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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요리만큼 다양하다~! 홍콩의 양념장 (1)

기사입력 2025.06.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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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의 한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한 홍콩 수강생이 타이쿠싱의 그랜드 쿠진 상하이 키친(Grand Cuisine Shanghai Kitchen)에서 식사를 할 예정인데, 요리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내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바로 옆이었다는 것을 알고 한 질문이었다. 

     

    그 중식당은 가성비가 좋고 음식도 맛있어 한국 교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홍여우차오셔우(紅油抄手:일명 매운 만두), 꽁빠오지딩(宮保鷄丁:닭고기, 견과류, 고추를 같이 볶은 요리), 짜장빤민엔(炸醬拌面: 한국의 짜장면과 비슷함) 등을 소개하자 모두 맵거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거라며 웃는다. 나는 특히 홍여우차오셔우를 강력 추천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그거 특별한 요리가 아니에요. 찐만두에 라지아오요우와 화지아오요우만 넣으면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라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요리인데 집에서 해볼까? 그런데 이때 문득 든 생각. 다양한 가짓수를 자랑하는 중화요리라 양념장 또한 참 많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 좀 더 알아보고자 했다. 

     

     

    종류만 수십 가지, 중국의 양념장

     

    일단 요리에 사용되는 양념장이 얼마나 되는지 검색을 해봤다. 와, 그런데 정말 그 종류가 상상 이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에 따라 쓰는 소스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푸지엔에서는 샤챠지앙(沙茶醬: 향긋하고 약간 매운 맛이 특징, XO지앙과 비슷함), 광동요리에서는 시아지앙(蝦醬: 새우젓)을 쓰는 식이다. 

     

    홍콩 수강생들에게도 물어보니 주방에 있는 것만도 10여가지나 된단다(홍콩은 주방도 좁은데..). 여러 종류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양념장들을 소개한다. 

     

     

    강력한 매운 맛! - 라지아오요우 (辣椒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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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내가 좋아하는 홍요우챠오셔우 조리 시 들어간다고 언급한 두가지 소스, 라지아오요우와 화지아오요우를 알아본다. 사실 라지아오요우는 요리가 완성되고 나서 살짝 첨가해 먹는 소스로 많이 사용된다. 식탁마다 올려져 있는 식당들도 많다. 조금만 넣어도 강력한 매운 맛을 선사한다. 

     

    나는 딤섬을 찍어 먹을 때, 완탕면이나 어묵국수 등 국물이 있는 요리 및 볶음밥 같이 기름기 많은 음식을 주문 후 첨가해 먹는다. 중화요리의 느끼함을 잠재우며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딱인 소스다.

     

     

    쓰촨풍의 얼얼함을! - 화지아오유우 (花椒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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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얼한 느낌을 주는 소스이다. 보통 쓰촨요리에서 많이 맛보는 얼얼하고 알싸한 맛이다. 위에서 이 소스를 소개한 수강생은 홍요우챠오셔우 요리 시 조금만 넣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위샹치에즈(魚香茄子:어향가지), 딴딴미엔, 꿍빠오지딩, 마라훠궈 등에 쓰인다. 

     

     

    양념의 왕, 간장 - 찌앙요우(醬油), 라오쳐우(老抽), 셩쳐우(生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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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바로 ’간장’이다. 광동어로는 ‘시야우(豉油)’라고 한다 (현지 중국 식당에 가면 음식명 중에 ‘豉’자가 붙은 요리가 많다). 간장도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진한 간장인 라오쳐우과 옅은 간장인 셩쳐우로 나눠볼 수 있다. 

     

    라오쳐우는 홍콩 현지식인 광동요리에 많이 쓰인다. 주로 조림용과 홍샤오(紅燒: 육류나 생선을 설탕과 간장을 넣어 볶은 후 물을 첨가하는 방식) 요리에 많이 사용되며 약간의 단맛도 지니고 있다. 색깔은 진하지만 짠맛의 정도는 비교적 약하다. 향과 신선한 느낌은 셩쳐우보다 떨어진다. 

     

    옅은 간장인 셩쳐우는 고온에서 식물성 기름을 가열하여 제조한다. 무침과 생선, 야채 요리에 많이 쓰인다.

     

     

    해산물 + 고추장의 XO지앙 (XO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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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토종 소스인 XO지앙은 해산물과 고추를 재료로 제조된다. 해산물의 신선함과 고추의 매운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독특한 소스가 탄생한 곳은 페닌쉴라 호텔의 중식당 스프링 문(Spring Moon)이다. 

     

    새우젓에 말린 관자, 고추, 마늘 등을 첨가하여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아 홍콩 전체에 퍼지게 되었다. XO의 이름은 엉뚱하게도 양주인 블랜디에서 유래되었다. 포도주를 증류해 만드는 블랜디는 보관 연도 등급에 따라 V.S., V.S.O.P, XO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가장 오래 숙성된 술이 XO이다. 최고급 브랜디를 의미하는 XO를 소스 이름에 붙인 것이다.  XO지앙은 전복, 새우 등의 해산물, 두부와 같은 야채, 그리고 육류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리에 두루 어울린다.      

     

     

    떠우반지앙 (豆瓣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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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로는 소위 ‘두반장’이라고 불리며 요리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다. 콩을 주 원료로 하여 고추와 식염 등을 발효시켜 만든다. 참고로 ‘떠우반’은 콩 한 쪽이라는 뜻이다. 묵직한 매운맛과 함께 짜고 단 맛 등도 가미되어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다. 마포떠우푸, 후이궈로우(回鍋肉: 중국식 제육볶음) 등 쓰촨요리에 즐겨 쓰인다. 뿐만 아니라 볶음, 조림, 무침, 훠궈 등 용도 또한 다양하다. 


    쓰다 보니 빠지면 섭섭해할 주요 양념장들이 몇몇 더 남아 있다. 다음편에서는 기타 주요 양념장들과 함께 이들 소스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중국 음식 조리법을 소개한다. 기대하시라, 다음주를!

     

    * 양념장 및 음식 이름은 표준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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