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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반드시 성공할 것” 한국 축구 행정의 톱 자리 오른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특별 인터뷰

기사입력 2021.12.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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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홍콩대표팀을 이끌고 몽콕 스타디움에서 중국 국가대표 원정팀을 무실점로 막아내며 홍콩의 자존심을 살렸던 홍콩의 레전드 ‘Sir KIM’ 김판곤(金判坤) 前 홍콩대표팀 감독. 이제는 대한민국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을 코 앞에 두고 한국대표팀의 모든 행정을 위해 애쓰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으로 활약 중이다. 연말연시 홍콩 한인들을 위해 특별인터뷰를 전화로 진행했다. 




    얼마 전 한국 축구팀의 이라크전 3:0 대승을 축하드린다. 대표팀이 상승세인데 총평 한 말씀 해주신다면...

    최근 몇 년간 큰 그림에서 볼 필요가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벤투 감독을 선임한 이후에 순항을 해왔다가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에게 패하면서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다. 동아시아게임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살아났지만 코로나 시국에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올해 6월까지 준수하게 운영해왔다. 
     
    솔직한 심정으로 최종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현장으로 돌아갈 각오까지 했었다. 40년만에 본선 진출을 못한다면 당연한 거 아닌가... 정말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이 완전히 살아났다.
     
     
    그 정도로 부담이 되었었나

    성경에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이 잔을 거둬달라고 하신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그 당시 부담감은 너무나 힘들었다. 
     
    9월달에 레바논 원정경기를 전략적으로 홈으로 바꾸었다. 협회 차원에서 비용뿐만 아니라 외교적 노력도 엄청 나게 했던 결과다. 총 10경기 중 3경기를 홈에서 시작해 승점 9점을 따내고 시작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첫 경기 이라크전에서 비기고, 레바논에 1:0으로 진땀승하면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10월달 시리아전(2:1)도 사실 겨우 이겼다. 협회가 선수들의 피로회복을 위해 전세기를 빌려 이란전을 승리로 가져왔다. 11월달 UAE와 내용이 좋은 경기로 승리했고, 이라크 원정에서 3:0 대승으로 확실히 되살아 났다. 앞으로 4경기가 남았다. 1월에 레바논과 시리아와 원정 경기가 있는데 총력을 다해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짓겠다.

    한국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부임 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직접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자세하게 들여주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인터뷰를 소신 있게 할 수 있었는지?

    한국 기자들도 그런 부분에서 흥미를 갖고 있더라. 제가 한국에 왔을 때는 소위 '듣보잡'이었을 것이다. 젊은 기자들은 저를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제 소개를 하기도 했었다. 당시 협회가 추구해왔던 기자회견 태도는 최소한의 정제된 말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충분한 설명이 없이 결과만 전달하니 언론이 축구협회에 불신도 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는 홍명보 전무와 의논하면서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정말 숨겨줘야 할 내용이 아니라면 전부다 공개해서 투명하고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말이다. 저는 협회에서 써주는 보도자료는 쓰지 않는다. 사전에 예상질문을 먼저 받아서 제가 먼저 준비를 한다. 모두 발언에서 거의 모든 내용을 해버린다. 그런 기자회견이 기자들 사이에서 신선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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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축구 행정에서 쌓은 경험이 한국에 점목될 수 있었나

    홍콩의 경험이 저의 큰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홍콩축구협회에서 기술이사로서 연령별 감독 선임을 했고 유스 디렉터나 우먼 디렉터, 여러 파트의 매니저들을 선임하는 과정도 주도했었다. 
     
    홍콩의 축구 감독 선임 과정은 상당히 공정하고 세계에 다 공개한다. 지원하는 감독의 이력서를 모두 검토하고 위원 모두가 참여한다. 각 파트의 수장들도 함께 인터뷰를 한다. 그런 홍콩 축구협회에서의 과정들이 저에게 큰 기반이 되었다. 
     
    한국에 와서 감독 선임이 가장 큰 임무였는데 부임 초기에는 저에 대해 불신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은 이력서도 못 내보거나, 인터뷰도 못하거나, 밀실에서 결정되는 의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온 제가 그런 관행을 깨뜨리는 기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협회 일부에서는 사실 불편해 했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이전까지 감독 선임 기준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기자들에게 감독 선발을 위한 저의 축구철학부터 리더십, 대표팀 운영방법 등을 공개하니 투명한 축구행정이라며 힘을 더 실어 주었다. 홍콩에서 겪은 것들이 저에겐 이미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홍콩대표팀에서는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이사)로서 모든 인사권이 있었다. 행정 라인에서도 모든 결제권까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보니 기본 역할은 비슷하지만, (위원장의) 권한 부분은 매우 제한이 있었다. 
     
