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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딴따라, 너는 내 운명 ' 홍콩 교민신문 편집장의 독백 (3)

기사입력 2015.10.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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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교민신문 편집장의 독백 (3)


    '글쓰는 딴따라, 너는 내 운명 '

     

    글 손정호 편집장

     


    딴따라. 무대 밑의 딴따라. 글쓰는 딴따라. 카메라 든 딴따라. 그게 나다.


    어릴적 학교에서 칭찬 받은 그림을 엄마 앞에서 자랑하던 모습이 지금 내 첫째 아들의 모습이다. 정말 똑같다. 엄마를 놀래주려 엉뚱한 거짓말도 섞어가면서. 그냥 웃으며 바라보시던 엄마의 얼굴이 지금 내 모습과 똑같다.


    유일하게 친구들과 선생님의 관심을 받았던 그림 실력은 엄마에게 ‘거저 받은 것’이란걸 뒤 늦게 알았지만... 그땐 몰랐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미술학원 한번 다녀본 적 없는 나의 손에서 슥슥 이어지는 선들이 재미있는 형상이 되고 친구들이 감탄사를 던질 때, 난 몰랐다. 내가 그림이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을 더 좋아했다는 걸. 지금 생각해보니 중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아쉽지 않았다. 그림은 그저 손발처럼 나의 한 부분이니, 좋은 것인지 고마운 것인지도 모르고. 여유있을 때 다시 그릴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정말 엉뚱하게도, 낯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누나와 엄마의 권유였다. 잠시 혼란기는 있었지만, 학과 방송실의 비디오카메라 뷰파인더 속에서 스케치북이 보였다. 예전에 그림을 그리던 하얀색 스케치북이 아니라,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을 담기만 하는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림에 타임프레임이 깔려 시간개념이 더해졌다. 더 멋진 것은 좋아하는 음악을 그림에 넣을 수 있다는 것! 마술에 가까운 그림도구였다. 어머니께서 어렵게 사주신 히타치 S-VHS 카메라는 ‘사람들의 관심’ 받기 좋아하는 나에게 날개가 되었다. 학과 방송 기자재에 손도 대기 힘든 신입생이 대형 카메라를 메고 폼내고 다녔다.


    그렇게 영상제작에 미친듯이 빠져 들었고, 멋진 오승환(현 드론프레스 대표) 교수님을 만나 포토저널리즘까지 배울 수 있었다. 가장 친한 벗 성수(현 제일기획)와 함께 엉뚱한 상상들을 영상으로 만들고, 그 영상을 학우와 가족에게 보여줄 때, 희열을 느끼고 날아갈 듯 기뻤다.

     


    고백컨데, 난 여전히 딴따라다. 편집장 자리에 앉아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춘 것 같지만, 맘 깊숙히 엄마 앞에서 그림을 ‘자랑’하던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작품 자체에 몰입되지 못하고 칭찬에 만족하는 아이처럼.


    때문에 가끔씩 누군가 나에게 우리 신문에 대해 좋은 평을 해줄 때, 씨익 우쭐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관심받고 싶어서’라는 경고등이 켜진다.


    정말 그림을 좋아했다면, 정말 사진을 잘 찍고 싶어했다면 난 더 깊은 사색과 관찰하는 삶을 살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난 그런 순수한 사람이 되지 못했고 ‘사람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홍콩 한인을 이해하고 공감해야하는 생활이 직업이 된 것이다.
    훌륭한 언론인이 되진 못하더라도 훌륭한 언론계 선배의 뒤에 서 있을 수 있는 후배는 되고 싶다. 작은 독자수와 광고시장, 한정된 인력 안에서 훌륭한 언론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교민신문이 무슨 언론?” 이런 시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한국에서 파견된 기자와 달리 교민신문 편집장으로 취재할 때 씁슬한 대접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교민들보다 한국의 시선에 무게를 더 두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 역시 개의치 않는다. 수요저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홍콩 교민이고, 교민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요저널을 따뜻하게 받아주시니까.


    나에겐 오래전 나를 일깨워주신 선생님들에게 좋은 제자가 되고 싶은 의리, 그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배운 학문을 사회에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작은 책임감도 남아 있다. 진심으로 대학 다닐때 행복했다. 전공이 정말 재미있어서.


    거의 다 왔다. 내가 아는 것, 내가 배운 것, 끝이 보인다. 더 이상 나의 낡은 지식에게서 나올 것은 없어 보인다. 다행인 것은 딴따라 본능에서 비롯된 대중 관찰력이 많이 향상된 것이다. 더 열정을 가진 분들을 관찰하면서 계속 배울 수 있고, 나도 그들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 열린 생각을 가진 노련한 선배들과 새로운 길을 두드리는 젊은 후배들 사이에서.


    다행이다. 아직 나에게 학기가 남은 학생같은 마음 한 구석이 있다는 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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