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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 발견된 로마식 건축물은 어디?

기사입력 2024.06.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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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수이포 배수지로의 역사 현장 견학

    가랑비가 흩날리는 5월 중순의 월요일 오후. 내 발걸음은 삼수이포의 어느 유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배수지인데, 비교적 최근에 발굴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곳이다. 

    여기서 배수지는 국민 첫사랑 수지의 본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돗물을 여러 지역으로 나누어 보내 주기 위해 만든 저수지를 의미한다. 

    이곳의 영문 명칭은 ‘Ex-Sham Shui Po Service Reservoir’이다. 

    고대 로마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져 2021년 고대문물자문위원회의 확인을 거친 후 1급 역사 건축물에 등재되었다.

    현장 방문은 인터넷 예약(waterconservation.gov.hk/tc/ex-sspsr/index.html)이 필수이다. 

    평일에는 광동어, 주말에는 영어 가이드가 배정된다. 

    내가 예약을 위해 관련 사이트 방문했을 때는 다음 달인 6월까지 주말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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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이 광동어로 설명이 이루어지는 평일 오후를 택했다. 

    그런데 관람 시간이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된다. 유적 현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예약 시간 10분 전 모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방문을 위해서는 지하철 삼수이포 역이 아닌 섹깁메이(Shek Kip Mei)역에서 내려야 한다. 

    도착하니 이미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대기 중이었다. 

    가이드가 신분증을 확인하며 신청자 명단을 살피고 있었다. 참고로 관람은 무료이다.

    예약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가이드는 방문객들을 이끌고 현장 관람을 위해 이동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곧 산을 타기 시작했다. 아니, 현장은 지하 배수지가 아니었던가? 동네 뒤 약수터 산 같은 곳을 10여 분 오르니 발굴 현장에 다다랐다.

    가이드는 유적지 방문에 앞서 우리들을 야외 교육장에 앉혔다. 

    가이드의 설명이 현장에서 제공된 MP3 및 이어폰을 타고 방문객들의 귀로 전달되었다. 

    듣는 이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이었고 궁금한 것은 질문도 한다. 

    이렇게 약 20분 가까이 야외 교육이 끝나자 비로소 발굴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사 현장에서 숨어 있는 역사가 나타나다!

    짜잔~! 드디어 사진에서 봤던 건축물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곳은 2020년 공사 도중 우연히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홍콩 정부에 토지를 반환하기 위해 수도국에서 공사 작업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유적지 일부는 당시 작업 도중 포크레인에 의해 파괴되기도 하였다.

    배수지가 설립된 시기는 1904년이다. 당시 구룡반도의 용수 공급은 주로 지하 저수지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인구가 급증하자 홍콩 정부는 이내 용수가 부족하리라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이로 인해 1902년, 자체 용수 공급 계획을 새로 수립하기에 이른다. 

    즉, 용수를 3곳의 지하 저수지로 이송시켜 공급한다는 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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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야우마테이와 홍함의 배수지는 1894년 완공되었고, 새로 한 곳의 준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바로 삼수이포 배수지이다. 완공된 이후 저장된 용수는 카우룬통, 삼수이포, 그리고 타이항 지역으로 공급되었다.

    1970년이 되자 섹깁메이 배수지 역시 수도 공급의 기능을 시작하게 된다. 

    용량이 3천만 갤런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여 식수가 삼수이포 일대의 주민들에게도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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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삼수이포 배수지는 그 역할이 퇴색되었고, 결국 같은 해인 1970년에 역사적 임무를 마감하게 된다. 

    이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여 사람들의 관심과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로마식 건축 양식의 삼수이포 배수지

    일행을 인솔하여 내려간 가이드는 곳곳을 자세하고 세심히 설명하였다. 

    이곳은 배수지로는 처음으로 원형 설계로 건축되었다. 

    원형 제작의 장점은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건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수지의 직경은 약 46미터, 높이는 6.85미터에 달한다. 수량은 218만 갤런(약 9,900세제곱미터)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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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건축 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천장을 수놓은 아치형 벽돌과 화강암으로 새워진 기둥이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건축 기술이었다. 

    특히 붉은 벽돌의 아치형 설계는 고대 로마의 건축 양식을 모방한 것으로 독특한 모습을 연출한다. 

    또한 14개의 화강암을 쌓아 올린 기둥은 돌 하나하나가 입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미적 감각을 자랑한다.

    가이드는 안내를 끝낸 후, 관람객들이 기다리는 사진 촬영 시간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는 친히 방문객들의 휴대 전화로 사진도 찍어주었다.

    현장 견학 및 사진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야외 교육장으로 돌아왔다. 

    이때 배지와 폴더 등 기념품을 선물로 받았다. 

    이어서 견학에 대한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곳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가이드의 설명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리고 옛 배수지 터를 어떤 용도로 (예를 들면 박물관, 음악홀 등) 사용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도 구했다. 

    설문 문항이 꽤나 많았는데, 이를 통해 홍콩 정부가 이 역사 유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90분 역사 유적 답사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홍콩의 숨겨진 보물을 하나 더 찾게 된 날이었다. 

    다음의 보물 찾기는 어디에서 이루어질까? 작은 설렘과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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