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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샛별(The Stroll Gallery 전시매니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한국인 현대무용가 김재덕(Kim Jaeduk) 안무가가 홍콩의 CCDC(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와 함께 두 번째 공연이자 신작 <Brown>을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Hong Kong Cultural Centre, Studio Theatre)에서 2022년 12월 25일까지 공연 중이다.
지난 여름, 7월에 2주 동안의 사전작업을 거쳐, 11월 초 입국하여 한 달 간 홍콩 현지의 무용수들과 공연에 준비하였다. 홍콩에 방문하기 직전 아르헨티나와 서울에서의 공연을 연달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홍콩 무용수들과 작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었다. 2018년 <Jangdan>을 먼저 선보였을 당시, 택견의 요소를 활용한 움직임과 전통 악기를 사용한 공연은 홍콩 예술가들과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그가 만든 음악 또한 주목받아서 홍콩에서 2019 ‘뛰어난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첫 공연을 마친 분주한 공연장에서 김재덕 안무가를 만나 신작과 이번 협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가 처음 CCDC와 연이 닿은 계기는 국제적으로 이미 소문이 자자했던 그의 작업 덕분이었다. 김재덕 안무가는 2009년 부터 이미 싱가포르의 T.H.E Dance Company의 해외 상임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싱가포르에서의 축제 공연을 본 베이징 댄스 페스티벌의 감독 ‘캐런 청’은 그의 작업을 눈여겨 봤었고 홍콩의 CCDC에게 함께 작업해 보는 것을 추천한 것이 첫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2018년 ‘Come Across’ 포로그램의 <Jangdan>공연은 ‘노엘 퐁(Noel Pong)’의 <Nuts’hell>과 같이 함께 올라 30분짜리 공연을 선 보였다. 당시그의 공연은 관객들은 물론 함께 작업했던 팀원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아 기나긴 팬더믹의 터널이 끝나갈 즈음, 2022년 <Brown> 공연으로 다시 작업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약 10개월 간의 공연 준비 끝에 만들어진 본 공연은 김재덕 안무가가 홍콩의 CCDC를 위해 음악과 안무를 준비한 공연이다. 당시 함께 작업했던 무용수는 서너명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다시 홍콩에 와서 CCDC와 작업하는 것 자체가 기뻤다고 그는 전하였다.
무대를 다채롭게 채운 조명은 CCDC전속 조명 디자이너 Lawmanlay가 작업하였고, 마스크와 장갑 등의 의상은 YEUNG Chin과 만들었다. 이미 김재덕 안무가는 동서양의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단체들과 작업에 익숙한 국제적인 현대무용가이다. 단순히 해외 초청 공연을 넘어, 함께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언어는 물론 새로운 문화와 현장에서 적응하는 방식도 능숙하다.
“제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무용 작업 안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무용용어들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심플하게 설명할수록 작업에 대한 이해가 빨랐습니다”라고 김재덕 안무가는 전하였다. 지난 공연은 안무가의 동작을 서로 이해하기에는 비교적 시간이 짧았지만 이번 공연은 일 년 가까운 사전 공연준비 기간과 한 달여 간의 리허설을 통해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좋았다고 그는 전하였다. 그래서 더욱 CCDC를 위해 만든 이 작품이 더 큰 이해를 이끌어 내어 공연 팀 전부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흑과 백의 심플한 색과 무대를 사용하는 그의 기존 작업에 비해 이번 공연은 색깔을 사용했다는 점이 크게 눈에 띄었다. 이미 김재덕 안무가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사용한 갈색, Brown은 색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공연의 제목이고 작품 전체의 주제이자 색깔이었던 ‘Brown’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들어보았다.
“저는 갈색이 컬러 중에 가장 현대적이고 어쿠스틱한 색 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첼로와 같은 현악기, 나무로 만든 악기들, 목관악기 등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브라운이라는 갈색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보통 기존 작품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작품에 색을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저도 서서히 한걸음 나아가 색깔을 입혀보고 싶었습니다. 그 첫 시작이 ‘브라운’입니다.”
색깔을 사용한 것과 더불어 음악 구성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보통 안무와 함께 음악도 직접 만들고 때로는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기도 하는 그의 기존 공연에서는 전통 악기를 사용하거나 한국적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악기로 들렸지만 ‘첼로’를 사용하였고, 장구 같은 소리는 실제로 ‘신디사이저의 노이즈 소리’를 활용하였다고 그는 설명하였다.
“일단 제가 사용하는 마스크나 이런 느낌이 메카닉적인 느낌이 납니다. 저는 모던과 컨템포러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갈색과 더불어서 컨템포러리한 느낌을 위해 첼로의 소리를 다르게 사용하여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게 만드는 것을 중요시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은 ‘모호함’이었습니다. 첼로를 사용하는데 가야금처럼 느껴지는 모호함, 그래서 동양적으로 느껴지게끔 하였고 한국적인 것을 넘어 동양적인 것으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안무에 이어 음악에서도 그의 작업은 새로운 지경을 넓혀가며 또 다시 도전하고 있었다. 2013년 한국에서 남성무용수로만 구성된 현대무용단인 ’모던 테이블(Modern Table)’을 처음 결성해서 현재까지 예술감독이자 무용수로서 본인도 함께 춤을 추며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로 다양한 공연과 ‘다크니스 품바’라는 고정 레퍼토리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안무가를 넘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 점점 깊어갔다. 공연을 올릴 수 없던 지난 팬더믹의 시간 동안 그는 더 깊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곡을 작업하여 싱글과 정규앨범, 뮤직비디오 등을 작업하였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술가로서 춤과 음악은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함께 연결되어 있다. ‘모던테이블 유튜브 채널’에서 그의 음악작업들은 지난 2년 이내 더욱 활발해짐을 알 수 있다. 직접 곡을 만들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공연처럼 느껴진다. 이번 공연을 아쉽게 놓치는 관객이라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의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공연도 해외 작업도 할 수 없으셨을텐데 한 명의 예술가로서 지난 팬더믹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 하였다.
“계속해서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새로운 저의 춤의 방식도 더 확고히 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 음악공부도 더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서 저는 한 편으로 좋았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 수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서 저를 더 발전 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의 답변을 듣고 나니 어려움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단계로서 더 많은 작업에 대해 구상하고 예술가 개인으로서 본인의 삶에 집중하는 젊은 거장의 면모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홍콩에 방문하였으니 관광도 하고 맛집도 다니셨는지에 대한 질문에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관광지인 침사추이의 주변을 모르는 그의 답변을 통해 10년 가까이 한 단체의 리더이자 작품의 안무가인 그의 작품에 몰입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를 다니며 공연하는 그이지만 공연할 때 관광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답변은 정말 공연만 생각한다는 것이 분명하였다.
첫 공연을 앞두고 며칠 동안 극장에서 리허설을 했었을 홍콩문화센터 스튜디오 씨어터이다. 인터뷰 장소를 찾던 중 백스테이지의 자신의 분장실이 어디인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통해 관광을 하지 않는 다는 그의 답변은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작업 중에 그는 무대 위와 객석에서만 머물며 준비하고 쉬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수 많은 예술가를 만났었고 공연하였지만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이 젊은 거장의 춤과 음악에 대한 열정과 몰입을 통해 앞으로의 작품들과 또 다시 홍콩을 방문하여 CCDC와 작업하길 기대해 본다. 홍콩 CCDC를 위해 만든 그의 신작은 홍콩문화센터에서 12월 25일 크리스마스까지 공연한다.
상세 정보 : ccdc.com.hk
티켓구매 : urbtix.hk
사진 크레딧 : CCDC, KIM Setb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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