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의 민간인 정보 수집 사실을 공개한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29)의 폭로 과정은 할리우드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국가안보국(NSA) 하와이 지부와 계약 관계인 부즈앨런해밀턴, 델 등에서 일하며 연봉 20만 달러(약 2억2600만 원)의 고수익을 올린 그는 하와이에서 애인과 동거하며 안정된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미 정부가 국민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데에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결심한 그는 하와이 NSA 사무실에서 기밀문서를 복사하고 '거사'에 들어갔다. 직장 상관에게는 간질 치료를 받는다며 휴가를 냈고 애인에게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5월 20일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홍콩에 도착한 뒤 3주 동안 호텔방에 머문 그는 차근차근 폭로를 준비했다. 그가 투숙 기간에 호텔방을 나간 것은 단 3회. 식사도 오직 방에서만 했다. 10년 가까이 미국 정보기관에 근무한 그는 미 정보기관의 정보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도청을 우려해 호텔 문틈을 전부 베개로 막았다.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는 혹시 방 안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붉은색 천을 뒤집어썼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인 NSA가 나를 감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의 폭로로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는 장면을 직접 본 그는 "미 정부가 나에게 간첩 혐의와 함께 미국의 적들에게 이익을 줬다는 죄목으로 어떻게든 나를 법정에 세울 것이란 것을 잘 안다"며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가족 및 지인들. 그의 폭로 이후 NSA 요원들이 가족을 만나러 두 번이나 집을 찾았고 애인까지 조사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미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나의 가족 및 친지들이 정부로부터 어떤 핍박을 당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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