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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습니다. 한국에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이 홍콩보다 더 덥다고 합니다. 오히려 홍콩에 오니 시원하다고 하지만, 계속 홍콩에 있는 제게 더위는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입니다. 그저, 더울 뿐입니다. 지난 8/9은 홍콩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날이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걷다 길에 녹을 것 같은 더위입니다. 더위 뿐 아니라 습도도 높으니 그늘에 들어가도 더위는 여전합니다. 바다가 가까운 홍콩의 더위가 가진 특징입니다. 비가 오면 좀 시원해지지만, 그 대가로 습도를 견뎌야 합니다. 습도는 곳곳에 곰팡이를 가져오고, 결국 버리는 옷과 물건들이 생깁니다. 몸과 물건을 두루두루 잘 관리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언제나 더위가 심해지면 저는 대학생 때 읽었던 글이 떠오릅니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글입니다. 그는 감옥 안에서 더위를 맞이합니다. 옆에 사람이 있지만, 피할 곳이 없습니다. 비좁은 곳에서 부대끼며 더위를 지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는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말합니다. 그의 통찰력이 제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신영복 아카이브 중)
어떤 한 사람이 미움받습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미움의 원인입니다.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땀이 주르르 흐르고 뜨거운 햇빛에 머리가 어질해져 졸음이 쏟아질 정도가 되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와도 자신도 모르게 밀어냅니다. 무거워진 다리는 스스로의 체중을 원망합니다. 빨리 시원한 곳에 가 다 벗어버리고 눕고 싶습니다. 타인을 미워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짜증과 불평이 납니다. 그것이 더위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모두 더위를 원망하나 봅니다.
“목사님, 홍콩이 더워도 쇼핑몰은 시원해요. 건물 안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지낼 만 한 곳이예요”라는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 말씀대로, 더위를 식히고자 쇼핑몰에 들어가 괜히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곤 합니다. 그러나 마음 한 곳은 편하지 않습니다. 건물 밖에서 일하는 분들은 얼마나 더울까?를 생각합니다. 건물 안에서 일 한다고 해도,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불 옆을 떠날 수 없습니다. 기상청에서 연이어 보내주는 폭염 경보는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더욱 가혹하고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나만 시원하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의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봅니다. 그 무거운 마음이 오히려 저를 더 넓은 곳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나만의 더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더위를 생각하게 되니까요. 신영복 선생이 감옥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우리도 더위 속에서 이웃을 한번 더 돌아보며 인간관계를 생각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요? 내가 지치기 때문에 타인도 지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함께 있어 더 덥고 힘든 것이 아니라, 함께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합니다. 택배 기사님께 시원한 물을, 때로는 음료수를 준비해드리기도 합니다. 힘들지만 더위는 지나고 있고, 이제 곧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새로운 계절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서로 도우며 힘을 내도록 격려해야 모두 함께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언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음을 기억하며 준비하는 것이 지혜겠지요. 어느덧 8월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모두 새로운 계절을 건강하게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여러분의 마음이 시원하기를. 또한 옆 사람을 체온 덩어리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여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모두 지치지 않고 힘 내십시오. 더위 속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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