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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엔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하얀배꽃과 목련, 노란 개나리도 활짝 웃습니다. 겨우내 숨죽였던 식물들이 봄비를 힘차게 빨아올리며 연두 빛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서울시내로 들어오는 길, 서울을 거쳐 천안과 공주의 고향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는 길가의 모습입니다. 참 좋은 풍경입니다.
2008년 4월 홍콩에 부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월의 빠름을 절감합니다. 그렇게 화살같이 지나간 3년이지만 그 사이 몸과 피부는 홍콩에 확실하게 적응됐던 모양입니다.
인천공항에 첫 발을 내디딜 때의 느낌은 "어이쿠 추워!" 였습니다. 요즈음 서울 기온은 아침에 6~10도, 낮엔 12~16도 정도입니다. 홍콩의 한겨울 같은 온도에 노출되니 당연한 반응이지요.
그래도 한국에 오니 참 좋습니다. 3년 사이에 도심의 공기가 엄청 맑아졌습니다. 시골의 골목길까지도 담배꽁초 하나 버릴 수 없을 정도로 거리들이 깨끗합니다. 참으로 한국인은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이 지천입니다. 생선회와 홍어 매운탕, 보신탕, 갈비탕, 보쌈, 김밥, 콩나물 해장국, 칼국수....
지난 일주일 사이 뭘 먹어봐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 값에 최고 수준의 물가에 짓눌려 살다 돌아오니 지금은 서울 물가가 싸다고 느끼고 있지만 조금 지나면 '피부 물가'도 달라지겠지요.
물론 겉핧기에 불과하겠지만 난생 처음 찾아간 홍콩에서 지난 3년간 나름대로 의미있는 기사들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또 중국과 마카오는 수십번씩 드나 들었고, 태국 10번, 싱가포르 3번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대만, 캄보디아는 물론 심지어 네팔과 뉴질랜드까지 취재를 다녔습니다. 여권 한 권이 꽉차고 새 여권의 절반에 각국의 출입국 기록이 빼곡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세계는 넓고 한국인들이 할 일은 아직도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홍콩 3년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 행복했습니다'. 홍콩에 사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민들과 주재원들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강봉환-김진만 한인회장님, 강호천-이병욱-신홍우 상공회장님, 석동연-전옥현 총영사님을 비롯한 한인회와 상공회, 총영사관 관계자분들은 물론, 수많은 교민들과 금융계, 지상사 여러분들의 고마움을 일일히 나열하기도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
눈을 감으니 홍콩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타이쿠싱의 길거리와 해변 산책로, 아름다운 등산로들, 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의 전경들, 빅토리아 하버를 오가는 배들, 스탠리와 야마테이의 재래시장들, 사이쿵-디스커버리베이-판링-클리어워터베이의 골프장들이 눈에 삼삼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게는 후임자가 없습니다. 아쉽게도 조선일보로서는 제가 마지막 특파원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놀라움과 아쉬움을 표현하시더군요.
선배 특파원들이 개설했던 전화와 팩스, 인터넷 등을 끊을 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인터넷 시대라 특파원의 수요가 예전만 못하고 방송 개국을 앞두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홍콩과 뉴욕 특파원 등의 사무실을 이번에 폐쇄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이 출범하고 사정이 좋아지면 머지않아 다시 홍콩특파원 사무실도 부활하리라 믿습니다.
특파원 생활은 마쳤지만 저는 앞으로도 홍콩을 자주 찾아갈 겁니다. 첫째 아들은 홍콩의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고, 둘째 아들은 홍콩에서 고교 교육을 마치기 위해 남겨두었기 때문에 아이들 핑계로라도 방학때마다 홍콩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서울로 복귀해 저는 다시 사회부 사건데스크로 돌아왔습니다. 홍콩에서는 그런대로 여유있게 생활하다가 서울에서는 가장 바쁜 직책 중 하나를 맡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사회부(02-724-5285)로 연락주시면 소주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서울에서 큰 절 올립니다. 홍콩 한인 사회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지면을 허락해주신 수요저널에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조선일보 이항수 특파원/hang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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