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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그래 때려 봐 ! [형사법편]

기사입력 2003.01.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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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김씨와 박씨는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다짐 단계까지 왔습니다. 김씨가 \"그래, 때려, 때려 봐\" 하면서 얼굴을 들이밀자 박씨는 주춤하다 끝내는 김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몇 대 때렸습니다. 그러자 서로 폭행하고 둘 다 다쳤는데 김씨는 먼저 때린 자가 잘못했다 하고, 박씨는 때리라고 하는 바람에 때렸으니 죄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홍콩법에서는 누가 잘못했나요? A한국인이 싸움을 하기 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얼굴을 내밀고 먼저 \"때려, 때려\" 하며 초청을 하면서 얻어맞을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일단 맞고 나서 피해를 확인한 다음 공격적으로 대듭니다. 서양사람들이 정정당당히 처음부터 공격적 자세로 맞서는 것과는 대조적이고 모순된 일입니다. 한국인은 이런 식으로 피학적으로 도전을 하는 데 그 심리적인 역사 배경은 어디에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홍콩 형사법에는 물론 때린 자도 잘못이지만 때리라고 약을 올린 자도 얼마간은 잘못한 것으로 봅니다. 약 올리는 것을 영어로 Provocation 했다고 표현합니다. 일단 Provocation 된 것이 증명되면 때린 자의 형량은 낮아집니다. 성질을 건들인 자도 죄 값을 치뤄야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해자가 완전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얻어맞았으나 다시 상대방에게 또 가해한 자도 동등한 폭행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형평원칙에서는 예외를 적용, 처음부터 나쁜 짓을 해서 원인제공한 자를 때렸다면 가해자를 완전무죄로 해준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자기 아내를 희롱하는 자를 먼저 때린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훨씬 많이 더 얻어맞은 자만 폭행죄 판결이 떨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행죄로 기소될까봐 불의를 참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을 사례에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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