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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인들의 건강 도우미 - 량차 (涼茶)

기사입력 2020.03.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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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칼럼에서 홍콩이 세계 1위 장수 국가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그 비결에 대해 다루었었다. 칼럼에는 빠져있었지만 어떤 홍콩 사람들은 평소에 즐겨 마시는 량차(涼茶)를 장수의 비결로 꼽기도 했다.


    홍콩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한약처럼 생긴 탕을 작은 사발에 담아 가판대에 진열한 상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것이 량차인데  2006년 홍콩의 무형 문화 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 

    량차의 의미는 말 그대로 ‘시원한 차’이다. 하지만 마셔보면 시원하지도, 그렇다고 차의 맛도 아니다. 오히려 시원해지기 전에 마셔야하고 쓴맛이 나는 보약, 즉 한약의 느낌이다. 량차의 의미는 ‘몸의 열을 식히는 차’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 건강 식품은1828년 광동성 광저우에서 문을 연 ‘왕라오지(王老吉) 량차’가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지금처럼 전염병이 유행했었는데 왕저방이라는 농부가 한 도인을 만나 약 제조의 비법을 전수받아 백성들을 치료했다고 한다. 


    왕라오지 량차는 청나라 황제 문종(1852년)에게까지 알려져 황실에서도 제조되어 유명해졌다. 아편과의 전쟁을 위해 광동에 흠차대신으로 파견된 임칙서가 과로와 질병으로 고생할 때 왕저방이 량차를 통해 낫게 하였고 효과를 본 임칙서는 이것을 민간에 널리 보급하도록 격려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노동자, 혹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홍콩의 식민지 시절 초창기에 서민들은 비싸서 먹기 힘든 서양식을 현지 식당인 차찬팅이 저렴하게 대중화시킨 것처럼 량차는 비싼 한약을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음료 형식으로 널리 보급한 공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홍콩에서는 량차가1940~60년대 크게 인기를 얻었다. 특히 TV가 귀하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량차집에 모여 TV를 시청하며 이 음료를 마시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이 건강차는 여러 종류가 있어 상황과 체질에 맞게 마시는 것이 좋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소개한 ‘7가지 추천 량챠’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이 외에도 량차 파는 곳을 가면 감기에 좋은 감모차(感冒茶)도 늘 진열대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感冒(감모)’는 중국어로 감기라는 뜻이다. 나도 홍콩에 와서 호기심에 감모차를 한 두번 마신적이 있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필자는 학원 주변 량차 전문점을 찾아 갔다. 최근 패스트푸드와 튀김을 많이 먹었다고 하며 어떤 량차가 좋은지 물어봤더니 매장의 젊은 청년은 한 사발에 20불하는 귀령차(龜苓茶)를 권했다. 한약제로 끓인 보약에 약간의 단맛이 가미된 느낌이었다. 제일 많이 팔리는 량차는 귀령차와 입사미라고 한다.

    주변의 홍콩 지인들에게 언제 이 음료를 마시는지 물어보았다. 감기 초기에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었고 바베큐나 핫팟을 먹을 때, 튀긴 음식이나 과자를 먹고 나서 몸의 열을 낮추거나 독소를 없애기 위해 량차를 찾는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구내염이 있을 때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몸 컨디션에 따라 달리 음용하고 있었는데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안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전문가에 의하면 량차를 매일 마실 필요는 없고 일주일에 1~3번이 적당하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너무 차가워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어 노인, 아이, 생리중인 여성, 임산부나 막 출산한 여성, 위가 약한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2017년 통계에 의하면 홍콩에는 약 400여개의 량차 전문점이 있다. 이곳을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춘 채 한 사발 들이킨 후 떠날 수도 있고 보온병을 갖고 와 가져가서 마실 수도 있다. 최근에는 깔끔하게 단장을 한 전문 체인점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양화당(養和堂), 홍복당(鴻福堂), 공화당(恭和堂)등이다. 특히 홍복당은 지하철역 안팎에서 눈에 많이 띈다. 



    량차가 탄생한 200년 전은 지금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이 칼럼을 읽고 호기심이 생긴다면 량차 마시기를 홍콩에서 해야 할 버킷리스트에 올려 시도해 보시라. 기분 탓에, 아니면 실재 몸에서 미묘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며 뭔가 건강해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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