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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무덥고 힘든 여름에 즐겁고 기다려지는 일이 있어서 어찌 이런 일이 있나 싶다. 자다가 떡을 얻어먹는 기분이다. 화젯거리가 풍성해 졌고 던지면 무는 낚시처럼 재미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어려운 재판에서 이겨 약자를 돕는 것이 얼음 넣은 콜라, 사이다를 마시는 것 같다. 이게 다 우영우 때문이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하나 더 있다, 조기조, 내가 싫어했던 내 이름이다. 이참에, 우영우 때문에 조기조도 유명해지면 좋겠다.
오래된 미국 영화, 레인맨(rain man)이 생각난다. 상속을 받기위해 어딘가에 맡겨져 있는 이상한(?) 형을 찾아내고는 함께 떠나지만 비행기를 안 타려는 형 때문에 더디게 육로로 이동한다. 어쨌건 그 이상한 형은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에서 정확하게 수를 읽고 돈을 딴다. 천재 변호사 우영우처럼 계산머리는 너무 발달했던 것이다. 형을 이용해 먹으려는 미운 동생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내 형제가 우애 있게 살기를, 해피엔딩을 빌었다. 세상에 보면 잘 살수록 잘 못 지내는 가정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문 제목은 'Extraordinary Attorney Woo'다. '이상한.....'과는 달리 '놀랍고 대단하고 특별한 변호사 우'라는 것이다. 전에 KBS2 드라마 '굿닥터'가 있었는데 그리 인기를 얻은 것 같지는 않다. 왜 그랬을까? 그때 그 의사로 우영우가 나왔더라면? 모를 일이다. 우영우의 인기는 깔끔한 용모와 유창한 언변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니..... 중국에서는 '비상한 변호사 위잉우'라는 제목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중국에서 정식으로 계약해서 본다는 말은 없으니 이래도 되는 건가? 어떤 쇼핑몰에서도 우영우의 사진을 도용하고 있단다. 이는 저작권 침해다. 당국에서 알고도 모르는 체 한다면 큰 나라가 하는 자세는 아니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대부분 맞는 말이다. 누구나 한 분야에 일만 시간을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그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어떤 일에 시간을 집중하면 효과를 보는 것이다. 하루 1시간이면 1년에 365시간, 10년에 3,650시간이니 30년이 걸리는 일이다. 이걸 하루 3시간으로 하면 10년으로 줄고, 6시간으로 하면 5년이면 된다. 하루 8시간으로 집중한다면 3년 반이면 1만 시간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루 8시간씩 꾸준히 한다면 3년 반 쯤 후에는 세계적인(?)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18세의 어떤 청년이 피아노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아마 적어도 매일 8시간씩을 5년, 아니 10년은 했을 것이다. 한 우물을 파듯 집중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오래전에 어떤 번역 작가가 하루를 8시간으로 3등분하여 번역작업은 꼭 8시간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8시간을 자고 8시간은 청소를 하거나 정원을 가꾸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며 쉰단다. 저녁을 먹고 담소하며 즐기다가 9시 뉴스를 들을 것이고 잠자리에 드는 밤 10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밤새워 번역을 하고는 사람들이 일어나는 아침 6시부터 잠을 자고, 남들이 점심을 먹는 한 낮에 깨어 아점을 먹는다, 그리고는 또 자유 시간을 즐기고 번역을 하는 생활을 반복한단다. 지금도 아마 그렇게 할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보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손목증후군이 생기고 눈은 고정된 초점과 번들거리는 화면 때문에 침침해지고 어깨와 목은 굳어진다. 허리라고 아프지 않겠는가? 그러니 8시간 더는 안 하고 푹 자고 운동하고 또 쉬는 것이다.
나는 45도로 젖히고 누우면 거기에 맞게 모니터와 자판이 따라서 적절한 각도로 수그러드는 책걸상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 허리와 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런 책걸상이 나온다면 비싸도 살 생각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도 없어서 못 구하고 있다. 그래서 상당한 시간을 서서 읽는다.
지리산 자락의 구재봉 아래에 자리 잡은 배남정(배나무 정자; 梨亭)이라는 우리 동네엔 배나무는 없고 몇 백 년은 된 팽나무와 정자나무가 동구 밖에 있다. 팽은 콩알만 한 열매가 가을에 익어야 노랗고 약간 단 맛이 나지만 씨가 대부분이라 먹을 것은 거의 없는, 별 볼일 없는 열매다. 그렇지만 나무는 단단하고 크면 너른 그늘을 내어 주기에 그 아래서 소꿉놀이와 공기돌, 땅따먹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매미들이 즐거이 노래를 부르는 곳, 옆의 더 큰 정자나무와 나란히 다정하게 서 있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쉬어도 좋을 만큼의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 이 들은 내가 어려서도 아주 컸고 어른들도 언제 누가 심었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동네와 다를 것 없는 소덕동의 그 팽나무가 창원에 있는데 우영우로 알려지자 몸살을 앓고 있단다. 길이 막히고 소란스러우며 쓰레기 까지 넘쳐나 미칠 지경이란다. 너무 많이 찾아와 살기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팽나무라도 찾아오는 사람들, 고마운 일이긴 한데.....
작가 한 사람이나 배우 한두 사람이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미중소가 힘겨루기를 하고 약한 나라를 치고 잡아먹는 것을 보면서도 정치판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 마침 영화 ‘한산’이 개봉되었다. 영화를 보니 430년 전인 그때나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정세를 못 읽고 당쟁이나 하는 모습이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 정치판에는 왜 우영우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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