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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가 홍콩 대학생 음악도들과 50여년의 세월을 건너뛴 따뜻한 하모니를 연출했다.
배움을 갈구하는 차세대 음악인들에게 귀한 시간을 내준 백발의 거장은 자애롭게 학생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밀어주며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했다.
지난 8일 밤 홍콩공연예술원(HKAPA)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HKGNA 뮤직 페스티벌 2023'의 피날레 공연은 백건우가 홍콩 음대생 연합 오케스트라인 '아카데미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주는 선물이었다.
'HKGNA 뮤직 페스티벌'은 홍콩 청소년을 위한 음악 치유 활동과 장애인 청소년 대상 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 HKGNA(홍콩차세대예술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매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HKGNA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는 홍콩 7개 대학 음악도와 함께 한 달 동안 펼쳐졌는데,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50여년 어린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프랑스에서 날아와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다.
1, 2부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2부에 등장한 백건우는 '대관식 협주곡'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D장조 협주곡'을 학생들과 협연했다.
홍콩공연예술원 내 음향이 가장 좋은 약 400석 규모 아담한 홀에서 협연이 펼쳐진 까닭에 피아노와 제일 앞줄 객석은 한 사람이 지나갈 공간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그 덕에 관객들은 거장의 두 손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나뭇잎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처럼 자연스럽고 기품있게 춤을 추는 모습을 마치 클로즈업 화면처럼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무대에 오르면서 객석 코앞에 피아노가 놓인 것을 보고 "너무 가깝네"라며 웃은 백건우는 오른쪽 옆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는 객석의 시선과 왼쪽 옆에서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생들 사이에서 70년 음악 인생의 여유와 깊이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마치 할아버지가 사랑스러운 손자를 대하듯 그는 학생들의 연주에 보조를 맞춰주며 거장의 한 수 가르침을 선사했다. 음악도들은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협연에서 거장의 소리를 쫓아가고자 귀를 쫑긋 세우고 연주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장한 이는 거장의 옆에 앉아 악보를 넘겨주던 학생으로, 행여 실수할까 바짝 얼은 모습이 미소를 자아냈다.
백발 노장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오랜 기립박수를 보냈고, '건반 위의 구도자'는 잔잔한 미소로 화답했다.
지난달 3일 시작한 'HKGNA 뮤직 페스티벌 2023'은 이날까지 6개의 콘서트를 진행했으며, 모든 공연은 한국 CJENM의 tvN 아시아를 통해 9개국에 방송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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