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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술이나 먹고 죽자

기사입력 2004.05.1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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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김씨는 한국에서 출장왔다가 혼자서 완차이 술집에서 여종업원들과 함께 한국정치를 비판하면서 술이나 먹고 죽자며 벌컥벌컥 마신 후 혼자서 호텔 쪽으로 가다가 맨홀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유가족은 술집에서 인사불성인 사람을 그냥 내몰았기에 형사유기죄가 되고 또 민사상 피해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맞는지요? A 유기치사죄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그 사람을 내버려 죽게 하는 죄를 말합니다. 이런 죄는 민사이기 전에 일단은 형사건이 되어 대한민국에도 유사한 사건에 술집주인이 2년 정도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인사불성인 사람을 내쫓아 공원벤치에서 얼어 죽게 한 실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위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증거는 술을 다 마신후의 손님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입니다. 인사불성이 되어 몸도 가누지도 못하는 사람을 술집주인이 지갑에서 돈을 빼내 술값을 치루고 떠밀다시피 해서 내보낸 경우와 술 취한 손님이 제 발로 일어나 돈 계산할 때 깎아 달라고 할 정도로 정신이 있었던 경우는 민형사상 다르게 취급됩니다. 전자의 경우 유기치사죄에 해당될 수 있고 민사상 유가족은 술집 상대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본인과실이 됩니다. 본인과실이라고 하지만 손님접대 등 이유로 만취가 되어 집에 오다가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라고 간주한 판례가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유가족들이 민사소송을 해 볼만 합니다. 술 접대 문화가 한국과 다른 홍콩에는 이런 산업재해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라도 술집주인은 할말이 많습니다. “술이나 먹고 죽자”고 한 손님이 맨홀에서 자살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만,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인 음주 문화에는 그런 심한 표현이 실제 자살의도를 뜻하지 않으며, 한국인이 품위 없이 맨홀에서 자살한 사례도 들어보지 못한 정황에서 술집주인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술 취한 사람이 술 취한 다른 동료를 업고 나오다 층계에서 굴러 떨구어 업힌 사람이 다쳤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요? 업힌 사람은 본인의사에 관계없이 업혔고, 업어준 사람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를 업어주었다면 만취상태의 인지능력부족으로 업어준 사람이 민사상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맞습니다. 물론 도의적인 책임이 발생했으나 만취중 선의적인 행동에서 나온 실수사건이므로 법원은 가해자에게 관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업어준 사람이 만취상태가 아니었다면 선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해도 과실상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발적인 선한행동도 하려면 똑바로 잘 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민사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아 두어야 합니다. 유사한 예를 들면 치과의사가 무료치료를 한다고 성의없이 함부로 치료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그것도 민사과실이 되는 것입니다.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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