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 변호사의 법률칼럼] 한국 판결문을 홍콩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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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변호사의 법률칼럼] 한국 판결문을 홍콩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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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홍콩의 모 식품박람회에서 한국교민 홍 사장을 알게 되었다. 홍 사장은 자신이 홍콩의 대형슈퍼마켓에 한국산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데 마침 한국산 딸기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며 한 사장과 같은 생산자를 찾고 있었다고 하였다.


홍 사장은 이어 홍콩으로 수입되는 딸기는 변질에 대한 위험부담으로 수출자가 후불조건을 감수해야 한다며 한 사장도 딸기를 납품하려면 이런 지불방식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평생 농사만 짓던 한 사장은 홍콩에 대하여 알리 없었고 언어문제 때문이라도 처음부터 홍 사장과 같은 교민이 운영하는 업체를 찾고 있었다. 한 사장은 현지에서 통역을 돕고 있는 학생을 통해서 홍 사장이 납품 중이라는 현지 슈퍼마켓이 100개가 넘는 소매점을 운영하는 홍콩의 대표적 슈퍼마켓 체인업체라는 설명을 듣게 되고 홍 사장과 같이 일하면 언어적인 문제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지불조건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납품가가 국내와 비교해서 50%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부패에 따른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홍 사장을 믿어보기로 했다.두 사람은 딸기 공급/구매에 관한 계약서에 서명하고 한 사장은 귀국 후 바로 첫 선적을 시작하였다.


거래는 1년간 순조롭게 이루어졌지만, 문제의 발단은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하던 홍 사장의 무리한 주문량이었다. 실제로 받은 주문에 비하여 10배에 가까운 주문을 한 홍 사장은 결국 5억 원에 가까운 딸기를 매각하지 못하고 폐기하기에 이르렀고 곧이어 한 사장과 대금문제로 다투게 되었다.


한 사장은 딸기가 부패하여 폐기 처리된 이유가 홍 사장의 무리한 주문이 원인이었다는 판단에 홍 사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한 사장은 홍 사장과 그의 업체를 상대로 한국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내었다. 하지만 홍 사장은 한국에 재산이 없었고 홍콩에 업체와 자신의 명의로 2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이를 알게 된 한 사장은 홍콩에서 판결을 집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홍콩변호사를 찾게 되는데…….


한 사장이 우선으로 살펴야 하는 것은 과연 소송을 한국에서 제기한 것이 옳았던 것인가의 문제이다. 통상적인 계약서에는 Governing Law (관할법) 및 Jurisdiction Clause (관할법원)조항들이 있으므로 한국법 및 한국법원이 관할권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런 조항들이 없는데도 한국에서 재판이 이루어졌다면 홍콩법원에서 이를 받아드려 달라는 소를 제기하기 위해 한국법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한 소명은 필수적이다.


이미 취득한 판결문을 홍콩에서 집행하려면 한 사장은 홍콩법원에 한국법원이 내린 판결문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해 달라는 소를 제기해야 한다.이는 별도 민사소송을 통하여 채무자의 자산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꾀하는 것으로써 별도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는 Foreign Judgments (Reciprocal Enforcement) Ordinance (Cap. 319)에 비하면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동 조례 하에 홍콩법원은 일부 국가(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브루나이, 뉴질랜드, 버뮤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및 이스라엘)의 법원에서 내린 판결문만 인정하고 있으며,한국과 같이 홍콩과 관련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지역은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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