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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게재된 광동식 비비큐 구이 ‘시우메이’ 칼럼을 준비하며 알게 된 지역이 있다. ‘삼쟁(深井)’이라는 곳으로 거위구위의 본고장이다. 위치가 췬완(荃湾)에서 가깝다. 공항에서 시내 방향으로 청마대교를 건너오면 왼쪽 멀리 보이는 곳이 삼쟁이다. 지난 주말, 본 칼럼을 위해 미식 여행을 떠났다.
공업도시로 융성했던 삼쟁
삼쟁은 광동에서 이주해 온 치우자우(潮州 조주)인과 하카(客家 객가)인이 집단 거주를 해온 촌락이다. 수심이 깊은 부두를 끼고 있어 해상 교통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육로 수송도 편리하여 공업의 융성을 가져왔다. 산 미구엘 맥주 공장, 카우룬 밀가루 공장, 가든 제빵 공장 모두 이곳에 위치하게 된 이유이다. 전성기에는 약 4천 명이 마을에 거주했고, 그중 대다수는 이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사업 수완이 있는 치우자우인들은 주변에 가게와 상점을 열며 마을의 번영을 가져온다.
그러나 오늘날 홍콩 사람들이 ‘삼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거위구이이다. 80년대에는 ‘삼쟁에 가서 거위구이를 즐긴다(去深井,食燒鵝)’는 말이 유행하였다.
나는 삼쟁이라는 곳에 대해 두 가지 착각이 있었다. 거위 집단 사육 농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두 번째로는 마을 이름이 깊을 ‘심(深)’에 우물 ‘정(井)’이니 이곳 어딘가에 깊은 우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나 이 추측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깜종(金鐘, 어드미럴티)에는 금으로 만든 종이 없고, 첵취(赤柱, 스탠리)에는 붉은 기둥이 없으며, 다이아몬드힐에는 다이아몬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랬다. 알고 보니 삼쟁은 거위를 굽는 방식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거위를 굽기 위해 좋은 토지를 골라 땅을 깊게 판다. 이는 ‘마른 우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라이찌 가지를 쌓아 올린다. 우물 입구에는 철근으로 덮는다. 그리고 거위는 그 위에 걸어 굽는 식이다.
광동의 별미 거위구이
한국의 경우 오리고기는 흔하지만 거위고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의 거위구이도 실은 오리구이에서 유래 되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거위 고기를 먹었던 것 같다. 동의보감에는 우리 선조들은 거위를 많이 길렀고 식용으로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에는 중국과 홍콩 외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거위 요리가 대접을 받고 있다. 프랑스는 고기 외에도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가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거위를 통째로 구워 먹는 로스트구스(Roast Goose)가 보편적이다.
거위는 맛이 부드럽고 담백한 데다가 영양가도 최고다. 단백질, 지방, 비타민B, 미네랄 등 풍부한 영양을 자랑한다. 육체 노동이 많은 사람에게 기운을 보충해주고 근육과 조직을 만들어준다. 또한 오장의 열을 풀어주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의 몸을 보호하며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도 지녔다. 노년층의 보양식으로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몸에 좋다고? 그럼 어서 먹으러 가 볼까~
미슐랭 거위구이 식당 – 삼쟁 위끼 로스트구스
삼쟁에는 유명한 거위구이 맛집이 있다. 위끼 로스트구스(Yue Kee Roast Goose)라는 식당이다. 치우자우인인 응췬임이 1958년 문을 열었다. 2010년부터 미슐랭 가이드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미식 여행의 목적지이다.
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칭이 지하철 역에서 내려 A1출구로 나가면 상가와 연결된다. 상가 입구 아래에 미니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308M버스를 타고 약 10여분 후 3번째 정류장인 캐슬피크(Castle Peak)로드에서 하차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마을 건너편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그 위로 웅장하게 걸쳐진 청마대교가 보였다. 동네 곳곳에는 바비큐 거위를 의미하는 ‘燒鵝’ 간판의 식당들이 눈에 띈다. 원래 이 마을을 상징하는 거위 모형의 마스코트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몇 년 전 철거되었다.
위끼 레스토랑은 마을 중심부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 입구에는 미슐랭 훈장이 8개나 달렸다. 식사를 즐기는 공간은 윗층으로 올라간다. 벽면에 홍콩의 영국의 마지막 총독 페튼이 방문한 사진이 보였다.
메뉴에는 거위 한 마리, 반 마리, 그리고 1/4 크기의 레귤러가 금액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나는 레귤러 사이즈(HK$170)를 주문했고 밥은 따로 시켰다.
약 10여분 후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거위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붉은 표면에는 반지르르한 기름이 흐르며 바삭한 식감을 시각으로 먼저 전달했다. 그 안쪽으로는 두툼하고 촉촉한 육질이 모습을 숨기고 있다. 겉으로 보면 기름지고 짜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먹어봐야 알 수 있다. 한 마리의 1/4 크기였지만 혼자 먹기에는 꽤 많은 양이다. 먹는 내내 입은 즐겁고 몸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미식 여행은 먼 여정의 수고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 주었다.
홍콩 도심에서도 거위구이를 즐길 수 있다. 유명한 식당으로는 완차이에 위치한 캄스 로스트 구스(Kam’s Roast Goose), 센트럴의 얏록(Yat Lok Restaurant)이 있다. 여름의 한복판에 있는 요즘, 현지 미식 체험과 함께 건강도 챙기는 시간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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