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보다 편하고 아늑한 이름, 어머니. 모든 것을 이해하며 철없는 소원도 들어줄 것만 같은 존재. 그런 어머니를 바라만 보다 어느덧 자신도 어머니가 되어 자녀들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위치가 된 어머니들이 좀 더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에 숨죽이며 앉았다.
"아버지한테 맨날 당하시는 엄마가 너무 미련해 보였어요. 저는 커서 절대 아버지 같은 사람 안 만날거라 다짐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어요. 어쩌면 제가 남편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8일 오후, 어머니학교의 마지막 수업이 열린 온사랑교회에는 많은 어머니들이 아련한 추억에 빠진 소녀들처럼 앉아 있었다. 살짝 손을 대면 톡 터질 듯 웃음도 아닌 그렇다고 눈물도 아닌 그런 표정으로.
각 테이블마다 5~6명의 어머니들이 앉아 서로의 삶을 진지하면서도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
"어릴 때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막 대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저희집 막내가 저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어릴 때 제 모습과 똑같은 거예요."
"남편이 홍콩사람이어서 문화적이 차이가 있으니까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시간을 통해 생각해보니 제 중심으로만 생각한 것 같네요."
각 테이블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처럼 남편과의 성격차이, 자녀교육, 시댁과의 갈등 등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한국의 기독교재단인 두란노 어머니학교에서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5일간의 일정으로 42명의 어머니화 함께 홍콩 온사랑교회에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기복 교수의 '어머니의 영향력' 강의, '나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였으며 나는 어떤 어머니인가', '남편에게 편지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재발견하고 자신에게 되물림되고 있는 어머니의 부정적인 모습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홍콩인 및 서양인과 결혼한 국제결혼가정의 여성들도 8명이 참가해 결혼후 쉽게 풀지 못했던 남편과의 견해차이, 문화차이를 털어놓으며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어머니학교 한은경 본부장은 "홍콩 (어머니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심한 상처는 없는 대신에 의외로 마음속의 공허는 더 많은 것 같다. 또 남편들이 현재 큰 자리, 중요한 시점에 있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많아 아내들도 걱정하는 것을 느꼈다"며 "많은 어머니들이 이번 시간을 통해 (정서적으로) 회복되어져서 남편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의 총 책임을 맡은 고가영 씨는 참가한 어머니들께 "배운 것은 오늘부터 바로 적용하고, 실수하고 틀리더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라고 격려했다.
취재 손정호 편집장
사진 전은경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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