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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한인의 별★이 지다

기사입력 2017.09.0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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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화로운 한인사회 만들자” 유언남긴 故 손상용 고문님을 기리며 홍콩 한인의 별★이 지다

    “조화로운 한인사회 만들자” 유언남긴 故 손상용 고문님을 기리며

     


    글 손정호 편집장
     

    홍콩 한인사회의 초석을 다진 故 손상용 고문님께서 지난달 26일 영남대 의료원에서 소천하셨습니다. 경북 영천시의 국립영천호국원에 편히 잠드셨습니다.
     
    손 고문님은 한인사회의 ‘레전드’였습니다. 홍콩한인회장(33대, 1984~ 1986년)와 홍콩한인상공회장(2~3대, 1977~1981년), 홍콩한인체육회장(2대)를 역임했고, 한국토요학교와 홍콩한국국제학교 설립에 가장 앞장 서시며 홍콩에서 반세기를 지내셨습니다.

    그가 한인사회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활동하셨는지는 그가 역임했던 이력으로 감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 1970년대 홍콩의 한인 수출역군들. 맨 왼쪽이 손상용 고문.

     
    70년대 무엇이라도 수출하려는 한국 정부에 발맞춰 살아있는 돼지를 화물선에 싣고 홍콩까지 와서 한국 경제성장에 이바지 하셨습니다. 보름동안 배를 타면 돼지도, 사람들도 멀미로 고생했고 몇키로나 줄어 수척해진 돼지를 안스럽게 팔았다고 말씀하셨죠. 오늘날 세계무역의 큰 손이 된 한국의 위상은 손 고문님과 같은 레전드들의 피나는 고생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손 고문님은 사람을 모으는데 매력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한인상공회장을 거쳐 한인회장을 역임하시면서 한인사회을 좀더 체계적으로 전문화했고, 거기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셨습니다.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화합하는데는 1등이었습니다. 야구 선수출신이었던 당신은 한인체육회를 설립해 체육인들의 모임을 활성화하셨고프로축구단 ‘하이펑(海蜂)’ 단장 역임, 전국체전단장으로 첫 참가, 어린이야구단 엔젤스 창립에도 기여하셨습니다. 88서울올림픽 때는 성화봉송도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셨죠.

    스포츠맨이라고 하기에는 당신은 너무나 탈랜트가 많은 분이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붓글씨, 사자성어, 칼럼 등을 집필하시며 한인회의 소식지 ‘교민소식’ (초대 편집위원), 상공회의 ‘상공소식’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하셨습니다.
     


    미래의 후손들을 위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초창기 토요한글학교장을 지내시며 2세 양육에도 애를 쓰셨고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도 노력하셨습니다. 홍콩한국국제학교 설립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인들과 유지들을 찾아다니며 동참하도록 설득하셨습니다. 오늘날의 KIS 존재는 당신의 가장 큰 보람이요, 업적일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에 토요학교 선생님들이 칠순잔치를 열어주셨고, 팔순잔치는 온 한인사회 귀빈분들이 함께 모여 떡을 떼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손상용 고문님의 삶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인생’이었습니다. 홍콩 한인사회의 기관, 행정, 교육, 문화, 체육 분야에서 손상용 고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열정적인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팔순이 넘어서도 멋쟁이셨습니다. 화이트 자켓을 즐겨 입었고 남에게 의지하는 것은 싫어하셨습니다. 한인사회에서 여러 일이 발생해도 쉽사리 흥분하지도 않았고 쉽게 판단하지도 않았습니다. 요즘처럼 학교소식으로 어수선할 때 ‘손 고문님이 계셨으면 좋았을 걸’ 생각해봅니다. 한인사회의 주요 요직을 다 거친 ‘레전드’는 자신만의 고집스런 스타일을 유지했고, 어디서나 존재감을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홍콩의 웬만한 원로분들도 손 고문님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작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습니다.
     
    ▲ 2016년 홍콩을 방문하신 손 고문


    2014년 여름, 고문님의 건강을 위해 귀국하실 때 많은 분들이 이별을 아쉬워했고, 몇차례 홍콩을 방문하실 때면 기쁨으로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2011년 팔순잔치 때 손 고문님은 한인사회를 향해 ‘살아있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해외로 나와서 이민사회에 오래 있다보니 사람이 그리운 마음에 학연과 지연을 찾게 되는데, 그런 것이 홍콩한인사회에 벽을 만들기도 한다. 좀더 조화로운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이런 것을 버리고 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홍콩 한인사회는 지난 60여년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비해서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안정된 커뮤니티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손상용 고문님과 같은 열정적이고 강직한, 그리고 헌신적인 분들의 삶을 통해 한인사회의 초석이 다져졌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감사에 감사를 더합니다.
     
     
    ▲ 손상용 전 한인회장과 황은수 전 한인회장
     
    ▲ 홍콩한인 60년 다큐 영상 캡쳐

    ▲ 홍콩한인 60년 다큐 영상 캡쳐

    ▲ 홍콩 한인사회의 '레전즈' 손상용 고문


    1932년 1월 25일 일본 고베 출생, 1941년 한국 귀국
    1950년 학도특기병으로 한국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지정
    1953년 군실업팀에서 야구선수로 10년간 활동
    1963년 천양산업 입사
    1976년 홍콩한국학원 창립 주도
    1977~81년 홍콩한인상공회 2대, 3대 회장 역임
    1979년 홍콩한인선수단장으로 전국체전에 첫 참가
    1984~1986년 홍콩한인회장 역임
    1984년 한인리틀야구단 엔젤스 창단, 홍콩리그 참가
    1985년 홍콩한국학교(현 KIS) 설립위한 모금활동 시작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봉성주자에 동남아 한인대표로 참가
     
    수상경력 : 동탑산업훈장, 상공부장관 감사장, 외무부장관 표창장, 대통령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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