠. 무지개는 한자로 虹(홍)이라고 쓰는데 벌레 충(虫)이 뜻 부분이고 장인 공(工)이 소리 부분입니다. 소리 부분인 공(工)과 무지개 홍(虹)의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데, 이렇게 형성자의 소리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장인 공(工)은 소리 부분입니다만, 옛날 중국 사람들이 工을 양쪽에 머리가 달...
田 밭 전 밭 전(田)은 광동어로 틴(tin4)이라고 읽습니다. 홍콩에는 '틴'으로 끝나는 지명이 많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홍콩에 밭이 많았나 봅니다. 당장 지하철에만도 샤틴, 호만틴, 람틴 역이 있습니다. 틴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샤틴와이 역도 있고요. 오늘은 이 지명들의 유래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샤틴은 한자로 沙田(모래 사, 밭 전)이라고 씁니다. 지금 샤틴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원래 이름은 렉윈(Lek Yuen, 瀝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홍콩이 영국령이 된 후 ...
鰂 붕어 즉, 오징어 적 몇 년 전 일입니다.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홍콩 지하철 역 이름에 내가 모르는 한자가 있었어.” 중국 사람이 한자를 모른다니? 친구들과 함께 어떤 역인지 찾아봤습니다. 곧 노선도에서 문제의 역을 찾았는데 그 역 이름을 본 다른 중국인 친구가 “나는 이 글자 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 한자를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 한자는 중국에서 거의 안 쓰이는 희귀한 ...
麵 국수 면 냉면, 라면, 밀면처럼 곡식 가루를 반죽해서 가늘게 뽑아낸 음식을 순 우리말로는 국수, 한자로는 면(麵)이라고 합니다. 麵은 麥(보리 맥)과 面(얼굴 면)으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麥이 뜻 부분, 面이 소리 부분입니다. 뜻과 발음이 같고 모양이 다른 한자로 麪(국수 면)이 있는데 보통은 麵이 더 자주 쓰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면(麵)이라는 한자만 사용하지만 중국어에서는 재료와 조리법 등에 따라 면(麵), 분(粉) 등 다양한 글자를 사용합니다. 麵은 총 획수가 20획이나 ...
轟 울릴 굉 같은 한자가 세 개씩 모여서 만들어진 한자들이 있습니다. 나무 목(木)이 세 개 모이면 나무가 빽빽한 숲이 될 테니 수풀 삼, 빽빽할 삼(森)이 됩니다. 구부러지지 않고 곧다는 뜻의 곧을 직(直)이 세 개 모이면 곧고 곧고 또 곧게 되어 우뚝 솟을 촉(矗)이 되는데, 임진왜란 때에 논개가 왜장을 안고 강으로 뛰어든 곳인 경상남도 진주시 촉석루(矗石樓)가 이 우뚝 솟을 촉(矗)자를 씁니다. 중국 본토에서 쓰는 간체자 중에도 이런 글자가 있습니다. 무리 중(众)이라는 글자인데...
的 과녁 적, 접미사 적 한국어의 외래어에 있는 '스', '즈' 발음은 광동어에서 '시' 발음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광동어로 버스는 빠시(巴士)가 되고 사이즈는 사이시(晒士)가 됩니다. 딸기도 영어 스트로베리를 그대로 음차해서 시도베레이(士多啤梨)라고 씁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와 택시가 한국어에서는 발음이 비슷하지 않지만 광동어에서는 빠시와 떽시가 되어 운율이 맞습니다. 택시는 광동어로 的士(dik1 si2)라고 쓰는데, 듣기에 따라 떽시로 들리기도 하고...
淦 물 이름 감, 가라앉을 함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한자들을 벽자(僻字)라고 합니다. 이 때의 벽(僻)은 '후미질 벽'으로, 산간벽지(山間僻地) 할 때의 벽이 바로 이 벽입니다. 이 벽(僻)이라는 글자 자체도 자주 쓰이지 않는 글자이니 어쩌면 벽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벽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한국의 여러 한자 검정시험들의 1급 시험 범위인 3500자를 넘어선 글자들을 벽자라고 보면 딱히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자주 쓰이는 한자를 상용자 2500자와 차상용자...
讓 양보할 양 약 3300년 전에 갑골문이 사용된 이래 한자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글자의 뜻이 바뀌거나 확장되기도 했지요. 讓(양)은 원래는 꾸짖다, 말다툼하다의 뜻이었는데 역사 속에서 뜻이 반대로 바뀌어 지금은 ‘양보할 양’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다투는 걸 주위에서 보면서 “저 사람들, 다투지 말고 서로 양보해야 할 텐데!” 라고 말하다 보니 讓의 뜻이 ‘다투다’에서 ‘양보하다’로 바뀌었던 건 아닐까요? 讓(양보할 양)은 言(말씀 언)과 襄(도울 양)이 합쳐진 형성...
防 막을 방 그리스 문자의 베타(β), 독일어 알파벳의 에스체트(ß)와 닮은 阝는 ‘언덕 부’ 자입니다. 부수로 자주 쓰이는데, 防(막을 방)에서와 같이 글자의 왼쪽에 오기 때문에 좌부방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모양은 阜인데 부수로 쓰일 때에는 모양이 阝로 바뀝니다. 都(도읍 도)에서와 같이 阝가 글자의 오른쪽에 올 때도 있는데, 이 때의 阝는 邑(고을 읍)이 변형된 모양이며 우부방이라고 부릅니다. 좌부방이 있는 글자는 언덕과 관련된 뜻을, 우부...
辣 매울 랄 뜻을 나타내는 부분과 음을 나타내는 부분을 합쳐서 새로운 한자를 만드는 방법을 형성(形聲)이라 하고, 형성을 통해 만들어진 한자를 형성자(形聲字)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한자가 형성자라는 점을 활용하면 모르는 한자를 보아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靑(푸를 청)의 발음이 ‘청’이라는 것만 알면 뜻은 몰라도 淸, 請, 晴, 鯖, 凊, 蜻, 䝼의 발음이 모두 ‘청’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식입니다. 실제로 순서대로 맑을 청, 청할 청, 갤...
寧 편안할 녕 안녕하세요? 우리는 안녕(安寧)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합니다. 친구를 만나면 “안녕?”, 선생님을 뵈면 “안녕하세요?”, 부모님께서 출타하시면 “안녕히 다녀오세요.”, 손님이 떠날 때에는 “안녕히 가세요!”까지. 이 ‘안녕’의 뜻은 무엇일까요? 안녕은 安(편안할 안)과 寧(편안할 녕)으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편안하고 편안한, 즉 걱정거리도 없고 탈도 없는 상태가 안녕입니다. “안녕히 가세요!”는 돌아가는 길에 아무런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인사말인 것이지요. 그러므...
潔 깨끗할 결 청결, 간결, 순결, 성결, 결백의 결은 모두 潔(깨끗할 결)입니다. 潔을 쪼개 보면 氵丯刀糸가 되는데, 이 각 부분들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한자 공부가 될 것입니다. 먼저 氵는 水(물 수)가 부수로 쓰이기 위해 변형된 모습으로, 점이 세 개가 있기 때문에 삼수변이라고 부릅니다. 冫처럼 점이 두 개가 있으면 이수변이라고 부르는데 삼수변은 흐르는 물, 이수변은 얼음을 주로 나타냅니다. 冰(얼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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