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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쳐 홍콩은 아시아를 호령하는 톱스타들을 양산했다. 이중 성룡과 주윤발은 홍콩 영화계의 양대 산맥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먼저 스타덤에 오른 것은 성룡이다. 80년대 초, 취권으로 일약 최고의 스타 자리에 등극했다. 이어 혜성같이 등장한 배우가 주윤발이다. 1986년 ‘영웅본색’이 대박을 치며 영화팬들에 그의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이후 두 배우는 홍콩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군림한다.
홍콩 영화의 전설인 성룡과 주윤발은 지금도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런데 두 배우 모두 다작을 했지만 함께 출연한 영화가 없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하늘에 해가 두 개일 수 없기 때문일까? 그러나 대중으로부터 받는 사랑에 있어서는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71세에 찍는 새 영화, ‘러쉬 아워 4’의 성룡
약 150편의 영화를 찍은 성룡의 가장 최근 작품은 ‘포풍추영’과 ‘베스트 키드: 레전드’로 모두 올해 상영되었다. 이중 ‘베스트 키드: 레전드’에는 1984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속 주인공 랄프 마치오도 출연한다.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엊그제 성룡의 소식이 들려왔다. 71세의 나이에 ‘러쉬 아워 4’에 출연한다는 뉴스였다. ‘러쉬 아워’는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활약하는 두 경찰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물이다. 미국 경찰역은 크리스 터커가 맡아 성룡과 호흡을 맞춰 오고 있다. 이번 4편은 18년만에 나오는 속편인데, 트럼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오랜 절친이자 거액 후원자로 알려진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에게 속편 제작을 설득했다고 한다. 엘리슨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의 부친이기도 하다.
단, 성룡의 현 상황은 안타깝다. 나이가 들며 예전의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실추된 이미지로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홍콩에 와서 놀란 것은 현지인들이 하나같이 성룡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 홍콩인들에게 각인된 그의 이미지는 ‘바람둥이’었다. 대표적인 사건은 여배우 오가리와의 불륜이다. 둘 사이에 ‘우주오린’이란 사생아 딸을 낳았는데, 이들 모녀는 성룡으로부터 철저히 버려졌다.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든 성룡에게 현지인이 등을 돌린 이유는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노골적 친중 행보 때문이다. 소시적 팬이었던 나로서는 대중이 떠난 성룡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그는 꿋꿋한 모습으로 무소의 뿔처럼 가야 할 길을 걸어 가고 있다.
여전히 젊고 건강한 주윤발, 동네 목격담
1년 전, 나는 우리 동네에서 운동 중인 주윤발을 직접 목격하였다. 타이쿠싱과 사이완호 사이의 해변 공원이었다. 월요일에 일찍 퇴근하여 달리기를 하러 갔었는데, 검은 모자에 검은 선글라스, 검은 운동복을 입은 주윤발이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일주일 후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그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1955년생인 주윤발은 올해 70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군살 하나 없이 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같은 동네에서 주윤발을 목격했다는 우리 학원 수강생의 말을 듣고 역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주윤발의 근황은 종종 마라톤 대화 참가 소식으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2023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 처음 참가해 2시간 27분 56초로 완주했으며, 2024년 1월에는 기록을 1분 이상 단축하여 2시간 26분 8초를 기록했다. 평소 건강 관리에 철저한 주윤발은 지금도 영화인으로 활동 중이다. 2018년 곽부성과 영화 ‘무쌍’ 출연 후 한동안 뜸했으나, 2023년 ‘원 모어 찬스’로 다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었다. 지난주 홍콩에서 거행된 2025 마마(MAMA) 어워즈에서 시상식 때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주윤발이 홍콩의 대중들로부터 받는 관심과 사랑은 성룡과 너무 대비된다. 내가 한국어 고급반 수업을 하는 홍콩대학교 전업진수학원 (HKU SPACE)에서의 발표 시간. 매 학기 ‘내가 좋아하는 홍콩의 유명인 소개’라는 주제의 발표 때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 주윤발이었다 (성룡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여년간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하도 많이 들어 그의 이력은 외울 정도가 되었다. 이를 통해 홍콩인들이 주윤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친서민적인 행보이다. ‘대스타’라는 무게를 내려놓은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허름한 식당을 찾으며, 등산 때 만나는 현지인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에 홍콩인들은 진정성을 느끼는 것 같다. 소탈하고 스캔들 없는 사생활도 플러스 요인이다.
내가 동네에서 우연히 그럴 만났을 때도 윗통을 다 벗고 바닥에 털썩 앉아 있거나, 공원 벤치에 엎드려 있는 지인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는(안마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습이었다. 내가 그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고 부탁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홍콩의 대스타 성룡과 주윤발. 홍콩 대중으로부터의 시선에는 온도 차가 있으나, 두 스타 모두 계속 건강하고 왕성히 활동하여 좋은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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