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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로즈의 홍콩교육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재택근무의 일정

기사입력 2020.08.1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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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심해지는 코로나에 내가 일하는 홍콩대학교도 모든 직원이 전원 재택근무로 돌아섰다. 사실 재택근무도 재택 나름이지만, 아들 셋이 있는 우리 집 같은 경우 나에게 재택근무란 일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도 같다. ^^; 집안에 ‘재택’만 있을 뿐 ‘근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을 비껴갈 수 없다면 오히려 즐기라고 했던가. 이것도 계속 지속되니 나름 질서가 잡히고 노하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장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 장점은, 업무 시간을 내가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나의 하루는 새벽 5~6시부터 시작이 된다. 아이들이 모두 자는 시간에 첫 근무를 시작한다. 다행히 내 일이 시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고 정해진 업무를 내가 충분히 조절하며 할 수 있기에 가능해 참 감사하다.


    오전 8시 정도 되면 아이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아침을 먹는다. 9시부터 나와 아이들이 공부를 한다. 9시부터 한 시간이 약간 못되게 학습을 시키고 나면 아이들이 놀고 싶어서 온몸을 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같이 놀게 나누고 10시쯤부터 내 오전 근무가 다시 시작된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조금 유동적으로 일을 한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서 일을 조금 일찍 끝날 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 가기도 하고, 가까운 쇼핑몰에 가서 기분 전환도 하고 오후 업무를 마무리한다.


    어떻게 보면 크게 다를 게 없는 일상이지만, 하루에 두세 시간씩 걸렸던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니 그 시간을 오히려 더 업무에 쓸 수 있어서 효율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아이들과 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전에 잠깐 아이들과 공부를 할 때 주로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글을 가르치는데, 처음에 정말 아이들이 너무 못 따라와서 혼자 스트레스의 극치였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가르쳐도 너무 못해서 오히려 내가 좌절을 했을 정도로 참담했는데, 아이들도 계속 매일 꾸준히 하니 학습이 잡히고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보였다.


    그동안 워킹맘이라고 아이들 학습이며 숙제이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할 거라고 미루어만 놓았던 게 참 미안했다. 아이들은 엄마랑 같이 공부하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엄마랑 같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코로나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큰 소득이다.


    하루는 둘째 다니엘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다니엘, 엄마 말 안 들으면 엄마 내일부터 다시 회사 사무실에 나갈 거야!”


    그 한마디에 아이가 그 소리를 듣고 눈이 동그래지더니,
    “엄마, 내일 절대로 사무실 가지 말아요. 알았죠? 약속해요?”라고 재차 확인하는 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집에 엄마가 있는게 이리도 좋은가 싶었다. 다시 언젠가는 출근을 하게 되겠지만, 지금 이 시간만이라도 감사하게 여기며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세 번째는, 해 질 녘 석양을 우리 집 거실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매일 파란 하늘의 연장선이다. 나의 그리 좋지 않은 시력에도 저 멀리까지 풍경이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게 보이니 이토록 깨끗한 하늘 아래 있는 것에 저절로 힐링이 된다.


    특히, 나에게 있어 해 질 녘 석양이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 타고 가끔 창밖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창밖 풍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면 이미 어둑해진 저녁이니 말이다.


    그런데 집에서 오후 근무를 마치고, 아이들과 고즈넉하게 앉아 저녁을 먹고 있으면 창밖으로 장관이 펼쳐진다. 깨끗한 하늘에 저물어가는 석양이 얼마나 멋진지. 하루는 하늘을 오색 빛깔로 수놓은 하늘 색깔에 반해 해가 질 때까지 넋을 잃고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 순간 어찌나 마음이 행복하던지. 우리 인생에 행복이 별거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장점 외에 단점도 있다. 업무 효율이 사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아이들이 계속 내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도 일하며 근무할 수 있는 상황에, 더구나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내가 할 역할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내자 다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워킹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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