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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국어 수업을 하는 HKU SPACE(홍콩대학교 전업진수학원)에서는 고급반 학생들에게 매학기 발표 과제가 주어진다.
3개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3분간 발표를 시킨다.
이중 하나가 ‘한국이나 홍콩의 관광 개선 사항’이다.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여행 시 불편한 점들의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발표를 통해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들의 거주지인 홍콩을 여행할 때 느끼는 문제점들을 언급하였다(한국 여행 중 불편 사항은 예전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과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번 학기에 발표한 학생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소개해 본다.
시설이 부족한 지하철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한 지하철은 홍콩의 자부심 중 하나다.
홍콩의 지하철은 한국에 비해 배차 간격이 짧고 환승 또한 편리하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는 처음 타면 살짝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감을 자랑한다.
하나 부족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홍콩의 지하철을 3무(無)라고 얘기하곤 한다. 즉, 열차 내에 짐칸이 없고, 역 안에는 화장실과 의자가 없거나 부족하다.
그런데 홍콩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선, 차량 안에 짐칸이 없어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트렁크를 가지고 다니거나 쇼핑을 하면 짐이 많아진다. 하지만 열차 내에는 이것을 따로 보관한 공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역 안에 보관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홍콩의 협소함은 지하철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다.
화장실이 없는 것도 큰 불편을 준다. 급하면 역무원에게 달려가 직원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셩완, 노스 포인트, 카우룬통 등 일부 지하철 역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 예능 프로인 ‘짠내투어’에서 홍콩에 온 박명수가 지하철에 화장실이 없어 주변 상가를 헤맸던 장면이 떠오른다.
음식의 천국 홍콩 – 하나 문제점도 많다!
보통 ‘홍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음식의 천국’이다.
홍콩 자체의 현지 음식에 더해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요리들이 여행자들을 매혹시킨다. 하나 현지인들의 눈에 비친 문제점들 또한 적지 않았다.
홍콩의 식당 문화를 대표하는 차찬팅(차와 식사를 다양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현지 식당)의 경우 메뉴에 중국어로만 표시가 되어 있다.
해외 여행객이라면 메뉴판을 빽빽하게 수놓은 한자들을 보고 눈이 어지러워진다.
이 때문에 우리 학원은 중국어 수업 시 따로 메뉴 공부를 시키기도 한다. 영어 설명이나 사진이 있으면 음식을 주문할 때 매우 수월할 것이다.
직원이 불친절하고,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빨리 일어나야 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버타 씨는 여행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서비스 평가 시스템을 건의하였다.
령완의 씨도 여행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 및 장려 제도가 필요하며 식당 등급제를 시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식당 안내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맛집들은 대개 시내에 집중되어 있는 데다가 가격도 비싸다.
골목의 숨은 맛집은 찾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하는 문화도 외국인들에게는 불편을 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월동 씨는 지하철 역 중심으로 인근 맛집 정보 소개, 가성비 식당과 고급 음식점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 발행을 제안하였다.
주요 관광지 근처에 미식 푸드코트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다.
홍콩 여행을 위해선 현금 다발을 들고 다녀야
홍콩하면 왠지 첨단의 느낌이 떠오르지만 실제 와 보면 곳곳의 아날로그적 시스템에 당황하게 된다.
피비 씨는 홍콩 여행에는 현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택시의 경우 현금만 통용되고 식당 중에도 신용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
특히 택시의 경우 500홍콩달러 짜리나 1000홍콩달러 짜리 등 너무 큰 돈은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피비 씨는 ATM 기에서 돈을 뽑을 때 400홍콩달러, 혹은 900홍콩달러씩 인출하라고 요령을 알려준다.
메이 씨 역시 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택시의 전자 결재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아울러 기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타 문제점 및 개선 방안
홍콩의 시내는 사람이 많고 복잡하다. 이재기 씨는 여행객들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위해 홍콩의 산과 바다, 그리고 섬들의 관광 자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정부에서는 여행 코스 추천하기, 도착 인증하기, 할인 정보 앱등의 방안을 시행한다.
관광지에서 GPS를 켜면 도착 인증이 되고, 인증 수량에 따라 공항이나 지하철역에서 상품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 외에, 홍콩의 전통을 소개하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 마련, 전문적인 관광 안내 서비스 센터 설치, 다국어 안내 책자 배치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정부는 ‘헬로 홍콩’이라는 구호 아래 코로나 사태로 발길이 끊기 해외 여행객을 불러 들이기 위해 적극적이다.
무료 항공권을 전세계에 배포하는 등 홍보를 하고 있지만, 위에서 제기된 내부적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개선을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홍콩 정부가 내외국인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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