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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로즈의 홍콩교육이야기] 홍콩 유치원 입학에 예상치 못한 복병은 다름 아닌 면접
기사입력 2020.06.24 11:18드디어 그토록 고대하고 기다리던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날은 바로 다름 아닌, 아이들의 첫 등교 날.
지난겨울 12월 아이들이 겨울방학 때 같이 한국에 다녀온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번 연도 들어서 계속 학교를 못 갔으니, 어느덧 5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에 함께 시작된 재택근무로 인해 재택근무도 아닌, 재택 육아로 업무도 육아도 제대로 못 하는 날이 얼마나 수없이 많았던가. 반나절 수업이라도 괜찮다. 부디 학교만 가다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고 나니, 몇 년 전 둘째 아이의 유치원 면접이 생각이 났다. 집 주변에 유치원을 찾아서 거의 모든 유치원을 다 방문해보고, 하나씩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지원하고. 그 모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유치원 면접.
아이 유치원은 다섯 군데가 넘는 곳을 지원했고, 총 세 곳에서 인터뷰 오퍼를 받았다. 한 곳은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취소를 하고 총 두 개의 공립유치원에서 면접을 봤는데 정말 극과 극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 곳은 가톨릭계 유치원인데 primary 와 secondary 학교가 연계되어 있고 겉으로 보기에도 학교 시설도 가장 컸다. 면접 당일. 학교에 도착하니 강당으로 인도를 해주는 게 아닌가. 그곳에 들어가 보니 정말 수백 명이 넘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주어진 번호표를 가지고 정해 준 그룹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떨리는 면접 시간. 아이보다 내가 더 떨리는 것은 왜일까….? 열 명 정도 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도 같이 교실에 들어갔다.
교실에는 다양한 놀이학습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곳곳에 선생님들이 차트를 가지고 아이들의 행동을 면밀치 관찰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놀이도구들이 배치된 곳에 선생님이 배정되어 앉아있었고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는 것이 보였다.
한 테이블에 우리 아이가 가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 선생님이 중국어로 물어보셨다. 아이가 답이 없자 영어로 같은 질문을 하셨다. “Hello, where is the blue car?
그때 당시, 만 세 살이 안 된 우리 아이는 영어와 한글의 혼용으로 말이 아주 느린 상태였고, 당연히 그런 질문은 알아들어도 대답을 잘 할 리가 없을 만큼 낯을 많이 가리는 상황이었다. 선생님은 다른 질문을 하셨고, 역시나 아이는 노심초사하는 내 속도 모르는지 질문에 대답은커녕 가지고 장난감만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원래 이 나이 때 아이는 다 그런 게 아니겠어? 라고 스스로 안심하려는 찰나. 그 옆에 있었던 다른 여자아이가 중국어와 영어로 모두 유창하게 말을 너무나 잘하는 게 아닌가. 세상에 영어는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순간, 내가 그동안 너무 언어를 안 가르쳤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두 번째 유치원 면접을 보는 날이 왔다. 두 번째 유치원은 동네의 적당한 규모의 유치원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느낌이 달랐다.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모든 선생님이 나와서 입구에서부터 학부모와 아이들을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정해진 순서를 기다려서 교실마다 들어가 보니 아이에게 테스트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선생님들과 아이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에는 교실에는 큰 풍선 미끄럼틀까지 있어서 그것을 본 아이가 빨리 들어가자고 할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아이는 첫 번째 면접은 당연히 떨어졌고, 두 번째 유치원에 합격하여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했다. 사실 면접이라는 게 어른인 우리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은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겠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두렵고 떨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신나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준 유치원 선생님들이 참 감사했다.
첫 등교를 마치고 아이들이 집에 오는 그 시간이 왜 이리도 빨리 오는지. 너무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 낯설 법도 한데, 첫째, 둘째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 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도 학교가 그리웠나 보다.
엄마도 너희들이 학교에 가는 이 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른단다. 그런데 이 시간도 얼마 못 가 3주 후에 또 여름방학이라니… 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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