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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욕 잘해도 존경받는다 [형사법편]

기사입력 2003.01.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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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Y씨는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 들어설 때, 사람이 들어서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홍콩인이 문을 닫는 버튼을 갑자기 누르는 바람에 팔이 엘리베이터 문에 짓이겨졌다고 합니다. 화가 난 Y씨는 홍콩 영화 자막에서 본 「雜種」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제 나름대로 광동어 발음으로 「짭쫑」이라 소리를 지르며 (맞는 발음이었음) 으깨진 팔을 올려 때리는 시늉을 하였답니다. 그러자 홍콩인은 바로 핸드폰으로 경찰을 불러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았답니다. 여기서 각자가 어떤 홍콩법을 어겼는지요? A 홍콩법에 욕을 험하게 했다고 해서 형사죄를 간주한 법은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많은 선진국가에서도 욕을 심하게 하는 사람을 기소도 해보고 했으나 결국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형사죄로 간주된 사례들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법정내에서 상대방에게 욕을 하고 소란을 피우면 법정모독죄라는 것이 되고, 택시 운전사가 손님에게 욕을 퍼부으면 욕 때문에 걸리지는 않으나 도로교통법에 의거 「무식한 매너」죄로 걸립니다. 필자가 캐나다에서 대학 다닐 때 어떤 영어 못하는 한국인은 자전거 타고 가다 백인이 일부러 밀어부쳐 길거리에 쳐 박히게 되었는데도 막상 벌떡 일어나서 영어로 욕을 하자니 아는 것이 없어 벙어리 시늉만 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한국어로 욕을 했다면 본인은 시원했을지도 모릅니다. 욕을 자주 하면 경박해 보이지만 적시적소에 욕도 잘하면 역으로 존경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둘째로 홍콩인이 성질 급하게 엘리베이터 문을 고의적으로 닫아 귀하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폭행죄가 될 수 있으므로 Y씨는 되려 맞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Y씨가 손을 들어 때리는 흉내를 낸 것도 폭행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때려야만 폭행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진짜로 겁을 먹으면 원인을 제공한 그 행위 자체가 폭행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귀하의 신체 피해 정도에 따라 귀하는 민형사상 권리가 생기나, 피해가 적으면(보통 엘리베이터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경찰에서도 서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화해를 유도할 지도 모릅니다. 경찰도 욕한 것에 대해서는 조서에나 기록할 뿐 형사사건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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