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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13년간 학원을 운영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국제 결혼을 한 커플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 아내와 홍콩 남편, 혹은 한국 남편과 홍콩 아내, 아니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결혼을 한 한국인들을 만나 봤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홍콩 남성과 사는 여성의 국적으로는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이 비교적 많다.
최근 우리 학원의 만다린(표준 중국어) 중급반에 등록한 신지영 씨도 홍콩 신랑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통총에 살고 있는 신씨는 예전에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의 파티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처음 만났는데, 아주 잠깐이었지만 환한 얼굴의 첫인상이 착하고 밝아보여 교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상대가 신씨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결혼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올해 9월에 고향인 전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고 홍콩의 시부모님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수업 첫 날, 필자가 중국어를 공부하려는 이유를 물으니 신씨는 시댁 식구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였다. 최근 주말마다 시부모님댁을 방문하여 산책도 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신랑의 부모님과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타국의 며느리로서 새로 맞이하게 될 다른 문화, 다른 국적의 식구들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다른 국적의 며느리를 맞아 외국어를 배우는 홍콩의 시부모들도 있다. 이것은 더욱 쉽지가 않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외국어를 익힌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업하는 HKU SPACE(홍콩대학교 전업진수학원)에도 이런 분이 있다. 항상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는 예비 시어머니 엘리자베스 씨는 중급 과정을 수강중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 하나, 곧 맞게 되는 한국 며느리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한국인 여성과 교제를 한 지 6개월쯤 접어들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국적의 며느리를 맞이하기 위해 남다른 준비를 하는 모습은 필자를 감동시켰다.
더군다나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는 엘리자베스 씨에게 3시간 동안 앉아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근 눈이 안 좋아서 앞으로 몇 주 동안 백내장 제거 수술을 두 번 받을 예정입니다. 수업 시간에 화이트보드를 읽을 수 없어서 (수업 때 책을) 천천히 읽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친절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며느리와의 소통을 위해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함과 감동이 느껴지곤 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누가 시집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복받은 며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이 반은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세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발표를 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씨가 선택한 주제는 ‘가 보고 싶은 여행지’였다. 나는 미리 제출한 엘리자베스 씨의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제가 가고 싶은 여행지는 한국의 전주입니다. (중략) 전주에 가서 9월 4일 우리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식에 참가할 것입니다. 저는 한복을 입고 며느리의 가족 지인들 앞에서 한국어로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저에게는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됩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서 한국어 연설을 준비할 것입니다. 홍콩에 돌아와서 여러분들과 제 경험과 사진을 공유하겠습니다.”
한복을 입고 며느리의 가족 지인들 앞에서 한국어로 연설할 예정이라는 대목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런데, 잠깐. 9월 4일에 전주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나한테 중국어를 배우는 통총의 아가씨도 9월에 그곳에서 결혼을 한다고 했는데. 혹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 다음주에 수업이 시작되자 마자 엘리자베스 씨에게 질문하였다.
“혹시 한국 며느리가 신씨예요?”
“네, 맞아요.”
“통총에 살아요?”
엘리자베스 씨는 의아한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반 학생 한 명이
“선생님이 어떻게 알아요?”
하고 물었다.
가족 사진을 보여줄 수 있냐는 나의 요청에 엘리자베스 씨는 흔쾌히 휴대폰 사진을 열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빙고! 내가 반 학생들에게 “제가 엘리자베스 씨의 며느리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라고 말하자 교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이 좁은 건가, 홍콩이 좁은 건가..
2주 후, 발표 준비를 열심히 해 온 엘리자베스 씨는 학생들 앞에서 아들 결혼식을 위한 한국 방문 계획을 설명하였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발표로 주어진 3분을 훌쩍 넘겼다.
한국 새댁 신씨는 올해 결혼식을 올린 후 다시 재취업을 할 계획이다. 아직 더 남편과 여행도 다니고 둘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여유있게 가족 계획도 세워보려 한다.
다른 문화가 만나 충돌이 아닌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고부간의 노력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부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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