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님 안 반기는 한국 식당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손님 안 반기는 한국 식당들

(2014년 2월 작성)

글 손정호 편집장 


(이글은 2014년 2월에 쓴 것을 다시 가다듬은 글입니다. 당시 한식당 오픈 붐이 일어날 때이기에,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내용입니다.) 

 


일부 한식당에서의 일입니다.

 

시내의 어느 한식당 주인은 한국인 손님이 식당에 들어오면 표정이 바뀌면서 좌석배정부터 구석자리로 안내합니다. 주인에게 한국말로 메뉴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없이 자리를 뜨면서 홍콩인이나 필리핀 직원들이 대신 대답을 합니다.

 

그 식당에서는 기본적인 서비스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밥값 만큼의 서비스를 받아가는 것이 다행일 정도입니다.


손님이 ‘내가 착각했나?’ 싶어서 일단 밥먹기 시작하면, 다른 홍콩인 고객을 반갑게 반기며 안내하는 그 주인장의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홍콩인에게는 영어, 광동어를 섞어가면서 친절하게 메뉴를 설명하는 모습에 이 주인장이 한국사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될 정도입니다. 혹은 한국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아서 외면하는 것인가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만듭니다.


또 다른 한식당은 매니저가 손님보다 먼저 메뉴를 권합니다. 메뉴를 권하는 것이야 도리어 적극적인 모습에 괜찮겠지만 문제는 주문 이후의 태도입니다.


손님이 고른 메뉴가 저렴하거나 너무 평범하면 찬바람 쌩하니 일으키고 가버립니다. 처음 주문양이 적더라도 나중에 더 주문을 할 수 있을터인데 두번 더 보지 않을 얼굴처럼 차갑게 돌아섭니다.


저는 광고주 한식당 뿐만 아니라 업주들이나 매니저와 안면이 있다보니 이런 차가운 대접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위 교민분들께서 적지 않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토로하시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일부 식품점도 비슷한 불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유독 우리 한국사람끼리 불친절한 걸까요?


제 생각으로는, 아마 한국식당에 홍콩인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생긴 안타까운 부작용이지 않나 싶습니다. 친철한 응대에 익숙한 한인 고객들은 한식당이 친절하지 않으면 불쾌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홍콩인들은 친절 여부에는 크게 개의치 않죠. 게다가 한인 고객들은 음식맛에 너무 잘 알아서 ‘공짜로 주는’ 반찬에서부터 이런저런 평가를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홍콩사람들은 한국 음식 맛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불평이 적을 수 밖에요. 그리고 다 먹지 못하더라도 이것저것 많이 주문하고 봅니다. 보통 저녁 식사로 한인 고객 2~3명이 1000달러의 매상을 해준다면 홍콩인들은 2000달러가 족히 넘을 수 있습니다.


한 테이블을 남겨두고 두 배가 넘는 매상을 올려줄 홍콩 고객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먼저 모시겠습니까? 음식 맛에 대해서 불평이 없고 매상을 올려줄 고객이라면? 식당 주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구본주 눈칫밥 30년.jpg

▲ '우리 맛, 우리 향수를 느끼려는 교민들이 왜 한식당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지...'

     구본주 / 눈칫밥 30년(To Eat a Person's Salt for 30 Years) / 브론즈, 철 / 70x70x20cm 1999작품



한편으로는 한식당에서만큼은 ‘한국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교민들의 심리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 중에서 중국식당이나 얌차집에 가면 까다롭게 주문할 수 있으신지요? 광동화도 안될 뿐더러 낮은 서비스에 대해서 한마디 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홍콩에 살면서 유일하게 한국말이 통하고, 음식 주문도 편하게 하는 곳이 한식당입니다. 복잡한 한자와 영어 간판들 사이에서 한국식당 간판을 보면 왠지 반갑고, 그곳에서 만큼은 허기진 육체와 정서적 외로움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한식당에서는 한국말로 편하게 떠들고, 한국말을 하는 종업원과도 농을 건네기도 합니다. 현지 식당에서는 음식에 대해 한마디 불평을 못하던 사람들도 한식당에 와서는 ‘짜다, 맵다, 싱겁다, 맛있다, 저번보다 못하다…’ 쉽게 말할 수 있지요.


어쨌든 반가운 마음으로 한식당을 방문했는데 한국인 주인의 싸늘한 외면과 불친절, 필요 이상의 매상요구를 한다면 많이 서운할 것 같습니다. 일반 홍콩 식당보다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우리의 맛, 우리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찾아왔는데 말이지요. 최근 수년간 홍콩에 한식당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도 망했다는 식당은 미미합니다. (이 글을 쓴 이후 10년사이 시위와 펜데믹, 저성장 경제 영향으로 유명했던 곳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요식업과 전혀 관계가 없던 사람도 어느날 ‘뚝딱하고’ 식당을 차려서 ‘잘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업에는 철학과 신념이 있어야 영속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시장과 양적 성장에만 집착할 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흥망성쇠의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가장 잘 될 때가 위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홍콩인들의 한식 소비 증가로 한식당과 식품점들이 풍년을 누리고 있을 때, 현지인들과 스킨쉽을 가장 많은 한식당 업주들이 ‘무엇이 한국적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 음식만이 상품이 아니라 한국 서비스도 엄청난 상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759’ 같은 수입전문 체인점은 홍콩내 한국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파격적인 가격(30~50%)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홍콩인이 따라할 수 없는 ‘한국적인 것’이 있어야 진정한 ‘한국’이란 이름을 붙여서 사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