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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시계도 점점 겨울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홍콩의 겨울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생각나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 훠궈와 광동식 탕, 그리고 뽀자이판이다. 훠궈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음식이고 여러 재료를 넣어 끓이는 광동식 탕도 홍콩의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뽀자이판(煲仔飯)은 상대적으로 생소할 수 있다.
뽀자이판은 쉽게 말해 홍콩식 돌솥비빔밥이다. 중국 식당에 가서 메뉴판에 ‘煲’자를 보게 된다면 돌솥에 담겨져 나오는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홍콩의 뽀자이판이 한국의 돌솥비빔밥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맵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야채가 들어가는 한국과는 달리 홍콩식은 고기나 햄 등 위주로 재료가 단순하다. 가장 대중적인 뽀자이판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1. 말린 소시지 뽀자이판 (臘味煲仔飯)
주재료는 중국식 말린 소시지(臘腸), 오리 다리, 초이삼이며 양념은 간장으로 한다. 조리 방법은 적당히 물을 맞춘 쌀 위에 소시지, 오리 다리, 초이삼을 나란히 놓고 뚜껑을 덮은 후10~15분 중불에 끓인다. 조리가 됨에 따라 소시지와 고기의 기름이 서서히 밥에 스며들면서 윤기와 향을 불어 넣는다. 재료가 다 익으면 마지막으로 설탕을 넣은 양념 간장을 위에 뿌려 먹는다. 짭짤한 햄과 간장 맛에 더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야채인 초이삼이 잡아준다. 그리고 바닥의 누룽지는 구수함을 선사한다.
2. 돼지갈비 뽀자이판 (排骨煲仔饭)
홍콩 사람들이 즐겨 먹는 딤섬 중 돼지갈비 딤섬이 있다. 단백질, 철분, 지방 등이 풍부하여 빈혈 개선 및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홍콩식 돼지갈비는 작게 토막이 나 있어 먹기 편하다. 소금과 간장, 설탕, 마늘 등으로 양념을 한 돼지갈비가 돌솥밥 위에 올려져 나오는 요리가 바로 돼지갈비 뽀자이판이다. 여기에 초이삼이나 버섯 등으로 넣어 같이 먹을 수도 있다.
3. 닭고기 뽀자이판 (滑鷄煲仔饭)
이 요리는 토막낸 닭고기, 혹은 닭다리를 양념하여 밥에 올려 조리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닭고기인지라, 이 뽀자이판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비교적 무난하다. 말린 소시지 뽀자이판에서 햄과 오리의 파트너가 초이삼이라면 닭고기 뽀자이판에서 야채 파트너는 표고버섯이 담당한다. 이 요리를 주문하면 커다란 표고버섯이 가운데에 자리잡고 그 주변에 둘러싸인 닭고기가 밥 위에 올려져 나온다.
4. 달걀 후라이 완자 뽀자이판 (窩蛋牛肉煲仔飯)
중국 식당의 메뉴판에서 ‘餠(병)’자가 보인다면 둥근 전병 형태의 요리라 보면 된다. 완자 뽀자이판은 다진 고기를 전병 모양으로 조리하여 덮밥으로 내놓는 음식이다. 마치 넓적한 완자, 혹은 중국식 햄버그 스테이크를 보는 듯하다.
이 요리는 한국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씨가 홍콩을 방문하여 먹은 음식으로, 관련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당시 백종원 씨는 이 요리에 대해 ‘언뜻 보면 한국식 떡갈비를 솥밥에다 올리고 달걀 후라이를 그 위에 올린 것 같은 느낌이다. 밥이 눌어서 은근히 탄 맛이 올라와 좋다. 누룽지와 고기를 같이 먹으니 매력있다’라고 평했었다.
참고로 촬영이 이루어진 식당은 야우마테이에 위치한 힝게이 초이관(興記菜館)이다. 이곳의 굴전도 유명하니 같이 주문하여 먹어 보면 좋을 듯하다. 백종원 씨도 여기서 뽀자이판과 굴전, 맥주를 같이 시켜 먹었다.
이 외에도 닭발(鳳爪), 토란(荔芋), 개구리(田鷄) , 표고버섯(冬菇) 등의 이름이 붙은 뽀자이판들도 있으니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그런데 뽀자이판의 칼로리가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참고해 두자. 이중 닭발 뽀자이판이 1300 칼로리로 제일 높다. 하지만 한 그릇 이상 먹는 일은 없을 듯하다.
뽀자이판을 먹을 때 재료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비벼 보면 재료, 양념, 누룽지가 한데 섞여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조리 방법이 간단해 홍콩 사람들은 집에서 가정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간편하게 전기 밥솥을 이용해 조리할 수도 있다. 밥을 할 때 위에서 소개한 몇 가지 재료를 쌀 위에 올려 놓으면 영양과 편리함을 갖춘 한 끼 식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 교민들은 위에서 소개한 요리가 생소하여 쉽게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냥 나오는대로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김치나 고추장을 살짝 넣어보는 것이다. 이것들을 따로 챙겨가는 것이 번거롭다면 식당에 있는 고추기름을 살짝 뿌려 먹어도 좋다. 필자는 현지 식당에서 중국 음식을 먹을 때 고추기름을 자주 넣어 즐긴다. 보통 식탁마다 놓여져 있지만, 혹시 없다면 광동어로 ‘얏꼬 랏지우야우, 음꺼이(고추기름 하나 주세요)’라고 말해 보자.
이 음식을 하는 식당들은 주로 밖에서 손잡이가 달린 작은 솥을 불 위에 올려 놓고 조리를 한다. 올 겨울, 홍콩의 별미 뽀자이판을 즐겨 보자.
참고자료: https://www.hangheung.com.hk/blogs/bakery1/claypot-rice-recip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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