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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다양한 얼굴의 삼수이포

기사입력 2020.11.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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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홍콩의 상징적인 모습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본다. 첫번째는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홍콩으로 스탠리 마켓, 리펄스 베이, 센트럴, 란카이펑 같은 곳이 이에 속할 것이다. 

    다른 모습은 서양색을 배제한 전통적인 홍콩의 얼굴이다. 허름한 차찬팅과 사람이 붐비는 노점상 및 시장, 밤이면 한자로 된 네온 사인으로 뒤덮인 전형적인 홍콩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로 구룡 북서쪽에 위치한 삼수이포(Sham Shui Po, 深水埗)를 꼽을 수 있다. 삼수이포는 홍콩을 상징하는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다채로움을 간직한 삼수이포

    삼수이포하면 우리 교민들에게는 먼저 홍콩의 ‘용산 전자상가’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삼수이포 전자상가는 한때 해적판 소프트웨어의 집산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압리유가는(Apliu street)는 휴대전화 관련 제품과 골동품 타자기, 고품질 음향 기기등을 판매하고 있다. 홍콩의 대표적 영화 <무간도>에서 유덕화와 양조위가 같이 음악을 감상하던 곳이 바로 압리유가이다. 

    ▲무간도의 촬영지 유챠우가

    ▲희귀한 LP 레코드를 파는 음악상가

    유차우가(Yuchau Street)에는 공예품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목재, 플라스틱, 유리 공예품, 수정품, 장신구등 DIY 제품들이 즐비하다. 또한 삼수이포하면 완구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다채로움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삼수이포이다. 그럼 이곳이 간직했던 과거의 모습들을 살펴 보자.


    70~80년대 동남아 최대의 의류 원단 시장 삼수이포

    삼수이포는 과거에 방직 및 의류 제조업으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지금도 350개 중소업체, 도매상과 소매상이 위치해있다. 특히 70~80년대의 삼수이포는 동남아 최대 의류 원단 시장이었다. 

    옷감에 쓰이는 천을 판매하는 점포만도 1,000개가 넘었다. 패션과 유행을 선도하는 삼수이포의 의류 제품은 싱가폴, 태국등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유럽 및 일본등의 공급업체가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여 제조,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2000년 이후 홍콩의 의류 제품 시장은 위축되었다. 특히 삼수이포의 시장 규모는 50% 정도나 감소되었다. 

    지금은 옌챠우가(Yen Chow Street)가 마지막 남은 원단 시장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타이난가(Tainan Street)에는 ‘브러더스 레더 크래프트’라는 수공예품 상점이 위치해 있다. 

    이태리 피혁 및 가죽을 판매하는 수공예품 상점인데 이곳에서는 간단한 가죽 제품 제작 방법을 배운 후 자신이 만든 것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렇게 일부 거리와 상점에서 방직, 의류 원자재 중심지였던 삼수이포의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다.


    홍콩의 ‘동대문’을 위한 프로젝트

    몇 년전 여러 업계의 인사들로 이루어진 홍콩 패션 발전위원회가 방직 및 의류업의 위상을 재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 구상으로 머리를 맞대었다. 삼수이포와 쳥샤완 일대의 의류 제조업체를 통합시켜 이곳을 패션 및 의류 디자인 기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이 구상은 이미 초기 실행 단계를 거쳤다. 홍콩의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이자 패션 발전위원회 소속위원이기도 한 허궈쪙은 “삼수이포가 지향하는 첫 목표는 이곳을 ‘홍콩의 동대문’으로 만드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통져유가의 5층짜리 한 건물 안에 의류 제품 판매구, 샘플 전시구, 업무실, 원료실, 공공 이용구역 등을 배치함으로써 샴수이포를 패션 및 설계 기지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즉, 현지의 패션 디자이너와 공급업체, 제조사 및 판매상까지 한 곳에 모아 효율성을 높이고 한편으로 디자이너 인재 육성의 공간으로도 활용하고자 한다는 방안이다. 


    오우삼 감독이 거주했던 홍콩 최초의 공공 주택 메이호 아파트

     
    삼수이포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정부 공공 주택 1호의 역사를 지닌 메이호(Mei Ho) 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인근 셔킵메이 대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공급된 아파트이다. 1953년 12월 25일에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당시 50,000만명 이상의 이재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메이호 하우스는 홍콩 정부의 공공 주택 설립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영웅본색>의 오우삼 감독이 어린 시절 거주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실재로 가 보니 건물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건축 역사가 60년이 넘는 아파트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깔끔한 모습이었다. 아마 역사적 가치로 인해 보존이 잘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1층은 현재 ‘메이호 생활관’으로 개조되어 예전의 생활 모습을 전시해 보여주고 있다. 한편에는 청년 유스 호스텔을 운영중이다.

    삼수이포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과 함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현지화된 번화가’의 특징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지난 일요일, 삼수이포에는 외국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았고 대신 현지인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들이 엮어낸 과거의 영광과 역사, 현재의 분주함 다채로움, 그리고 미래의 희망과 청사진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참고문헌: 《香港故事》, 三聯書店有限公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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