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한류? 우리도 있다 홍콩에 부는 태국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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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한류? 우리도 있다 홍콩에 부는 태국 바람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 대중 문화

필자에게 10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보니 씨는 올해 새로운 계획을 하나 세웠다. 바로 태국어 학습이다. 보니 씨는 한국어 외에도 일본어, 프랑스어, 심지어 티벳어까지 배운 적이 있다. 홍콩에는 보니 씨처럼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많은 외국어 중 왜 태국어를 배우려는지 물어 봤다. “태국 예능과 드라마를 보다가 태국어에 관심이 생겼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다수가 한류 때문임과 같은 이유다. 보니 씨가 자주 보는 예능은 ‘스쿨 레인저스(School Rangers)’인데 여러 학교의 특징을 소개하고 학생들과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학교를 위해 자선 활동도 하는 의미있는 예능이다. 태국 드라마는 ‘기프티드(The Gifted)’를 추천받았다. 


태국 배우들도 멋있어요! – 한국, 일본의 영향을 받은 태국 대중 문화

홍콩에는 한류외에도 최근 몇 년간 태국 붐이 일고 있다. 태국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대중 음악인 T 팝(타이 팝)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징은 일본과 한국 대중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이 두 나라의 대중 문화가 인기를 얻자 태국 현지에서는 이를 모방하거나 벤치마킹하여 자체 발전시켰다. 

예를 들면, ‘BNK48’은 일본의 유명한 걸 그룹 ‘AKB48’의 태국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BNK48’은 80명의 오디션을 거쳐 최종 6명으로 활동중이다. 남자 아이돌 그룹 ‘나인 바이 나인’은 한국 아이돌 그룹 컨셉으로 멤버가 구성되어 연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에는 한국의 연예 기획사 YG의 소속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던 프로듀서 및 뮤직비디오 감독이 투입되었다. 

그 결과 ‘나인 바이 나인’은 태국 내 음악 시상식인 <엠타이 어워드2019>, <카즈 어워드 2019>에서 각각 최고의 화제상과 신인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콘(Lakorn)’이라고 불리우는 태국 드라마는 이미 아시아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홍콩인들이 자주 접속하는 ‘빅드라마(big drama)’ 사이트에는 한국, 중국, 홍콩과 함께 태국 드라마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드라마 배우들도 멋있고 예뻐요!”라고 귀뜸해 주는 홍콩인도 있고, 한 해외 네티즌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작품들이 많아 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필자가 한국어 수업을 하는 홍콩대 사회교육원(HKU SPACE)에는 아시아 언어 교육 프로그램에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와 함께 태국어가 개설되어 있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케빈 선생님은 HKU SPACE에서 필자와 함께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료 교사이다. 홍콩인으로서 일본어 능력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한국어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소위 ‘언어 천재’이다. 

그는 요즘 치앙마이에 있는 개인 교사와 온라인으로 태국어를 배우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태국에 3주 언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위에서 소개한 보니 씨처럼 태국어에 관심이 생겨 배우고 있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고 태국 여행을 가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태국어를 좀 익힌 것이 현지 여행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태국어에 5개의 성조가 있는 등 광동어란 비슷한 것도 학습에 있어 장점이라고 한다. 


홍콩내 태국 여성 비율이 87%인 이유는?

태국은 홍콩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태국 요리도 홍콩인들이 즐겨 찾는다. 세계 여러 나라 음식점이 몰려 있는 홍콩에서 태국 식당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다시 말해서 태국은 홍콩인들에게 가깝고도 친근한 나라이다.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있다. 2016년 인구 통계를 보면 홍콩에 거주하는 태국인은 11,493명으로 국적별 비율 9위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이중 여자가 10,022명(87.2%), 남자는 1,471명(12.8%)으로 남녀 비율이 매우 불균형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구룡 지역의 카우룬시티에 가면 태국촌이 있다. 이곳은 도로 양변에 태국어 간판을 단 식당, 상점들이 많아 ‘작은 태국’이라 불리울 만하다. 홍콩에 거주하는 태국 인구의 40%가 구룡에 터를 잡고 있으며 그중 상당 수가 카우룬시티에 살고 있다. 

이곳에 태국인들이 집결된 것은 7,80년대인데 한참 홍콩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던 시기이다. 당시 홍콩 남자와의 국제 결혼은 태국 여성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선택중 하나로 여겨졌다. 

태국 화교 중에는 광동의 챠오져우, 샨터우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언어적으로 통하는 같은 본적의 신랑감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는데 당시 챠오져우와 샨터우로부터 이주해 온 많은 남성들이 카우룬 시티에 살고 있었다. 홍콩에서의 태국붐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된 듯 하다. 


앞으로 태국의 대중 문화가 얼마나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홍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간만에 찾아온 한파로 몹시나 으스스한 오늘이다. 

독자들께 태국 인사로 글을 맺고 뜨끈한 똥냥꿍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컵쿤 크랍(고맙습니다)!”


참고 자료: 

한국 국제 문화 교류 진흥원, “아이돌 자체 제작 움직임, K Pop 넘보는 T Pop”, http://www.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7487&page=1&find=&search=&search2=

<香港故事>, 閔捷, 三聯書店有限公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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