    홍콩에서는 직접 진두지휘 할 수 있는 디렉터였지만 한국에서는 ‘자문을 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것이다. 한국에는 디렉터가 없으면서도 디렉터의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민감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대표팀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지만 사실상 위원장의 권한으로는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움이 좀 있다. 
     
     
    한국 가시더니 머리스타일이 엄청 바뀌셨다.

    홍콩에서도 머리카락이 길었는데, 한국 미용 패션이 워낙에 뛰어나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줘봤다(웃음). 
     
     
    홍콩에서 워낙에 교민들과 친밀하게 지내셨기에 한국 TV에 나오시면 정말 반갑고 자랑스럽다. 

    가족이 모두 홍콩에 있기 때문에 저를 '홍콩우리교회 집사’라고 생각해주셔도 된다(웃음). 격리가 1주일이면 홍콩에 가볼 텐데 3주까지 된다고 하니 정말 아쉽다. 가족들을 1년 반 동안 못 봤다. 많이 보고 싶다. 
     
     
    ‘홍콩의 히딩크’, ‘홍콩 축구의 국민영웅’이셨는데 한국으로 가게 된 뒷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홍콩 대표팀 감독 자리를 6년째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평생 할 수도 없는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큰 시장으로 도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진로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행은 사실 생각지도 않은 오퍼였다. 옛날로 말하면 기술위원장인데, 감독선임위원장으로 제안을 받았다. 이 자리는 모든 프로 감독들이 감독 이후에 선망하는 직책이다. 이것을 하자니 제가 너무 젊고 이르다고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의심도 했었다. 홍콩에서는 유명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아웃사이더’인데 나를 기술위원장으로 부른단 말이야? 아닐꺼야라고… 한번 더 확인하기도 했었다. 상당히 당황하고 고민도 했다. 
     
    홍콩대표팀과 6개월이 남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자리였다. 급여나 조건은 홍콩대표팀이 훨씬 좋지만 이 자리의 의미나 개인적인 명예는 상당한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 행정의 톱이 되어본다는 것은 정말로 영예로운 것이다.
     
     
    현재 홍콩에는 김동진 키치감독, 윤동헌 코치 등 ‘제2의 김판곤’을 꿈꾸는 한국인 축구인들이 있는데 

    김동진 키치 감독은 월드컵을 두 번이나 뛰었던 훌륭한 선수다. 그런 큰 선수가 홍콩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홍콩의 가장 우수한 팀에서 감독이 된 것은 홍콩 한인사회의 큰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 교민들이 함께 자부심을 느끼면 좋겠다. 
     
    윤동헌 코치도 한국의 K-리그를 거친 훌륭한 선수다. 인품도 매우 좋은데다가 지도자로써 야망도 있다. 홍콩 교민들께서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훌륭한 선수와 코치진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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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 계실 때 코차이나 축구팀, 코파, 파파 등 한국 축구동우회와 직접 함께 뛰면서 교민들과 스킨십을 많이 해주셨다

    저는 그 시간들이 상당히 즐겁고 그립다.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축구를 통해 교민들과 교제하는 시간들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동호회가 있을 텐데 한인사회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통해서 행복과 소속감, 에너지를 얻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너무 실력 위주로 하지 말고 즐겁게 스트레스를 풀고 힘을 얻고 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혹시 2003년 홍콩에서 SARS가 발생했을 때를 기억하시는지

    물론이다. 상당히 어려웠다. 제가 플레잉코치 할 때인데 정말 두려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한 마디도 서로 안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많은 교민분들이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저와 저희 가족은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 어렵게 견뎌냈다. 신앙의 힘으로 버티기도 했고, 아내와 자녀들이 아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애쓰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의료진들도 목숨을 바치면서 이겨내지 않았나. 그때 워낙에 두려움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이번 팬더믹 상황은 그때보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약간 적게 느껴진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홍콩의 메달 성적이 좋았는데 알고 계시는지

    수영과 펜싱 등에서 메달을 따내면서 홍콩인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고 들었다. 
     
    홍콩은 엘리트와 일반인을 위한 생활체육의 균형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어느 동네에도 축구장이 있고 수영장이 있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 인프라가 훌륭하다. 무료 시설과 아주 저렴한 체육시설이 체계적으로 잘 제공되고 있다. 그런 스포츠 인프라가 홍콩의 올림픽 성과를 얻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카이탁 스포츠센터가 대규모로 공사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 홍콩의 스포츠 분야는 선진 행정과 더불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2년째 못간 교민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주신다면?

    홍콩의 많은 한인들과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아내를 통해) 듣고 잘 알고 있다. 하루 빨리 활기 넘치는 홍콩의 모습으로 회복되어서 한인사회에 건강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면 좋겠다. 어려울수록 소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저도 한국에 와서 내일이 안 보이는 상황이 왔을 때 정말 어려웠다. 눈에 보이는 현실 넘어 바라보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보며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한인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글 | 손정호 편집장
    사진 | 김판곤 위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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