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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에서 악어새로… 변화하는 홍콩과 중국의 역학관계

기사입력 2018.03.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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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홍창표 KOTRA 홍콩무역관장

     

     

    홍콩을 관광지가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국제적 금융센터이자 물류의 중심지다. 아편전쟁을 계기로 영국이 홍콩을 점령하면서 홍콩경제의 시작은 영국과 함께했지만, 최근 50년간의 발전은 중국과 그 궤를 같이한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조치로 홍콩 제조업체들은 인근 광둥성을 중심으로 공장을 대거 이전했다. 완구와 의류, 전자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홍콩경제는 20세기 후반 이후 서비스 주도형 경제체제로 탈바꿈한다. 노동집약형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중계무역 기지로서의 역할이 ‘홍콩경제 1.0 시대’였다면, 서비스업 주도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홍콩경제 2.0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홍콩의 무역·물류·금융 중심지 위상 흔들려

     

    홍콩은 주변 지역의 경제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존립근거를 확보하고 안정적 발전기반을 토대로 지속 성장의 근거를 마련해왔다. 중국과 아시아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는 무역, 물류, 금융, 교육, 미디어, 관광에 특화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서비스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에 이른다.

     

    최근 10여년 사이 중국과 홍콩의 관계는 180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간 홍콩 제조업체들은 초창기 중국의 경제발전 전략에 큰 힘이 됐다. 중국 정부가 광둥성과 푸젠성을 중심으로 경제특구를 설립한 것도 홍콩과 대만 자본을 겨냥한 것이었다. 중국은 본토에서 홍콩과 대만 자본으로 생산된 제품을 홍콩항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홍콩 투자 기업이 중국 본토 기업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면서 중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중국은 또한 홍콩 전시회 기간 전후로 유사한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외국 바이어를 끌어모았는데, 자체적으로 단독 전시회를 하면 글로벌 바이어가 찾지 않으니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중국과 홍콩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면서 발전해왔고, 이러한 시간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지속됐다. 주로 중국이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홍콩에 의지해 발전하는 과정이었다. 홍콩이 ‘갑’이고 중국은 ‘을’인 관계다.

     

    그러나 1999년 7월 홍콩 반환과 함께 이러한 갑을관계는 급속도로 역전한다. 글로벌 투자유치의 블랙홀로 부상한 중국에 수많은 기업이 진출하면서 세계경제사에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홍콩은 시나브로 ‘을’의 위치로 전락했고, 중국은 ‘갑’으로 신분 상승했다.

     

    국제 금융의 중심이라는 홍콩의 지위는 상하이가 급부상하며 흔들리고 있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최근 발표한 국제 금융경쟁력 순위에서 그동안 뉴욕, 런던에 이어 3위였던 홍콩은 싱가포르에 그 자리를 뺏겼다. 우리나라 역시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홍콩에 자리했지만, 지금은 몇몇 은행 지점들만 남겨둔 채 대부분 상하이와 베이징으로 옮겼다.

     

    물류기지로서의 이름값 역시 빛이 바래고 있다. 2004년까지 세계 1위의 물동량을 기록하던 홍콩의 지위는 2013년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는 상하이, 싱가포르, 선전, 닝보에 이어 세계 5위로 떨어졌다. 화물처리량은 2015년 2,007만TEU에서 2016년 1,981만TEU로 감소하면서 현재 6위인 부산항과의 격차 역시 줄어들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 싱가포르와 1, 2위를 다투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대외교역액도 2014년 1만118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감소하며 무역 중심지로서의 위상도 퇴색되는 중이다. 홍콩 경제성장률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7년은 약간의 반등이 예상되지만, 중국의 홍콩 활용도 감소와 내수경기 침체가 홍콩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한때 중국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해 왔던 홍콩이 이제는 중국 경기의 부침에 따라 경제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형국이다.

     

    핀테크 허브로 새로운 도약 모색 중

     

    홍콩경제가 수년 연속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홍콩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캐리 람 행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재산업화’다. IT와 각종 산업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성장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핀테크’다. 지난해 홍콩 정부는 금융과 IT를 접목해 핀테크 허브를 만들고, 세계적인 IT전자 중심지인 중국 선전시와 협력해 거대한 IT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최근에는 홍콩 전역을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발표됐다.

     

    안정적이면서도 과감한 정책 추진을 위해 정부 조직개편부터 단행했다. 눈에 띄는 것은 2015년 11월 신설된 창신과기부(Innovation and Technology Bureau)다. 니콜라스 양 창신과기부 장관은 기존 서비스 중심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해법은 홍콩경제의 다원화·고도화라고 강조했다.

     

    ‘적(?)과의 동침’에도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상호 핀테크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해 연말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등 핀테크 협력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홍콩경제 3.0 시대’를 여는 열쇠는 핀테크 분야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우리 기업이 홍콩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금융, 물류, 중계무역 중심지가 아닌 핀테크를 중심으로 한 고도화된 혁신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봐야 한다. 급변하는 변화의 바람을 읽고 발 빠른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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