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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지하철 정관오 선에는 Tiu Keng Leng이라는 역이 있습니다. 한자로는 調景嶺(조경령)이라고 쓰고 광동어로는 티우껭렝(tiu4 ging2 leng5)이라고 읽는데, 이 지역의 이름 변천을 따라가다 보면 한자는 물론 지역의 역사까지 자연스레 접하게 됩니다.
이 지역의 원래 이름은 照鏡嶺(조경령), 광동어 발음은 지우껭렝(jiu3 geng3 leng5)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어로는 한자만 다를 뿐 발음은 지금의 이름과 같지요. 照鏡嶺의 한자는 각각 비칠 조(照), 거울 경(鏡), 고개 령(嶺)으로 종합하면 ‘거울에 비친 고개’가 됩니다.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수상족 사람들이 바다가 거울처럼 맑아서 붙인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지우껭렝이라는 지명은 안타까운 일로 인해 바뀌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홍콩이 영국령이던 1905년, 캐나다 출신의 알프레드 레니라는 사업가가 지금의 티우껭렝 지역 근처에 제분 공장을 지었고 그로 인해 한동안 이 지역은 영어로 레니의 제분 공장(Rennie’s Mill)이라 불리게 됩니다.
레니의 사업은 잘 진행되지 않아서 급기야 1908년에는 레니가 물에 투신하여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당시 홍콩 사람들 사이에는 레니가 목을 매달았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은 이 지역을 기존 지명과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사용해서 목을 매어 다는 고개라는 뜻의 吊頸嶺(조경령), 광동어로 디우껭렝(diu3 geng2 leng5)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음산한 이름을 홍콩 정부가 1950년대에 발음이 비슷한 調景嶺(조경령), 광동어로 티우껭렝(tiu4 ging2 leng5)으로 다시 바꾸었고 그 이름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調景嶺은 중국어로 경황(景況)을 조정(調整)한 고개(嶺)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調景嶺이 중국어로 경황(景況)을 조정(調整)한 고개(嶺)라는 뜻이지만, 원 뜻을 무시하고 한자 자체로만 보면 풍경(景)이 조화로운(調) 고개(嶺)라고 풀이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동네이기도 하고, 원래 이름인 照鏡嶺도 바다가 맑다는 뜻이니 역시 경치와 상관이 있지요.
미래에는 티우껭렝이라는 지명이 풍경(景)이 조화로운(調) 고개(嶺)로 풀이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은 티우껭렝 역에서 찍은 경치 경(景)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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