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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한국에는 센베이 과자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댁에서 종종 보았던 추억의 과자다.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홍콩에도 이에 견줄 수 있는 전통 제과가 있다. 광동어로 텅벵(唐餠), 혹은 러우벵(老餠)이라 부른다.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며 홍콩인들의 추억과 향수를 달래고 있다.
80년대 전성기를 맞은 텅벵
텅벵은 20세기 평민의 삶에 스며들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텅벵 브랜드는 최초로 문을 연 항헝(恒香)병가를 비롯하여 케이와(奇華)병가, 따이통(大同)병가, 영와(榮華)병가 등을 들 수 있다. 80년대 홍콩의 경제가 부흥을 이루었을 때 텅벵업계는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 브랜드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여 세계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90년대 들어 서구 베이커리들이 홍콩이 들어오며 전통 제과점은 타격을 입었다. 예전에 차와 음식을 제공하는 차루(茶樓) 식당들은 제과도 함께 운영했다. 그런데 이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닫게 되자, 제과만 제공하는 것으로 업종의 형태에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텅벵 브랜드들은 시장의 수요에 적응하기 위해 변혁의 몸부림을 쳤다. 오늘날 비록 백년 전통의 텅벵업체들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나, 이들 가게 대부분은 구 지역의 골목으로 숨어 버렸다.
주요 텅벵
-홍콩식 호두과자 왓터우서우(核桃酥)

왓터우가 호두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붙여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호두과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의 호두과자는 말랑한 빵에 가깝지만 홍콩식은 바삭한 과자의 형태다. 밀가루로 만들며 위에 호두를 깔았다. ‘서우(酥)’는 바삭하다는 뜻이다. 왓터우서우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텅벵 중 하나다. 예전에 궁궐에서 먹던 간식이었다. 오늘날 홍콩의 전통 혼례에 등장하는 과자이기도 하다.
-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은 꿩서우벵(光酥餠)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간 간식이다. 예전에 돈 없는 시민들이 허기를 면하고자 먹었다. 겉모습은 상당히 뻑뻑해 보이지만 의외로 식감이 부드럽다. 먹을 때는 꼭 음료와 함께 해야 갈증을 면할 수 있다.
- 마누라빵이란 이름의 러우퍼벵(老婆餠)

사실 이 칼럼을 쓰기 전 내가 들어 봤던 유일한 텅벵은 러우퍼벵이었다. ‘러우퍼’는 아내, 마누라를 뜻한다. 이름의 유래에는 몇가지 설이 있는데, 모두 아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그중 가장 감동적인 설은 이렇다. 한 부녀자의 남편이 병이 났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치료할 돈이 없었다. 아내는 자신의 몸을 팔아 노예가 되었다. 이에 남편은 아내를 버릴 수 없어 표면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고 안은 부드러운 동과소로 채워진 빵을 개발해냈다. 남편을 이것을 팔아 돈을 벌어, 다시 아내를 사왔다는 이야기다.
- 삼국지에서 유래된 혼인빵 까노이벵(嫁女餠)

까노이벵의 ‘까노이’는 시집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유래는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나라의 군주 손권은 거짓으로 딸을 유비에게 시집보낸다. 이는 책사 주유의 계책이었다. 이렇게 해서 유비가 장기 임대 중인 형주를 거두어들이려 한 것이다. 유비는 이런 계책을 눈치채고 실재로 하는 혼인인양 풍성한 제과들을 예물로 보냈다. 이때부터 혼인에는 으레 까노이벵을 보내는 풍습이 전해지게 되었다. 까노이벵은 네가지 색채를 담은 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곧 부귀함을 상징한다.
주요 병가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따이통 병가는 윈롱에 위치하는데, 1943년 개업했다. 윈롱은 텅벵이 흥성하게된 발원지이기도 하다. 따이통은 윈롱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병가이다. 윈롱에는 따이통 외에도 항헝 병가와 영와 병가가 길 하나 사이에 위치하여 경쟁을 하고 있었다. 이들 세 브랜드는 함께 맛을 겨루며 텅벵을 발전시켰다.
기와병가는 우리 교민이나 여행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선물용으로 구입하기 위해 많이 들르는 곳이다. 지하철역 등 홍콩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다. 1938년에 문을 연 가족 경영 전통 중식 제과점으로, 홍콩의 대표적인 오래된 브랜드 중 하나다. 월병, 중식 혼례 예물 케이크, 아몬드 비스킷 등으로 유명하며, 전통과 현대적 혁신을 결합해 홍콩 안팎에서 사랑받고 있다. 웡입영(黃業榮)이 구룡 야우마테 상하이가에 작은 사탕, 잡화점을 열며 영업을 시작했다. 기와 병가는 일제 시절 홍콩이 일본에 점령당하며 문을 닫게 되었다.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남은 재료로 침대판을 작업대 삼고 큰 철통 또는 배럴을 오븐 대신 사용해 위에서 소개한 꿩서우벵과 아몬드 비스킷을 만들어 이웃과 항구의 주민들에게 팔았다. 이 간단한 과자들이 힘든 시기에 희망의 상징이 되어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기와 병가에게는 제과 사업 흥성의 출발점이 되었다.
내가 맛 본 텅벵은?
우리집 근처에 있는 기와병가에 들러 러우퍼벵을 먹어 보았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둥글고 넙적한 모양이다. 아낌없이 뿌려진 깨가 겉면에 촘촘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남편의 지극정성으로 탄생한 러우퍼벵을 먹어 보며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느껴 보았다. 표면은 바삭하고 안에 든 소는 그리 달지 않아 먹기 좋았다. 약간의 느끼함은 함께 마시는 차가 가라앉혀 준다. 중국식 애프터눈 티 간식으로 그만이다.
참고 문헌
<香港百年>,雪姬,創意市集,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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