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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16번째 기념일을 맞은 지난 1일, "한 사람, 한 표", "자유를 위해 싸우자", "중국인 식민주의자들은 떠나라"고 쓴 깃발을 들고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태풍 3호라는 폭풍우에도 아랑곳 않고 시민들은 완전한 민주주의 실현과 렁춘잉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 10만명 홍콩시민 평화롭게 6시간 가두행진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행진은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센트럴지구에 위치한 차터가든공원까지 이어졌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시위대들이 도착하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6시간. 홍콩대학교 조사관들은 이날 시위 참가자가 대략 10만3000명 정도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추산해 발표한 6만 6000명보다 많은 것으로 지난해 시위 때보다 2만명 더 늘어난 것이다.
홍콩 반환의 날 가두 행진은 지난 2003년 첫 시작됐다. 당시 50만명이 참가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날 시위에선 경찰과 일부 시민 간 약간의 실랑이를 제외하고는 부상자나 건물 파손 발생 없이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위자들 일부는 시위가 끝난 후에도 해산하지 않고 공원에 남아 그들의 요구를 관철해 내기 위한 '50시간의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활동가들은 오는 2017년 선거에 야당 후보가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내년 반환 기념일에는 "중앙을 점령하자(Occupy Central)'라고 이름붙인 '시민들의 불복종 캠페인'을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홍콩 시민들은 렁 장관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7년에는 완전 민주주의 선거에 의해 행정장관을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렁 장관의 인기가 밑바닥인 것은 임명 과정의 정당성 결여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취임 이후 내각과 취임 전 일들에 대한 여러 스캔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대중들은 높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본토 중국인들의 유입 증가로 인한 생필품의 공급부족 등에 대해 분노했다.
중국 정부는 렁 장관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에 직접 선거로 행정장관을 선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열린 홍콩 반환 기념식에서 렁 장관은 적당한 시기가 오면 2017년 선거 일정에 대해 시민과의 협의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시위에 직접 참가한 폴 입 홍콩대학 교수는 "시민들의 불만은 교육시스템부터 주택부족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주택 부족 문제는 매우 극심해서 홍콩 젊은이들이 살 집을 마련하는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진자들은 홍콩 정부의 행정 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하고 렁 장관이 조만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콩 시민들 사이에 좌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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