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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경제칼럼] 1,250조 합병의 숨은 설계도 — 머스크는 왜 ‘삼각합병’을 택했나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기사입력 2026.02.26 15:53
2026년 2월,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했다. 합병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 원화로 약 1,250조 원. 사상 최대 M&A다. 대부분의 보도는 “로켓 회사와 AI 회사가 합쳐졌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번 거래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합병의 구조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거래 구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xAI를 직접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xAI를 완전 자회사로 존속시키는 이른바 ‘삼각합병(Triangular Merger)’ 방식을 사용했다. 삼각합병이란 인수회사가 자회사를 매개로 대상회사를 합병하되 대상회사의 부채와 법적 책임을 자회사 안에 가두는 구조를 말한다. 미국 M&A 시장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기법이지만 1,250조 규모의 거래에서 이 구조가 선택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거대한 채무의 법적 전염(Contagion) 차단이다. xAI는 X(구 트위터)를 인수하며 떠안은 약 120억 달러의 차입금에 이후 수차례 자금 조달로 불어난 추가 부채까지 수백억 달러의 짐을 지고 있다. 만약 직접합병을 택했다면 스페이스X 본체가 이 빚에 대한 직접적인 상환 책임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X 입장에서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의 부채가 합산되는 회계적 결과까지 피할 수는 없겠지만 삼각합병 구조는 최소한 xAI의 채권자들이 스페이스X의 핵심 우주 자산에 함부로 압류나 구상권(Recourse)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견고한 방화벽을 쳐준다.
둘째, 천문학적 규제 리스크의 격리다. 현재 xAI가 운영하는 X 플랫폼은 AI 챗봇 그록(Grok)이 여성과 아동의 성적 딥페이크를 생성•유포했다는 혐의 등으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조사를 받고 있다. EU는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종종 ‘단일 경제 통일체(Single Economic Entity)’ 원칙을 내세워 최상위 모회사에까지 책임을 묻는 법인격 부인을 시도하기도 한다. 스페이스X가 100% 완전 자회사로 xAI를 품은 이상 이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독립된 법인격을 유지하는 삼각합병 구조를 통해 스페이스X는 이 거대한 법적 책임이 본체로 직행하는 것을 1차적으로 방어하고 쟁송 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셋째, 세금이다. 이번 합병은 미국 세법상 비과세 조직재편으로 설계되어 xAI 주주들은 스페이스X 주식(교환비율 xAI 1주당 SpaceX 0.1433주)을 받되 실제 매도 시점까지 양도소득세를 이연할 수 있다.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들에게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설계다.
결국 이 구조가 보호하려는 것은 하나다. 스페이스X의 IPO다. 합병 법인은 올해 안에 기업가치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IPO를 앞둔 회사가 수백억 달러의 부채 상환 압박과 EU의 철퇴를 본체의 대차대조표와 법인격 위에 그대로 올려놓을 수는 없다. 삼각합병은 투자자에게 “xAI의 기술과 인력은 가져오되 그 짐은 담장 안에 가둬뒀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장치다.
이번 거래의 표면은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장밋빛 비전이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부지 한계를 뚫고 위성에 AI 칩을 실어 궤도에서 연산하겠다는 구상. 머스크가 로켓, 위성, 통신망, AI를 동시에 쥔 유일한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스토리를 현실로 바꾸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고 돈을 끌어오려면 깨끗한 재무구조가 필요하다. 삼각합병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재무적 전제조건이었던 셈이다.
M&A 거래에서 구조는 당사자의 진짜 의도를 드러낸다. 1,250조의 간판 뒤에서 머스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늘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땅 위의 부채와 소송을 격리하는 것이었다. 꿈을 팔기 전에 먼저 리스크를 정리하는 것. 국제 분쟁 해결 변호사의 눈으로 보면 그것이야말로 이번 합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영리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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